교회 옆 미술관 - 타자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
구미정 지음 / 비아토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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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심은 많지만, 듣고 보는 것을 잘 이해하고 누리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중학생 때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피카소 작품전이 생각납니다. 처음으로 접하는 그림이 하필 피카소라니요. 뭔가 모를 꿈틀거림이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렸습니다.



작품을 대할 때는 사전 지식과 더불어 직관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공명할 때 제대로 작품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깊은 감동을 경험합니다.



특별히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성화'는 작가의 시선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성경 읽기와 다른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는 그림이 많습니다. 왜 저 그림에서는 등장인물을 저렇게 배치했을까? 등장인물을 왜 저렇게 표현했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경에서 강조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볼 때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비밀스럽게 숨어있기에 꼼꼼하게 관찰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빛으로 주인공을 강조하기도 하고, 섬세한 붓 터치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표현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고도 풍성하게 오랫동안 작가들이 성경 말씀을 표현했음에도 우리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더불어 성경에 대한 건강한 해석이 필요해서 일 것입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면 우리를 위한 친절한 안내자가 되기 어렵겠지요.



여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적실한 안내자가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탄탄한 신학적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인문학자로서 세상과 기독교의 소통, 생명과 윤리, 자연에 열려있는 구미정 저자의 신학적 색채가 이 책 『교회 옆 미술관』에서 찬란하게 빛납니다.



예술가로서 하나님은 제한된 교리에 답답하게 묵여있으신 분이 아닙니다. 주님은 모든 만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지쳐서 한숨만 나올 때, 우연히 마주친 음악과 그림, 꽃과 태양으로 일순간에 하나님으로 충만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를 능숙하게 인도합니다. 성경의 인물들을 톺아봅니다. 여러 작품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성경 이야기와의 차이점에 주목하며 작가의 시선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조목조목 말해줍니다.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미술관에 온듯한 착각을 합니다.



그렇게 저자를 따라가다 우리는 작가의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가 봅니다. 작가들은 성경 이야기의 맥락과 분위기에 진심이었습니다. 미처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냅니다. 그렇습니다. 작가들이야말로 섬세하게 타자의 삶을 상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약하고 소외된 성경 인물들을 대합니다. 여전히 그림 가운데서도 은연중에 담긴 배제와 차별을 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금 꿈을 꿉니다. 세밀하게 성경의 인물을 관찰하고 상상했던 작가들의 눈을 빌어, 조금 더 환대하고 포용하며 평화를 꿈꾸는 세상과 교회가 되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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