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년 8월
평점 :
저는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카페에서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사무실에서는 재정을 관리하고 온갖 행정을 담당합니다. 강단에 서면 말씀을 전합니다. 새벽에는 책을 읽고 서평을 적습니다. 이런 일들의 구획은 정해져있지 않아 필요가 달라질 때마다 저의 역할도 바뀝니다.
문제는 전문성입니다. 바리스타로서의 전문지식이나 실전 경험도 부족합니다. 여러 문서와 엑셀 작업을 하지만, 전문가는 아닙니다. 신학적 지식이나 목회 감각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아쉽습니다. 글을 적는 사람으로서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 모든 일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모든 일에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커피의 향으로, 행정적 필요를 적시에 채워주는 탁월함으로, 가장 필요한 말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현재 우리에게 울림이 될만한 책을 따뜻하게 포장하여 소개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김해 장유에서 10여 년 있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에서 책 읽는 시간을 즐기다 보니, 전임 사역을 하기 전에는 카페를 여러 군데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통해 만나게 된 곳이 '좋아서 하는 카페'입니다. 예술가의 향기를 풍기는 사장님과 풍부한 맛의 커피가 일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환대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음료 한 잔에 담긴 정성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비치된 책들은 이곳에서 충분하게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리필까지 해주시니 따스한 마음은 더해갔습니다.
온종일 사무실과 카페에 있다 보니, 다른 카페에 갈 수가 없습니다. 한 번씩 '좋아서 하는 카페'의 원두를 사서 내려먹지만, 카페에서의 그 맛과 향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제 사장님이 아닌 작가로 만납니다. 커피에 담았던 진심을 글에도 빼곡하게 넣어 둡니다.
정인한 작가의 글은 과장되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습니다. 일상을 그대로 녹여내어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그 행간에 녹여 있는 치열한 고민을 마주합니다.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엿보입니다.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글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어우러집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좋아서 하는 카페'에 앉아 사시사철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쌓였던 피로가 사그러듭니다. 힘들고 고되어 지쳤던 우리에게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고, 마음을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이 위로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