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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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거라는 광고를 봅니다. 이런 광고는 인간의 수치심이나 탐욕을 자극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은연중에 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당신은 매우 불편할 것이며, 여전히 그 문제 가운데 놓여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빈곤이나 마약, 비만 등의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그것과의 전쟁을 선포했죠. 하지만 쉽게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는 여전합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다 보니 해결책 또한 요원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문제들의 책임을 피해자 혹은 당사자에게 전가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사회적 상황과 서사들, 유전적 영향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립니다. 그 사람들의 수치심을 자극합니다. 그리하여 당사자들이 많은 에너지와 재정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게끔 합니다.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Cathy O'neil)은 이러한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를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분석합니다. 20여 년간 월스트리트와 IT업계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빅데이터를 연구한 수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사회의 구조악을 하나씩 밝혀냅니다.



저자는 개인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그러한 왜곡된 수치심을 정치적이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셰임 머신'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미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러한 혐오 현상은 우리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사회의 암묵적 규칙입니다.



특히 자신의 비만 치료를 실제 사례로 하여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비판하며, 내면의 심리까지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어느 순간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수치심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에 몸과 마음을 맡깁니다. 그것이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약자를 비난합니다.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약자들은 매 순간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리하여 약자들은 광범위한 셰임 머신의 생태계에 들어갑니다.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생태계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이러한 왜곡된 현실을 끊임없이 정당화합니다.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자유에 기반했으며,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모두가 행운을 누릴 수 있으며, 승자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 행운을 즐기고, 패자는 마땅한 자기 선택으로 인해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거대한 시스템을 전복시키기란 어려운 과제임을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각자가 존재로 사람을 대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기를 권면합니다. 차별과 혐오의 순간에 약자의 심정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모두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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