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의 실종자들
한고운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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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만연하는 세상. 과거에 고통받았던 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힘겹습니다. 정의가 이 땅에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으로 살아왔지만, 오히려 악인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활보하고 다닙니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보다 교묘하게 자신의 것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듯 보입니다.



사회가 정의를 상실했을 때, 피해자의 고통은 외면됩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세상이 반응할 때, 고통받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아니, 힘겹게 울부짖는 목소리가 외면당합니다. 억지로 짜내어 겨우 부르짖었는데, 갈수록 상심은 커져가고 고통은 배가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만연할 때, 피해자들은 복수를 상상합니다. 생각합니다. 준비합니다. 실행에 옮깁니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고, 위로하지 않고, 알아주지 않을 때 말입니다. 세상이 약한 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힘 있는 자의 편이 되어줄 때 말입니다.



이 소설은 그렇기에 실제 같습니다. 너무도 사회와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복수가 비윤리적이라는 손가락질 이전에 홀로 고통을 감당했을 그 아픔을 소설은 느끼게 해줍니다. 이것이 이야기가 가진 힘입니다. 제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듣지 않고,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야기 앞에 숙연해집니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힘이 있습니다. 각자의 서사가 맞부딪히는 가운데서도 가해자들에 대한 이해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이 먼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이 얼마나 허무하며, 한 사람의 인생의 무게감에 비해 가벼운 말인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피해자이며 가해자입니다. 누군가에게 말과 행동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어릴 때의 장난으로 치부하며 넘기지만, 한 사람의 가슴에 남겨진 커다란 자욱이 얼마나 쓰리고 고통스러운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끝이 올바른 방향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말입니다. 타인을 좀 더 섬세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면 더 그러합니다.



*이 리뷰는 모모북스(@momo_books__)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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