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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의 고독 -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5월
평점 :
혼란스러울 때면 걸었다. 그땐 인생의 막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인 것 같아 걷고 또 걸었다. 잊기 위해,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온몸이 아프고, 두통이 심해질 때면 또 걸었다.
고통을 좀 덜 수 있었다. 걸음에 집중했다. 그럴 때면 좀 나았다.
걸을 때면 주위의 배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말을 걸고, 손을 내민다.
걷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상황이 제각각이며, 부여하는 무게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보를 선택할 때도 있지만,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실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가 많다.
이 책의 저자는 토르비에른 에켈룬(Torbjørn Ekelund).
노르웨이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그는 어느 날 쓰러졌고,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자동차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절벽처럼 다가오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삶의 포기라는 선택지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저자는 어디를 가든 두 발로 걸어서 이동하는 삶을 선택한다.
이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산길을 탐사하며, 옛 길을 찾아 나서는 모험도 시작한다.
저자는 어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공간을 뛰어넘어 시간과 연결됨을 느낀다.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색을 입고 이름을 갖는다.
그렇게 아름다움이라는 선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도전은 불확실성이라는 위협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깊은 성찰을 하게 하며, 우리에게 삶의 통찰을 건네준다.
그렇게 길은 과거와 연결되며, 미래와 소통하게 한다.
더욱 주의 깊게 우리 삶을 보게 하며, 현재를 살아가게 한다.
우리는 한때 방랑하는 유목민이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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