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내 존재에 덧붙여지거나 부과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거기에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소명이 일직선으로 발전된 것은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던무계획적인 사건과 사람들이 알고 보니 내 존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거기에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무엘은 세상에 바쁠 것이 없는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여유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하는 사람은 서두를 필요가 없는 법이다.
‘하카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함의를 가진 단어인데, 고귀한 일을 맡을 적임자는 확실히 아니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제일 작고 약한 녀석이라는 뜻이다.
‘양 떼를 치는’ 일은 농장 일 중에서 가장 책임이 작은 일이다. 실수로 인한 피해가 가장 적다. 오늘날로 치면 이웃집 아이를 봐준다거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봉투에 담아 준다거나 하는 정도의 일이다.
양 떼를 치던 다윗은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대체로 무시당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날 그를 베들레헴으로 데리고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택받은 사람은 다윗이었다. 선택받았고 기름부음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든, 형제들이든, 심지어는 사무엘이든, 사람이 그에게서 보았던 것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에게서 보았던 것 때문에 선택받았다. 그리고 사무엘의 손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다. 하나님의 영광에 합당하게 살도록 말이다.
학자들은 전례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힘과, 이야기가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학문적 관심을 기울였다. 배우는 내용보다도 그것을 배우는 방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내용도 아무런 형태 없이 둥둥 떠서 우리 삶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일정한 형식 안에 자리잡은 채로 온다
하나님과 믿음에 대한 기본적이고 통합적인 실재를 알려면 그 형식 또한 기본적이고 통합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리는 주변화되고 결코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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