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로 시작하는 이상은의 노래가 떠오른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젊음을 몰랐던 시절의 어리석음에 가슴이 얼얼해지곤 했는데, 황혼이 되어서도 황혼인 줄 모르는 게 인생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다시 가슴이 얼얼하다.

나로 말하면, 늘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되기를 바랐으나 실제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른 채,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다 모든 것이 아리송해지고 말았지요.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잔인한 말로 두 번 세 번 거듭 죽이는 세상을 겪다 보면 그의 절망이 이해가 된다. 정말이지 착한 사람은 다 죽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인가 회의가 생긴다.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그러니 남들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화내지 말자. 웃을 일 없는 세상을 웃긴 내가 얼마나 대견한가!

요새는 아예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외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다간 신경 쇠약에 걸린다고 큰소리를 친다. 뻔뻔하게.

산에 꽃이 피었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저 혼자서,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홀로 어엿이.
그래서 예쁘고 그래서 삼삼하다.
나도 저 꽃처럼 살고 싶다. 혼자서 피어나, 오는 새 막지 않고 가는 새 잡지 않고 "갈 봄 여름 없이" 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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