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春姬이다.
천명관, 『고래』, 문학동네, 2004.

내 이름은 소라.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창비, 2014.

우리 아버지의 성姓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었는데, 어린아이 적 내 짧은 혀는 이 이름과 성을 ‘핍’ 이상으로 길게도 분명하게도 발음하지 못했다.
찰스 디킨스, 이인규 옮김, 『위대한 유산』, 민음사, 2009.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 두자.
허먼 멜빌, 김석희 옮김, 『모비딕』, 작가정신, 2011.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만큼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경우는 없다.
고종석, 『해피 패밀리』, 문학동네, 2013.

뤄 독찰督察은 병원 냄새를 싫어했다.
찬호께이, 강초아 옮김, 『13.67』, 한즈미디어, 2015.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이방인』, 민음사, 2011.

"오늘 엄마가 죽었어요……."
미셸 깽, 김예령 옮김, 『겨우 사랑하기』, 문학세계사, 2003.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아니 에르노, 정혜용 옮김, 『한 여자』, 열린책들, 2012.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정유정, 『7년의 밤』, 은행나무, 2011.

내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는 아버지의 죽음을 도운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언 매큐언, 손홍기 옮김, 『시멘트 가든』, 열음사, 2005.

공포증은 영어로 포비아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호모포비아나 제노포비아처럼 사회적인 현상을 가리킬 때도 쓰지만, 폐소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처럼 개인적인 증상을 가리킬 때도 쓴다.

그는 이혼까지 한, 쉰둘의, 남자치고는, 자신이, 섹스 문제를 잘 해결해 왔다고 생각한다.
존 쿳시, 왕은철 옮김, 『추락』, 동아일보사, 2000.

쉰 살이고, 여자와 잠을 같이 잔 지 4년도 넘었을 때였다.
찰스 부코스키, 박현주 옮김, 『여자들』, 열린책들, 2012.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제인 오스틴, 윤지관·전승희 옮김, 『오만과 편견』, 민음사, 2003.

‘아내 문제’의 해법을 발견한 것 같다.
그레임 심시언, 송경아 옮김, 『로지 프로젝트』, 까멜레옹, 2013.

딘을 처음 만난 것은 아내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잭 케루악, 이만식 옮김, 『길 위에서』, 민음사, 2009.

그해 겨울, 나는 추상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리오 비토리니, 김운찬 옮김,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민음사, 2009.

나는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웅진지식하우스, 2013.

제법 오랫동안 힘들어했다. 나중에 알았다. 그 분노가 터져 버리거나 해소되지 못하고 그토록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이유를. 그건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텅 빈 분노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텅 빈 분노처럼 보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분노라는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서.

결국 나는 텅 빈 분노 뒤에 숨어 그 분노가 나와 싸우지 않도록, 말하자면 나를 해치지 않도록 막았던 것이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수키 킴, 이은선 옮김, 『통역사』, 황금가지, 2005.

딱 하고 성냥 긋는 소리, 뒤이어 치직 타들어 가는 소리에 나는 바로 잠이 깼다.
주디 블런델, 김안나 옮김, 『그 여름의 거짓말』, 문학동네, 2013.

나는 어머니의 방에 있다.
사뮈엘 베케트, 김경의 옮김, 『몰로이』, 문학과지성사, 2008.

머릿속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든다.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 민음사, 2013.

하루하루가 너무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토니 모리슨, 이상영 옮김, 『가장 푸른 눈』, 백양출판사, 1993.

일상은 점점 하찮은 것이 되어 갔다.
베른트 슈뢰더, 박규호 옮김, 『요하네스와 마르타의 특별한 식탁』, 제이앤북, 2004.

오늘은 최악이다.
이인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세계사, 1992.

시간만큼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난 뒤에야 겨우 ‘오늘’이라고 설정할 수 있었다.
잉에보르크 바흐만, 남정애 옮김, 『말리나』, 민음사, 2010.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키친』, 민음사, 1999.

그는 홀로 술을 마셨다.
존 스티클리, 박슬라 옮김, 『아머: 개미전쟁』, 구픽, 2016.

자, 이야기를 계속해 봐.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해 보려고 한다.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김상훈 옮김, 『매혹』, 열린책들, 2006.

시작은 언제나 계속된다. 이야기가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삶과 달리 이야기는 내가 시작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라는 말로 시작될 때, 이야기는 이미 자신이 삶과 얼마나 다른지 알려 주는 셈이다.

어느 날에는 삶이 있다.
폴 오스터, 황보석 옮김, 『고독의 발명』, 열린책들, 2001.

어느 날, 공중 집회소의 홀에서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이미 노인이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김인환 옮김, 『연인』, 민음사, 2007.

‘어느 날’은 조용히 지나가는 일상의 하루이면서 동시에 일상에서 벗어난 아주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올 만한 순간이지’, 베르나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앙드레 지드, 권은미 옮김, 『위폐범들』, 문학과지성사, 2012.

누군가 문 앞을 바삐 달려가는
발소리가 났을 때, 다이스케代助의
머릿속에는 하늘에 걸려 있는
커다란 나막신이 떠올랐다.
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그 후』, 현암사, 2014.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사데크 헤다야트, 배수아 옮김, 『눈먼 부엉이』, 문학과지성사, 2013.

내면의 풍경이란 게 있다.
조세핀 하트, 공경희 옮김, 『데미지』, 그책, 2011.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실제로 ‘고독 속에서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라고 불러 줄 만하다. 잠식蠶食이라는 말 그대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욕망이 영혼을 야금야금, 쉬지 않고 갉아먹으니까.

그 소문을 들은 때는 확실히 1664년 9월 초순이었다.
다니엘 디포, 박영의 옮김, 『전염병 연대기』, 신원문화사, 2006.

이 기록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X년에
오랑에서 발생했다.
알베르 카뮈, 이휘영 옮김, 『페스트』, 문예출판사, 2012.

K는 밤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옮김, 『성』,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이 거울과 면도칼이 엇갈려 놓여 있는 면도 물 종지를 들고, 층층대 꼭대기에서 나왔다.
제임스 조이스, 김종건 옮김, 『율리시스』, 생각의나무, 2007.

물에 헹군 면도날을 다시 넣고 면도기를 잠근 기노시다 히데요는 세면기에 물을 받아 턱과 볼에 묻은 거품을 씻었다.
복거일, 『비명碑銘을 찾아서』, 문학과지성사, 1987.

지하철이 아야세 역을 출발할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화차』, 시아출판사, 2000.

녹슨 감정이 또다시 비 오는 날과 맞닥뜨렸다.
류이창, 김혜준 옮김, 『술꾼』, 창비,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