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5분, 이시가미는 평소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연립주택을 나섰다.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옮김, 『용의자 X의 헌신』, 현대문학, 2006.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장희창 옮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2010.

모든 건 잠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데리크 베그베데, 문영훈 옮김, 『9,900원』, 문학사상사, 2004.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카타리나 하커, 장희창 옮김, 『빈털터리들』, 창비, 2008.

"잠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일시적인 존재"들이 계속 달라진다. 단 한 순간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몸을 바꾸거나 처소를 바꾼다.

모든 건 그런 것이리라. 모든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 아니 너무 빈번하게 달라져서 미처 눈치채지 못할 뿐, 지금도 달라지느라 여념이 없는 것.

그러니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어쩌면 어제의 그 사람은 분명하지만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에서 밤사이 수도 없는 변화를 거쳤을 존재와 마주하고서 그 모든 변화에게 전하는 인사일는지도.

‘안녕하세요? 당신은 물론 당신 안에서 지금도 변하고 있는 그 모든 것까지도요. 당신이라는 이름의 그 모든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파트릭 모디아노, 김화영 옮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2010.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요 네스뵈, 노진선 옮김, 『네메시스』, 비채, 2014.

누구나 특별한 존재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특별함이 차고 넘친다. 아무것도 아닌 특별함이랄까. 그렇다고 그 특별함이 의미를 잃는 건 아니다. 색이 바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다 특별한 데도 각각의 특별함이 의미를 잃지 않는 특별함이라니.

그래, 사실이다.
귄터 그라스, 장희창 옮김, 『양철북』, 민음사, 1999.

처음엔 실수로 시작되었다.
찰스 부코스키, 박현주 옮김, 『우체국』, 열린책들, 2012.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폴 오스터, 황보석 옮김, 『뉴욕 3부작』, 열린책들, 2003.

시작점을 짚어 내는 건 쉽다.
이언 매큐언, 황정아 옮김, 『이런 사랑』, 미디어2.0, 2008.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줄리언 반스, 최세희 옮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다산책방, 2012.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제프리 무어, 윤미연 옮김, 『기억술사』, 푸른숲, 2011.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노자와 히사시, 신유희 옮김, 『연애시대』, 소담출판사, 2006.

최초의 기억 같은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온전히 내 기억인지 아니면 하도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느끼는 건지 의심스러우니까. 외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지워 내지 못한 기억이라는 방증일 테니까.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존 맥그리거, 이수영 옮김,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민음사, 2010.

누군가의 읊조림이, 그 반복적인 구절들이 내 의식의 가두리에서 물결처럼 철썩인다.
마보드 세라지, 민승남 옮김, 『테헤란의 지붕』, 은행나무, 2010.

길게 뻗어 있는 하얀 구름들 아래, 번쩍거리며 빛나는 강렬한 태양 아래, 환하고 밝은 하늘 아래 처음으로 들려온 것은 한참이나 이어지는 경적 소리였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배수아 옮김, 『제국』, 문학과지성사, 2013.

절규는 하늘을 가로질러 온다.
토마스 핀천, 이상국 옮김, 『중력의 무지개』, 새물결, 2012.

개.
러셀 뱅크스, 박아람 옮김, 『달콤한 내세』, 민음사, 2009.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후안 룰포, 정창 옮김, 『불타는 평원』, 민음사, 2014.

한 마리의 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장욱,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문학수첩, 2005.

그것은 회색 개였다.
로맹 가리, 백선희 옮김, 『흰 개』, 마음산책, 2012.

신지는 거리에 지하철이 들어온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사다 지로, 정태원 옮김, 『지하철』, 태동출판사, 2000.

해는 서쪽 산 너머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백가흠, 『나프탈렌』, 현대문학, 2012.

해가 또 기울었다.
성커이, 허유영 옮김, 『중독』, 자음과모음, 2011.

왜 웃어요? 하고, 은색의 루즈를 입술에 바른 거리의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을 때 나는 조금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 문학동네, 2000.

우리는 왜 웃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옮김, 『웃음』, 열린책들, 2011.

아말은 군인의 눈을 자세히 쳐다보고 싶었지만, 그의 자동소총 총구가 이마에 닿아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수전 아불하와, 왕은철 옮김, 『예닌의 아침』, 푸른숲, 2013.

갈색 털이 무성한 손이 불쑥 내 코앞까지 뻗어와 멈추었다.
박완서, 『나목』, 세계사, 1995.

내 본당은 여느 본당과 같다.
조르주 베르나노스, 정영란 옮김,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민음사, 2009.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던 그날, 보셰프는 그동안 생계를 의지해 왔던 작은 기계 공장에서 해고되었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김철균 옮김, 『코틀로반』, 문학동네, 2010.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페터 한트케, 윤용호 옮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2009.

내장內臟 사실주의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친절한 제안을 받았다.
로베르토 볼라뇨, 우석균 옮김, 『야만스러운 탐정들』, 열린책들, 2012.

심장의 삶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손화수 옮김, 『나의 투쟁』, 한길사, 2016.

나는 잠을 깼고, 엄마가 거기에 있었다.
얀 마텔, 황보석 옮김, 『셀프』, 작가정신, 2006.

엄마가 살려 달라고 외쳤을 때,
난 놀라지 않았다.
랜디 수전 마이어스, 홍성영 옮김, 『살인자의 딸들』, 알에이치코리아, 2014.

엄마는 병실 침대에 모로 누워 있다.
서유미, 『끝의 시작』, 민음사, 2015.

스물아홉의 나에게는 한 가지 희망과 한 가지 절망이 있다.
박상우, 『비밀 문장』, 문학과지성사, 2016.

희망이나 절망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희망과 절망에 날짜를 기입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희망에 날짜를 입히는 건 바람이나 다짐일 뿐이고, 모든 종말론이 우스개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종말이라는 개념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날짜 때문이다.

먼저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에밀 아자르, 용경식 옮김,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2003.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올더스 헉슬리, 안정효 옮김,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던 그날, 보셰프는 그동안 생계를 의지해 왔던 작은 기계 공장에서 해고되었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김철균 옮김, 『코틀로반』, 문학동네, 2010.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페터 한트케, 윤용호 옮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2009.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2006.

모든 위반은 사후적이라는 말은 적확하다. 금기는 그 선을 넘고 난 이후의 상황이 상상 가능할 때 비로소 효력을 띠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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