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에 이르러 철학에 새로운 논리를 결합한 인물은 비단 영국 사상가들만은 아니었다.

비엔나 학파로 알려진 과학자와 수학자 집단이 과학에 철학적 토대를 세우고자 생겨났다.

이들은 세상에 대한 진리를 제공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과학의 역할이라고 믿었고 철학의 역할은 과학이 작용하는 논리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들이 발전시킨 논리실증주의는 분석철학이 접근한 것과 마찬가지로 논리 기법을 과학의 명제에 적용한다

과학적 사상과 이론에 대해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토론하며 우선 과학적 진술 언어를 논리 명제로 분석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의미가 없는 부분을 걸러낸다.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 하나의 명제는 엄격한 논리적 잣대를 충족시키고 경험론적으로 입증이 되어야 진리로 인정받는다. 입증할 수 없는 것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들어 분석철학이 영어권 철학의 주요 사상이 되었다.

비엔나 학파 소속 학자들이 나치즘을 피해 영국과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논리실증주의의 영향력이 커졌고 무의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과학뿐 아니라 언어의 모든 형태에 적용되었다.

분석철학은 철학적 질의 대신 언어 분석에 주로 사용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완전히 다른 언어철학을 발전시켰고 현실을 ‘그리는’ 언어라는 은유를 버리고 언어 자체를 도구로 사용했다. 단어와 개념은 특정한 대상을 의미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 속에서 의미를 도출한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철학은 20세기에 들어 언어와의 관계를 한층 깊이 있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분석철학은 철학적 진술을 논리적인 형태로 만들어 언어 자체의 철학에 대한 흥미를 높였고, 프랑스에서는 문학 철학 전통이 언어 체계를 토대로 하는 철학인 구조주의로 파생되었다.

무엇보다도 언어학은 문법, 의미 등의 관점에서 언어의 체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구조주의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언어학에서 발생하는 의구심 중 하나는 모든 인간의 언어에 보편적인 문법 체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다.

촘스키는 우리가 언어 체계에 대한 타고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 체계가 모든 언어에 공통되는 보편 혹은 ‘일반’ 문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언어에 보편적인 체계가 있다는 사상은 논리와 수학의 연관 관계와 유사하지만 선천적인 이해에 대한 생각은 데카르트의 합리주의를 연상시키며 경험주의자들의 전통 속에서 과학적인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언어학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기계가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덕분에 단순한 계산의 범주를 넘어선 연산이 가능해지고 언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포함한 ‘인공지능’을 갖추게 되었다

수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의 길을 개척한 앨런 튜링은 기계의 지능을 보여 줄 수 있는 단순한 실험을 제안했다

과학의 대부분은 물리적 세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서 철학의 한 분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형이상학을 대체한 계몽주의의 과학적 발전으로 순수 과학의 발전이 가속화되었고 19세기 말 심리학과 신경 과학이 마음에 관한 철학을 대체했다.

과학이 철학의 여러 측면을 대체하면서 일부 철학자들은 과학 자체로 눈길을 돌렸다.

칼 포퍼는 과학적 방법의 토대가 되는 귀납의 문제에 실질적인 해답을 내놓았고 폴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이 점진적인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급작스런 도약을 통해 진보했다는 토마스 쿤의 사상을 토대로 하나의 타당한 과학적 방법이라는 개념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슈타인이 20세기 초 상대성이론을 세웠을 때 그는 우주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 방식을 이끌었다. 기존 뉴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물리적 법칙에 따른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했다

아인슈타인도 인정하겠지만 새로운 물리학이 완전한 대답이 될 수 없으며 뉴턴의 과학적 공헌을 무효화할 수도 없다

이는 ‘옳거나’ ‘진실’의 문제가 아니고 뉴턴보다 좀 더 정확한 설명일 뿐이며 당대 실용주의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뉴턴의 설명이 타당했다

뉴턴의 물리학이 과학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듯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역시 더 나은 무언가로 대체될 날이 올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많은 형이상학적 추측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가 개척한 물리학 역시 새로운 질문을 낳았다

그리고 기존의 철학 이론이 틀렸음을 입증하기보다는 이들을 확인하거나 적어도 보완했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빅뱅 이론 또한 현실과 인과관계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인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고 하나 이상의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은 철학적 사고에 더 많은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과학 이론의 진정한 척도는 귀납법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거짓임이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철학은 20세기에 칼 포퍼의 획기적인 연구 이후로 자체적으로 중요한 분과로 성장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토대로 하는 철학과 논리를 살피면서 철학자들은 과학의 진전에 집중하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은 지속적인 진화의 일부로 보였다

1962년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관점을 도입했다.

일반 과학은 이제 다음 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새로운 체계 아래서 기능한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의 역사적인 사례로는 코페르니쿠스, 뉴턴, 아인슈타인의 획기적인 이론을 들 수 있다.

파이어아벤트는 포퍼가 정의한 과학적 방식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보편적인 방법론적 규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규칙을 찾으려는 시도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는 세계 정치 구성이 전례 없이 변화한 시대다. 일부 오래된 유럽 식민지 왕국이 축소되면서 세계의 약 3분의 1이 마르크스주의에게 영감을 받은 체제를 받아들였다.

20세기 중반 독재적인 파시즘과 나치즘이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고 이어지는 냉전 시대에 동쪽의 공산주의와 서쪽의 자본주의가 대립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정치철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했고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 붕괴된 체계를 대체했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기가 지나고 1945년 인종과 성별을 포함한 시민권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환경 문제 역시 현대 정치철학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공산당 선언 이후 거의 70년 만에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국가 이론이 소련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철학은 전 세계적으로 추종자들을 얻었고 다른 국가들도 이내 그 대열에 동참했다.

유럽의 일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들은 공산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가치를 잃기 시작했다고 느꼈고 스탈린 통치하의 소비에트 체제 옹호자들의 모습이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에서 출현한 신마르크스주의 철학은 당시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 근간은 19세기 독일 철학 사상에 기반한다.

핵심은 ‘비판 이론’(문학 비평과 혼돈하지 않도록 유의)으로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사상을 비판하는 칸트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비판 이론이 헤겔의 변증법과 철학의 목적은 세상을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데 있지 않고 변혁시키는 데 있다는 마르크스의 충고를 연상시키는 데 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자들은 이데올로기에 도전하고자 했고 특히 20세기에 발전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현 상태를 영속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주로 살폈다.

사회학과 심리학, 철학 이론을 활용해 현재의 체계를 왕성하게 비판함으로서 사회와 정치 체계를 분석하고 이는 곧 더 나은 사회로 변하게 해 주는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다.

정치철학이 경험과 분리되는 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의 삶을 통제하는 기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존 듀이에게 철학과 정치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자신의 실용주의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철학으로 여겼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사상가들이 ‘인간의 문제’를 고심해야 할 때 형이상학과 인식론에서 다루는 추상적인 개념과 같은 ‘철학자들의 문제’에만 집중했다고 믿었다.

실용주의는 유용한 지식에 초점을 두고 이 점을 극복하며, 듀이는 정치 체계로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왕성한 지식을 얻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가 사회계약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시민의 유기적인 집합으로 이루어지며 개인이 자유롭게 자라고 진화할 때만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목적은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철학의 기능은 주로 교육을 통해 개인이 이 점을 자각해서 ‘도덕적인 사회 공동체’를 수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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