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솔제니친은 노벨 문학상을 탔지만 스웨덴으로 가서 상을 받도록 허가받지 못했으며, 그 자신 또한 금지령을 어기고 멋대로 국경을 넘을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1973년,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라는 연작을 서구에서 출판했다. 이 책은 모두 1,800쪽에 이르는 3권의 장편으로 솔제니친의 대표작이다.

『수용소 군도』의 출판 이후, 솔제니친은 반역죄로 기소됐고 곧이어 국경 밖으로 추방되어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폭력을 남용해 국민을 지배하는 정부에는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 사람의 작가, 한 사람의 지식인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 토양을 떠나는 일은 고통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정치 환경의 변화로 솔제니친은 1990년에 러시아 시민권을 다시 획득했다. 1994년, 솔제니친은 미국에서 러시아로 돌아갔고, 과거 금서였던 그의 작품들은 드디어 러시아에서 간행되었다

솔제니친의 극단적 시각은 그에게 영광과 모멸을 절반씩 떠안겼다.

우리가 삶에서 전심전력으로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진리는 우리에게서 떠나갈 것이다.

솔제니친은 희망도 없고 기댈 데도 없는 수감자의 감정, 수감자가 강제 노동 집단 수용소에서 느끼는 가장 큰 괴로움을 세밀하게 써냈다.

솔제니친의 연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버드의 교훈은 진리입니다. 삶에서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추구하지 않으면, 진리는 결국 떠나 버리고 말지요. 그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진리는 오해받기 쉬우며 아주 이따금씩만 즐거운 것입니다. 진리는 종종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요. 오늘 제 연설에서 여러분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있었다면, 그 모두가 적이 아닌 친구의 진심에서 우러난 것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솔제니친은 다른 모델을 완전히 초월한 하나의 모델은 없으며 하나의 모델을 바꾸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종종 폭력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수많은 각도에서 완벽한 하나의 모델을 받아들이는 것은 동시에 이런 모델의 수많은 결점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첫째, 국가의 팽창과 사회의 번영에 뒤따르는 것은 종종 도덕과 용기의 추락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권력을 잡은 이들,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 학문적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절대 권력을 장악했기에, 또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보호하고자 하기에 정의와 공리, 이해와 동정 따위를 쉽게 망각한다.

국가는 종종 패권주의나 침략자, 테러리스트 앞에서 약해지며, 위협할 필요가 있는 후진국이나 약소민족 앞에서 제멋대로 굴거나 무도해지곤 한다

사회 엘리트인 지식인은 자주 권위 앞에서 침묵하며 지식 권력이 없는 약자에게나 목청을 높인다

둘째, 서구의 정치 및 경제 이념은 ‘정부가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라는 것이다.

시민은 마땅히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와 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행복과 재산이 등호로 표시될 때, 끝없는 탐욕이 가져오는 것은 부정한 수단과 생명까지 담보로 삼는 극한의 경쟁이다.

셋째, 서구의 법치 정신이 가져온 ‘합법적이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라는 원칙이 있다.

법률만 있고 그 밖의 다른 규정이나 원칙이 결여된 국가에서는 여기저기 함정이 있다.

넷째, 제한이 없는 자유는 무책임한 자유와 파괴적인 자유를 포함한다.

솔제니친은 절대 권력의 사회 제도 아래 성장하면서 박해를 받았고 결국 추방당해 유랑하는 삶을 살았지만, 서구 사회에 정착한 지 몇 년이 채 되기도 전에 이 사회에도 수많은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서구의 사회 모델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으며 서로 다른 국가와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날에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의 부정적인 일면을 지적하는 소극적인 결론일 뿐이다.

서로 다른 역사, 지리, 문화 배경에서 서로 다른 국가와 사회는 서로 다른 정치, 경제, 문화 모델을 따르지만 그 가운데는 공통의 최대 공약수가 있다. 바로 인성이다

공감하고 연민하는 마음, 꺾이지 않고 숙이지 않는 용기, 속박을 받지 않는 독립 정신, 물질을 초월하는 정신적 만족의 추구, 널리 보고 멀리 보는 시각.

이는 어떤 정치, 경제, 사회 모델에서든 반드시 붙들고 유지해야 하는 최대 공약수이다.

인성의 진리와 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시공간의 환경으로 제약을 받거나 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표준화는 말로 들으면 간단하지만 실행하자면 복잡한 문제다.

중국의 유가 경전 가운데 사서오경四書五經이 있는데, 사서는 공자의 제자들이 편찬한 『논어』와 맹자가 쓴 『맹자』, 증자가 쓴 『대학』과 자사가 쓴 『중용』이며, 오경은 『시경』, 『서경』, 『예기』, 『주역』, 『춘추』다.

좁은 의미로 ‘효’는 부모의 말에 따르는 것이고, 넒은 의미에서는 부모의 가르침을 귀담아듣고 이를 실행하려고 힘쓰는 것이다.

「제의」에서는 ‘효’의 도리가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동해에 두어 널리 미치도록 표준으로 삼고, 서해에 두어 널리 미치도록 표준으로 삼고, 남해에 두어 널리 미치도록 표준으로 삼고, 북해에 두어 널리 미치도록 표준으로 삼는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사해에 두어 널리 미치도록 표준으로 삼는다"放諸四海而皆準라는 말의 출처다.

‘사해의 표준으로 삼다’라는 말이 중요하다. 이 말은 시공간의 환경 변화에 따르지 않는 진리와 원칙, 예를 들어 평화, 박애, 성실, 선량 등을 형용한다. 그러나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 말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결론은 미터란 일종의 공인된 표준이라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빛의 속도 또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의 체온은 섭씨 36.8도이고 화씨 98.24도이다.

특히 과학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정밀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표준화는 더 중요해진다.

사용자와 제조자의 관점에서 보면 표준화는 무척 중요하다.

왜 휴대전화 제조사는 휴대전화 충전기에 사용하는 커넥터를 표준화하지 않을까? 한 가지 해석은 휴대전화 시장이 여전히 전쟁터라 제각기 적과 싸우기 바빠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소통할 여유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제조자의 입장에서 표준화는 더욱 중요한 과제다. 세계가 점점 더 작고 평평해질수록 작업은 세분된다.

그러나 표준화는 말한다고 곧바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표준을 선택하고 적용하려 할 때, 누구에게 결정 권한이 주어지는가? 특히 세계화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수레의 폭을 같이"하는 명령을 내릴 절대 권력 기구가 존재하기 어렵다.

표준의 선택에는 유서 깊은 전통과의 투쟁이 뒤따른다. 이미 오래된 표준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표준의 선택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포함된다. 정치는 국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표준을 바꾸는 일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바다가 바다인 까닭은 크고 작은 하천을 받아들여 마침내 큰 바다로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표준화를 이야기하거나 사회의 공통 이념을 세우고자 할 때는 바다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

공학의 입장에서 보면, 표준화의 편리와 효율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이루기는 어렵다. 역사와 전통에 기초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익숙해진 어떤 표준은 굳이 다른 표준으로 바꿀 필요도 없고 쉽게 바꿀 수도 없다.

단일한 표준과 규격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개방되고 진보한 환경에서 서로 다른 여러 표준과 규격이 상호 경쟁하고 충돌하면서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양 극단의 중간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술 개념이 있다. 하나는 ‘공용’interoperable이고 다른 하나는 ‘호환’compatible이다.

공용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로 다른 규격 시스템을 같이 운용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호환은 서로 다른 규격을 포괄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바다는 모든 강을 아울러 크고 넓어진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바다가 바다인 이유는 수많은 크고 작은 시내와 강을 받아들이고 아우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표준화 그리고 공용과 호환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이 옛말이 생각난다. 사회 공동 이념의 수립과 공동 목표의 추구를 이야기하며, 다름을 통해 같음으로 나아가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고자 할 때면 언제나 이 옛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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