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과학이나 수학 얘기에 질겁하듯이 과학, 수학이 적성에 맞는 학생들은 영문학, 철학, 미술처럼 숫자나 공식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인문학 앞에서 당혹스러워한다. 나는 우리가 평생 짐처럼 끌고 다니는 이러한 두려움이 대개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글의 주제가 무엇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모든 글쓰기가 사유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명확히 전제한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모방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명료하게 사고하는 과학자의 글은 최고의 작가가 쓴 글만큼 뛰어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주로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생산된 학사 과정 수준의 훌륭한 글쓰기 사례를 소개하는 선집 형태를 띨 것이다.

나는 작가로서, 단순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써 내려 가는 과정을 통해, 즉 그 주제의 의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추론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얼마나 자주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분야의 주제를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던가를 떠올렸다

마침내 나는 글쓰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배움이 동일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단순히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학생을 쓰도록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배우기를 겁내는 학생을 배우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도 글을 쓸 수 있고,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그 주제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디어, 다른 이들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그저 이들의 생각을 순수하게 즐기기만 해도 무척 기쁠 것이다.

배움이란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분이 말해 준 것 같았다.

어째서 명료한 문장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유용한 작업을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미국인이 얼마나 많은가?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글쓰기는 결코 ‘작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글쓰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이다

글쓰기는 국어 교사나 ‘언어의 재능’을 타고난 소수의 감성적인 영혼만을 위한 언어가 아니다.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다. 명료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명료하게 쓸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작업을 해 온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접근 불가능할 만큼 전문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것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또는 남이 그것에 대해 쓴 글을 편집하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주제는 없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것은 생각을 문장이라는 논리적 단위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통해,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씩 써 나가는 작업을 통해 가능하다

지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다.

우선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책임을 국어 교사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국어 교사의 진짜 전공은 문학이다.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 즉 남이 쓴 텍스트의 의미를 읽어 내는 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국어 교사가 바란다고 생각하는 ‘문학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며 그것이 ‘좋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기 생각을 힘 있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글쓰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동기부여다.

동기부여는 글쓰기 교육의 핵심이다.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라면 훨씬 더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자 할 것이다.

모든 과목에서 필수적으로 글쓰기를 가르친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글쓰기는 일종의 논리 훈련이며 언어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통해 나 같은 문과 타입의 학생도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숫자와 상징으로 우리를 두렵게 하던 다양한 학문이 글쓰기를 통해 접근 가능한 영역으로 변신한다.

누구에게나 본보기가 필요하다. 예술이든, 기술이든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모방을 통해 배운다.

중요한 점은, 우리는 결국 본보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필요로 하는 것을 취한 뒤, 허물을 벗고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 된다.

그 이전에 언어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기능하는지 그 감각을 익혀 체화하지 않고는 절대 글을 잘 쓸 수 없다.

글쓰기의 정수는 바로 다시 쓰기에 있다는 점이다.

본디 의미란 놀랍도록 규정하기 어렵다. 평생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왔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쓴 모든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한다

서두름을 경계하라. 한달음에 ‘쉽게 쓴’ 것처럼 보이는 글은 사실 엄청난 노고의 산물이다. 글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글쓰기를 ‘과정’ 중심으로 보는 관점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 즉 최상의 결과물을 빚어내기 위한 반복적인 다시 쓰기와 다시 사고하기를 강조한다.

과정이 훌륭하다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글쓰기는 사고를 명료하게 정리하고 조직하는 행위다.

글쓰기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접근해 그것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깨닫게 한다.

개념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창에 서린 성에를 닦아 내는 작업과 비슷하다. 흐릿하고 모호했던 개념이 글을 쓰면서 서서히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두 가지 원칙, 즉 ‘글쓰기를 위한 배움’과 ‘배움을 위한 글쓰기’에 기초한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곳으로 들어가는 적절한 진입로, 즉 인문적 요소가 담겨 있고 평범한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진입로만 마련된다면 모든 학문이 이처럼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글쓰기가 바로 그 진입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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