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도 한국 가수의 동영상에는 다 한글로 댓글이 달렸죠. - P41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힘이었어요. - P41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란 ‘의미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 P41

의미를 해석하고 그 해석된 것을 전달하고 공유함으로써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합니다. - P41

문자 텍스트로 의미를 전달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또 의미를 공유하는 것을 통해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의미를 같이 추구하는 정치 행위도 일어나고요. - P41

따라서 의미 해석을중심에 두는 문자 텍스트의 등장과 보편화는 근대사회의 탄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P41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를 일일이 알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주는 정동(affect)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 P41

정동은 언어로 의미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 P41

인문사회과학에서 ‘정동적 전회(轉回)‘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 P41

문자 텍스트 중심의 단일 문해력에서는 이해와 의미 파악이 중요했다면, 지금과 같은 멀티리터러시 상황에서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동이 발동되고 있는가를 알고 공명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 P41

케이팝 스타의 유튜브에 전혀 알 수 없는 태국 글자로 댓글이 달려 있고 또 한자가 적혀 있고 하지만, 거기 붙어 있는 이모티콘과 느낌표를 보면 어떤 느낌인지는 아는 거죠. - P41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정동적 독해라고 하는 게 의미론적인 독해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 P41

꼭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데요. 저는 지금의 리터러시 논의에 크게 두 가지 편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P45

하나는 문자를 기본 미디어로 전제하려는 편향인데요.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리터러시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입니다. - P45

두 번째 편향은 문(文)이라는 것을 협소하게 정의해서 텍스트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거죠. - P46

소통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맥락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 P46

문해력에서 문이란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 P46

그런데 관련 논의들에서는 관계 혹은 관계성이라는 것이 거세된 채, 내가 혹은 상대가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P46

‘나 텍스트‘, ‘너-텍스트‘는 보는데 ‘나와 너‘, 궁극적으로 ‘현재의 맥락에서 텍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나와 너‘를 고려하지 않는 거예요. 이건 문제가 많습니다. - P46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권력화된 방식의 리터러시는 기호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다루는 역량만을 평가하고 그것만 리터러시라고 보는 거죠. - P49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를 누가 듣느냐, 누구와 함께하고 있느냐, 즉 선생님 말씀처럼 관계로서의 맥락이 빠져 있어요. - P49

맥락(context)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보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텍스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있죠. - P51

텍스트가 생산되고 공유되고 소비되는 방식과 관련된 맥락이에요. - P51

또 하나는 내가 텍스트를하는 방식과 이 사람이 텍스트를 대하는 방식, 즉 각자가 텍스트에 접근하는 맥락이 있어요. - P51

이 두 가지가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P51

진리가 상대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이 텍스트를 대할 때와 저 사람이 텍스트를 대할 때는 굉장히 다른 지식과 태도를 갖고 읽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내 방식대로 읽어내지 않으면 리터러시가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것, 이게 위험하죠. - P51

리터리시란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 스펙트럼이다. - P57

리터러시라는 것 자체가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면, 그 가운데 나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끊임없이 찾아낼 수밖에 없고, 너의 위치는 어디인가도 찾아내야 한다. - P57

또한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리터리시가 있다 없다는 판단하는 주어/주체는 내가 될 수가 없다. - P58

저는 이런 점에서도 리터러시에서 중요한 것이 상호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P64

‘네가 말을 못 한다, 네가 글을 못 읽는다‘가 아니라,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가 될 때에야 비로소 리터러시가 상호적인 것이 되고 서로가 성찰하게 만들어줍니다. - P64

그리고 서로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하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게 합니다. - P64

그러지 않고, 내가 읽는 방식대로 읽지 않으면 ‘너는 문맹이야, 난독증이야‘라고 하는 것은 관계를 짓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모욕하고 비인간화하는 일이에요.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