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노력만으로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불안과 우울, 무력감이 현실의 시간을 허공에 조각내버리는 듯했다. 그렇게 조각난 허무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느새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 P12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자신(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 - P24

마흔이 되고 보니 그때 마흔의 부모란 애송이. 칠순이 되어 (이제 여기 없는) 그때 칠순의 부모를 되돌아보면서 저는 저의 어떤 면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될까요. - P24

우리는 슬픔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작은 기쁨을 던져 그것을 깨뜨리려 하거나 위협을 한다. - P56

슬플 겨를도 없이 시간에 매몰되어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까지로 건너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슬픔을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는 슬픔을 기다리지 않는다. 비극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 P56

공상은 유용한 것들에 대한 무기력한 투항이 아니에요. - P63

공상은 근육의 이완과 백일몽의 모호함 속에서 기쁨은 촘촘해지지요. - P63

이것이 모험가의 일은 아닐지라도 아주 무익하진 않아요. 시간을 헛되이 쓰는 잉여 활동에 가까운 이것의 쓸모는 엉뚱한 지점에서 나타나지요. - P63

머릿속에 꿈의 공장을 짓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상의 쓸모란 ‘쓸모없는 쓸모‘에 가깝지요. - P63

삶이 사막, 밤, 광활함에 잠식되더라도 고개를 떨구거나 의기소침에 빠지지는 말아요. - P66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꺼이 일상의 안녕과 평온한 기쁨을 건네는 집이 될 테니까요. - P66

지난 백 년과 다르게 우리는 기술이 있고, 경험이 쌓였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백 년을 내다보고, 전 세계가 공조할 수 있는 전염병 대응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일들을 통해 전염병과의 두더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 P73

정작 심각한 것은 친인들을 잃어버린 물리적 거리보다 접속사를 상실한 언어의 거리가 아닐까. - P81

살아온 삶을 설명할 언어를 잃고 점차 허무로 치닫는 영혼의 감염이야말로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 P81

언어가 닿아 있는 한,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가 소멸하지 않는 한, 영혼 또한 존재한다. - P82

영혼이 아직 있는 한, 입술은 언어를 내보낸다. 이로부터 위대한 순환, 즉 절망적 세계를 구원하는 시의 운동이 나타난다. - P82

20세기의 역사는 ‘접속사‘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문명이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 P86

공포와 고독, 절망과 광기, 냉소와 허무에 시달리던 이들은 끝내 언어를 되찾지 못하고 또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 P86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유대인 대학살‘과 ‘원자탄 투하‘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겪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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