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이야기기 우리의 문화와 삶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경 속 기원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진다.

하나님께서 우주의 질서를 세우시고 세상을 자신의 신전으로 만드신 창세기 1장의 메시지는 이스라엘을 넘어 우리의 가슴에도 다가온다.

돌로 지어진 건물 없이도 하나님은 통치하신다.

그분은 어느 곳에나 계시고 가난한 자의 마음 속에 거하신다.

정체성이 무너지고, 의지했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라가 분열되고, 성전이 무너질 때에도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위하신다는 진리를 변함이 없다. 이 이야기는 2천 년 전만큼이나 지금도 사실이다.

창세기를 단순히 역사적 사실이나 과학적 발견, 폐허에서 건져 낸 고고학적 성과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이 모든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완고한 근본주의자나 공격적인 무신론자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기원 이야기에 신화나 과장의 흔적 또는 문화적 영향이 보일 때 결코 사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문학 양식을 크게 오해한 결과다.

성경의 기원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오래된 대가족, 창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하나님의 가족에 속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우리가 실수하고 넘어질 때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신다.

독자의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문서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버리고 성경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즐기는 태도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읽을 때 생기는 긴장과 질문을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이 주고받는 대화로의 초대라고 생각한다.

수 세기 동안 지속된 이 위대한 대화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성경을 해석하는 미드라시는 성경 해석이 꼭 제로섬 게임과 같은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좋은 이야기가 그렇듯 성경도 무궁무진한 통찰을 제공하며 새로운 도전을 불러온다.

관계의 하나님은 우리에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성경을 주셨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믿음의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곧 옳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회복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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