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집어삼킨 경험이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감각과 물리적 실재와의 관계, 즉 한 인간의 핵심이 되는 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밝혀지기 시작했다.

트라우마는 그저 과거 어느 때 일어나 끝난 사건이 아니라, 그 경험이 마음과 뇌, 몸에 자국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리고 이 자국은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현재를 살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면서 계속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트라우마는 마음과 뇌가 인지한 정보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것을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도 변화시킨다.

트라우마 희생자들에게 예전에 겪은 일을 말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통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신체가 자동으로 과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언제든 공격이나 폭력을 당할 태세를 갖추며 이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와 호르몬 반응을, 당시 이야기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바꿀 수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위험 요소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신체가 깨닫고 주어진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를 회복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환자로 만들면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회 공동체와 분리하고 내적으로 자기 자신까지 낯설게 느끼도록 한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심리학과 심리 치료에 관한 모든 교과서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이야기하여 그 감정을 해소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트라우마라는 경험 자체가 말로 하는 표현 자체를 가로막는다.

통찰력과 이해 수준을 아무리 발전시키더라도, 현실감을 잃은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정서적 뇌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그 경험의 핵심을 전달하는 것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보고 나는 지금도 놀랄 때가 있다.

이들은 내면이 경험한 일을 인지하고, 느끼고,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가해진 일, 즉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나 복수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뇌 스캔을 통해 이들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로 지속되고 있는지 확인했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경험으로 그 두려움이 촉발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그 경험을 계속해서 흘러가는 현재의 삶과 결합시키지 않았다. ‘거기‘에 계속 머무른 채, 어떻게 해야 ‘여기‘에 머무를 수 있는지,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과거의 사건에 대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머릿속에 트라우마 기억이 우세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곳에 온전히 머무르지 못하면 자연스레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 장소가 공포와 고통으로 가득한 곳이라도 마찬가지다.

트라우마 스트레스 치료에서는 환자가 과거에 대해 느끼는 감각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 상황에 다시 노출되면 감정의 분출과 과거 재현 증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도되는 방법이다.

나는 이런 시도가 트라우마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일어나는 일을 오인한 데서 비롯된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환자들이 현재를 온전하게,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망가진 뇌 구조가 원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감각을 없애면 반응성을 줄일 수 있겠지만, 가만히 길을 걷거나 요리를 하고 아이들과 노는 거소가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몸에는 비극적인 경험의 흔적이 남는다. 트라우마의 기억이 내장 감각으로, 가슴을 찢고 속을 뒤틀리게 하는 감정으로, 자가 면역 문제와 골격계·근육계 건강 이상으로 암호화되어 남는다.

마음, 뇌, 내장기관의 커뮤니케이션이 감정 조절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면,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에도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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