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힘은 강하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아주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다. 다행히 전통의 맞은편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야기는 실현되지 못한 수많은 변화를 내보이며, 인간이 변화에 대한 호기심과 충동을 간직하게 한다.

카스트로의 고통은 진실했다. 쿠바 국민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스트로는 ‘간접 경험‘을 선사하고 훌륭한 ‘이야기꾼‘이 됨으로써 자신의 정치 생명에 찾아온 대위기를 넘겼다. 실패는 미움을 산다. 하지만 비극적인 영웅의 실패담은 너그러운 동정과 이해를 얻는다.

현대 예술가에게 작품이란 더 이상 삶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옮겨 적는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고 해석이 가능한 예술 작품은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일종의 단서일 뿐이다.

이들은 보고 감상하는 작품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가 평상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진실한 삶, 진실한 시공, 진실한 이야기에 주목하길 바랐다.

다른 사람이 준비한 단순한 결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말고 언제나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여기에도 전후맥락이 있겠지? 이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끝나면 끝이다. 이런 ‘쿨한‘ 시간 개념을 받아들이고 ‘그다음‘을 물고 늘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롭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고, 이야기가 선사하는 커다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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