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토옙스키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것은 대부분 그의 의사와 무관했다.
시베리아 유형과 도박 중독과 천식을 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 숙명적인 이동은 예외 없이 그의 작품 속 서사의 일부로 굳어졌다.
시베리아는 『죽음의 집의 기록』과 『죄와 벌』에, 모스크바는 『백치』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미성년』에 이르는 수많은 소설에, 유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백치』와 『악령』에, 트베리는 『악령』에, 스타라야 루사는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실제의 공간과 지명은 그의 문학 속으로 들어와 때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때로는 저자의 의도를 전달해 주는 비유이자 상징이 되었다.
지도 위의 랜드마크는 시간 속의 사건으로 전이되었다. 특정 공간을 따라가는 저자의 이동 궤적은 소설 속에서 사상의 움직임으로 복제되면서 놀라운 역동성의 문학을 창출했다.
연민은 그의 윤리적 어젠다 맨 앞줄을 차지한다. <연민은 가장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인간 실존의 법칙이다> 혹은 <연민-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전부다>라고 말할 때 그가 의미하는 것은 값싼 동정이나 단순한 측은지심이 아니다.
러시아어로 <연민sostradanie>은 <함께so>와 <고통stradanie>을 합성한 단어다. 영어의 <연민cpmpassion>도 같은 원리다. 요컨대 타인의 고통을 불쌍히 여길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함께 고통당하는 것이 곧 연민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물질의 분배가 아닌 고통의 분담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멈춘 적이 없지만 또 그렇다고해서 부자라고 무조건 비난하지도 않았다. 탐욕과 인색을 혐오했지만 돈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지도 않았다.
도스토옙스키가 돈과 관련해 일관되게 우려했던 것은 병적인 집착에서 촉발되는 맹목적인 <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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