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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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언뜻 들었지만 금세 잊혀버린 이름. 

무슨 사건이 어떻게 있었는지 관심이 없었다. 


평소 좋아하는 은유 작가의 책이라 읽었다. 

하지만 은유 작가의 글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인터뷰집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 책은 '김동준' 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현장실습생이었던 동준 군은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그 죽음의 실체가 드러난다. 


바로 그것은 

학습도 실습도 아닌

죽음의 노동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폭력과 욕설이 일상화되어 있는 곳.

학생들에게는 어떤 권리도 없는 곳.

어떠한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곳.


자유가 사라진, 그리하여 철저히 억압되고 통제된 그 현장에서

동준 군과 또 다른 많은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잊고, 잃어버린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자라면서 언제 어떻게 배우는 걸까. 부당한 상황에서는 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회사는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을.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는 것을. 입사 3년차, 10년차가 지나면 자동으로 터득할 수 있을까. - P13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 흩어진 사고의 기록을 모아놓으면 공통의 문제점이 보인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초반 적응 시스템이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모두가 꺼려하는 일이 조직의 최약자인 그들에게 할당됐다는 것,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공적으로 문제 삼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 P17

대개의 사람들은 가치와 의미가 충만한 인생을 추구하지만, 고통받는 이들은 늘 제자리를 지키는 냉장고처럼,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처럼,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을 갈구한다. 아니, 일상을 떠받치는 사소해 보이는 존재와 행위와 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뒤늦게 자각한다. - P18

우리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할 때, 학교교육을 생각해요. 그것도 당연하지만, 더불어 부모들이 바뀌어야 해요. 성인들을 모아놓고 주입식이 아니라 직접 발표 수업을 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평생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P93

폭력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실체가 뚜렷하지 않아요. 폭력은 일상적으로 널려 있고 의심하지 못하게 존재해요. - P115

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말 잘 들으면 죽는다는 거예요. 말 잘 들으면 회사에서 이용해먹고 최악의 업무만 시키니까 말 잘 들을 이유가 없어요. 대한민국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어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은 안 나와요. 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다 힘 있는 사람이에요. 나올 수가 없어요. - P137

특성화고는 몇 년 사이에 서열화가 굳어진 것 같아요. 특성화고 내 서열화를 뛰어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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