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지금 내가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사는 것뿐일 거야. 아마 남은 여생 동안 그래야겠지.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다시 나를 잊어 버리고, 그래서 내가 다시 이름 없는 가난한 놈이 될 때까지는 그래야 할 거야. 하지만 꿈도 없이 가난하다는 것... 아니, 모모, 그건 지옥이야."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모모는 여태껏 제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쳤다. 그 동안 내내 자기만, 자기의 쓸쓸함과 자기의 두려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곤경에 빠져 있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모모 자신이었다. 회색 신사들을 움직여 친구들을 풀어 주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는 해보아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모는 문득 마음 속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점점 자라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 뒤집혀 정반대의 감정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이제 어려움을 이겨 낸 것이다. 모모는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상 어떤 세력도 자기를 털끝만큼도 다치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털끝만큼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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