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례자로 지하에 가지 않았다. 어떤 신비한 임무를 띠고 탐험을 시작하지 않았고 신성한 지혜를 되찾으려 길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 속을 뒤지며, 세상이 내 주변에서 모습을 바꾸어 거대한 종이접기 작품처럼 접히고 비틀리고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현실이 단단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