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과 용서 - 값없이 주신 은혜의 선물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순현 옮김 / 복있는사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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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볼프는 1장부터 3장에 걸쳐 베푸는 삶에 대하여 말한다. 1장에서 그는 우리가 만든 그릇된 하나님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하나님의 존재와 실재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과 한계, 욕망에 따라 대체되어진다. 우리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실제 모습과는 별개로 하나님을 흥정꾼으로 혹은 산타클로스로 대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다. 또한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신 분이시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능력이나 힘으로 되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선물인 것이다. 볼프는 선물에는 답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하나님께 선물에 상응하는 것을 드릴 수는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을 우리가 믿음으로 수용하며, 감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가? 2장에서 볼프는 우리의 베풂이 어떠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주신 하나님을 본받아서 이웃에게 베풀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자유롭게 흔쾌히 베푸신다. 그것은 자발적인 베풂이다. 우리 또한 다른 유익을 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기꺼이 베풀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기뻐하시길 원하신다. 우리는 서로 베푸는 가운데 기쁨을 공유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베푸는 삶을 통해 기뻐하신다. 우리는 얼마나 베풀어야 하는가? 신세진 것보다 더 많이 베풀되,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나 우리의 도덕적 청렴으로 덕을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은 평범한 선물이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다. 

우리 안에 이기심과 교만과 게으름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안에 가득하게 있음에도 우리는 어떻게 베풀 수 있는가?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풍성하신 하나님께서는 다함없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작은 행동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을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록 모든 것을 다 채워주지 못하겠지만, 하나님께서 다양한 은혜의 방편을 통해 후하게 채워주실 것이다. 또한 우리는 나누는 삶을 통해 물질과 타인,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뀜을 알 수 있다. 절대적 영향으로 자리 잡았던 것들이 상대적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내면적인 풍성함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으면서, 우리의 존재까지도 부요하게 되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풍성하게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을 기꺼이 즐겁게 나누면, 그 나눔을 통해 우리 또한 풍성하게 되어질 것이다. 명제적이거나 추상적인 앎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이 베푸는 삶이 될 수 있는 과정들이 조금 더 기술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볼프는 4장부터 6장에 걸쳐 용서에 대하여 말한다. 그는 악행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용서’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이전에 잘못한 행동을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며, 잘못을 행한 사람은 죄책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볼프는 용서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잘못이 없다고 하는 행위가 아님을 말한다. 용서는 철저하게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잘못된 행위라고 규정하고 명명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용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용서의 더 적극적인 의미는 가해자에게 선물을 베푸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이 그릇되었다고 명명하지만, 그 행위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돌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왜 용서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용서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와 악행을 그저 두지 않으셨다.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꾸짖으셨다.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났는가? 바로 성부 하나님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예수를 우리를 위하여 이 땅에 보내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용서를 위해서 정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희 의로우시다. 하나님께서는 죄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속죄를 베푸심으로 정의의 문제를 해결하신다. 그는 우리의 모든 빚을 갚아주셨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죄 사함을 받고, 그의 의를 통해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어져간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거하고, 그리스도는 우리 안에 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손을 활짝 펼쳐,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들인다. 또한 우리는 회개를 통해 우리가 용서받아야 할 죄인임을 고백하고 표현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회개가 있기 전부터 용서를 베풀어 주시지만,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들에게 용서하라고 강권하신다. 우리가 남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베푸신 용서를 철회하신다고 볼프는 강력하게 권고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악으로 악을 이기려고 한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죄성은, 우리에게 가해한 사람에게 용서를 베풀지 않게 만든다. 실제로 용서는 너무나 힘겹다. 우리를 가해한 사람들이 행한 그 잘못된 행동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용서해야하는가하는 질문이 머리를 맴돈다. 볼프의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게 된다. 볼프는 우리에게 용서할 수 있는 힘과 권한까지 주어졌다고 말한다. 우리가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하나님의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그릇된 기억 혹은 해석으로 가해자에게 또 다른 가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를 철저한 피해자로 위장하고, 우리에게는 죄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잘못을 잘못 다룰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또한 실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볼프는 이 책을 통해 용서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 우리의 실제적인 고민에 세밀하게 응답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용서가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공동체를 통해 용서가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조금 더 많이 다루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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