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 기독교란 무엇인가, 전면 개정판
박철수 지음 / 대장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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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개신교는 안팎에 걸쳐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러 부정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개신교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추문들, 교단과 신학교의 다툼과 분열들, 교회 권력과 명예를 둘러싼 싸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 오르내린다. 지금 한국 교회의 위기는 개신교 전래 이래 가장 큰 위기라고 여겨진다. 더 큰 문제는 교회을 향한 비판은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하여 기독교 교리에 대한 의심과 공격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기독교의 하나님 자체에 대한 부정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적인 이유와 외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신학과 성서해석이 우리에게 주어진 본문과 인간과 세계의 상황이 어떠해야하는지를 늘 파악해야하는 관계라면, 내적인 복음의 확실성과 더불어서 전세계적인 상황과 한국의 상황에 대한 탁월한 안목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복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에, 복음에 대한 확신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삶에서의 적용도 전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은 예수님의 구속사역을 통한 개인의 구원에 머무는 복음이다. 그것을 조금 더 풀어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거역한 죄인들이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우리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값을 치를 능력이 없다.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님과 다시 화해하도록 우리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행하신 일을 믿는 모든 사람은 천국에서 영생을 누릴수 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복음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의 핵심은 바로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이다.


이러한 복음이해는 우리를 자기 안에 갇히게 한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의 상황 가운데 더 큰 그림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정황과 구조적인 결함은 우리의 시각을 점점 더 협소하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의 고통과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이유를 망각하게 된다. 존 하워드 요더는 “사람들은 특히 인생의 연약함과 덧없음을 인식할 때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죽음의 공포와 내세에 대한 말씀을 듣기 원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로 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설교와 시가 죽음을 다루었고, 당연히 인간이 필요로 했던 좋은 소식은 영원한 생명이란 말로 설명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필요나 시대적 정황, 종교적 전통으로부터 시작한 복음 이해는 하나님께서 본래 의도하신 목적과 그분의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복음이 필요하다.


복음은 적어도 성경과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절대 가볍지 않았다. 복음은 깨어지고 뒤틀려진 세계를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도래시키는 메시아이며 왕이신 예수님을 어떻게 따를 것인가에 관한 혁명적이고 도전적인 메시지이며, 하나님나라 운동으로의 초청이었다. 하나님나라는 성경의 최대 주제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의 최대 주제이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생애는 전복적이고 급진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힘의 논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로마인들을 축출하고 모든 일을 바로잡아 줄 메시아를 소망했다. 예수님이 태어나던 때, 유대 공동체 안에는 메시아에 대한 희망이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기대와는 달리 연약한 종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중심부가 아닌, 갈릴리에서 조용히 사역을 시작하셨다. 그는 폭력과 힘, 강압의 모습으로 오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낮은자의 모습으로 고난당하셨다. 그는 무력 대신 고난을, 폭력 대신 사랑을 내세웠다. 예수님은 기성 체제를 위협했다. 그는 사두개파, 바리새파, 로마인, 저항 세력들이 타고 있던 안락한 배들을 똑같이 흔들어 댔다. 예수님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그 당시의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의 혁명은 거꾸로 된 것이었다. 단검이 아니라 긍휼의 행위가 혁명을 이끌었다. 사랑은 새로운 율법이었으며, 그의 뒤집힌 나라를 알리는 깃발이었다. 


이렇듯 하나님나라의 도래는 변혁적이며, 혁명적이다. 이러한 논조로 박철수 목사는 그의 책 『하나님나라: 기독교란 무엇인가』에서 먼저 한국교회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그와 동시에 한국교회의 여러가지 어려움이 하나님나라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선포하지 못했기에 파생된 문제로 파악한다. 먼저는 하나님나라와 유토피아의 개념적 정의와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한다. 유토피아 또한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겠지만, 합리주의와 이성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 유토피아와는 다르게 초월적인 계시에 바탕하고 있는 하나님나라는 결정적으로 다름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창세기 1-4장을 면밀하게 해석하면서 복음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실존, 즉 죄된 상태에 대하여 선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2장의 서두는 죄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하나님나라가 복음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돌이킴, 즉 회개가 전제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나라의 개념적 정의를 뛰어넘어, 하나님나라와 회개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를 3장과 4장에 걸쳐 분석하고 있다.


회개는 믿음을 동반한다. 참된 믿음과 거짓된 믿음의 차이는 신념과 행동, 소속의 변화를 거쳤는가의 여부이다. 그런 점에서 4장 마지막 부분의 거짓 믿음(콘스탄틴 황제의 예)과 대조적으로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5장에 밝히고 있다. 저자는 창세기 12~22장과 로마서 4장에 근거하여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믿음은 하나님나라의 입장권이다.” 본격적으로 하나님나라를 말함에 있어 핵심적 주제인 하나님나라의 긴장은 ‘이미와 아직(Already, but Not yet)’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저자는 ‘이미 시작된 하나님나라’와 ‘미래에 완성될 하나님나라’를 6, 7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하나님나라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이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오게 될 주제들은 소수의 학자들만 다루고 있거나, 다루더라도 몇 가지의 주제만 있을 뿐 모든 주제를 통전적으로 다루지는 못하는 듯하다. 저자는 기존의 하나님나라 관련서적과는 다르게 사탄의 활동, 하나님나라와 권세, 하나님나라와 가난한 자, 정치, 생태계, 안식일, 교회, 새 하늘과 새 땅을 8~16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하나님나라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하나님나라의 관계적이고 통전적이며 급진적인 성격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 사회, 환경 등의 주제 또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대부분의 주제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책은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더 깊이 주제에 파고들어 문제를 진단하고, 성경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양한 서적과 연구들을 총망라해서 잘 소화하고 흡수 한 뒤 새로운 언어와 통찰로 다양하고 폭넓은 영역의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  먼저 성경적이다. 이 책은 하나님나라에 대한 신약성서의 증언의 순차적 전개를 존중하는 성서신학적인 책이다. 다양한 신학자와 그들의 저서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성경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접근 이전에 성경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하나님나라를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주제에 있어서도 성경의 구절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해석하여 자신의 논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은 역사적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2천년 교회사를 통해 검증된 정통신학자들의 신학적 통찰을 적확하게 인용하거나 인증하고 있다. 바울, 칼빈, 아브라함 카이퍼, 디트리히 본회퍼, 헤르만 리델보스, 조지 래드, 프란시스 쉐퍼, 오스칼 쿨만, 존 스토트, 위르겐 몰트만, 하워드 요더, 리처드 마우, 톰 라이트, 김균진, 김세윤, 김회권 등 많은 신학자와 저술가들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성경적이며 역사적일뿐만 아니라 이 책은 실제적이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칫 추상적이거나 명제적으로 주제를 다룰 수가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문제나 내면의 문제를 뛰어넘기 때문에 정작 한 개인이 하나님나라 복음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쉽게 안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저자는 구체적이면서도 실제적으로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의 정치와 사회, 문화, 환경 등의 영역은 우리와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며,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실제적인 이유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며,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하나님나라의 성격은 본래 변혁적이고 전복적이며 급진적이다.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강하게,  거칠지만 섬세하게 하나님나라와 하나님나라의 전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가 참된 복음에 반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지한 초대에 기쁨으로 순종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땅에 소외된 연약한 이웃들이 하나님의 위로 가운데 참된 샬롬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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