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숲으로
장세이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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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지나치게 번다한 날, 경계심이 낮아지고 기분이 좋은 날의 마무리가 때론 이렇게 되는 걸 징크스 삼진 말아야겠다. 바빠서 정신도 혼미하고 벅찼다. 그래도 꼼짝 안하고 영화 보는 것보다 오늘 마무리는 책으로 하고 싶다. 흔히 숨 쉴 틈 없이 바빴다고 하니, <숨 쉬러 숲으로>를 읽어야겠다. 숨 쉬러 책 속으로.

 

마지막 장이 스포가 되는 경우는 많으나, 이 책은 첫 장이 (내게는) 엄청 인상적이다. 에세이인데 소설처럼 뒷장의 전개가 궁금해서 두근거렸다. 전나무 “죽은 나무가 숲을 살린다.” 계절별로 6종의 나무를 만나 묻기도 하고 대답도 듣고(하고) 그냥 쉬기도 하고, 그렇게 멋진 책이다. 쉴 휴(休)란 한자를 처음 보고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구나”, 했던 시절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나는 나무를 무척 좋아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는 고가의 집 앞 마당에 백목련을 한 그루 심으셨다. 나는 몸과 정신의 성장 모두 별 볼일 없는데 목련은 잘 자라 고가의 지붕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화를 즐기지 않는 분위기에 향도 노골적이지 않고 반가워서 마음이 풀어지면 어느 새 떠나버리는 꽃.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다.

 

작가가 이 책에 담아 주셔서 반갑고 감사하다. ‘생태적 지위’를 짚어 주며 경쟁을 피하려는 성품을 가치 있게 평가해주고 아름답다고, ‘나무에 핀 연꽃’이라 불러 주니 기쁘다. 백목련 “모두의 제때는 다르다.”


내 나무가 여전히 머무는 그곳은 조부모님이 사시던 집이다. 그곳에는 목련보다 더 오래 자리 잡고 살아온 나무님들이 계신다. 내가 기억하는 나무들과의 기억 속에는 늘 돌아가신 그리운 분들이 계신다.

 

볕이 잘 드는 곳에 계신 배롱나무(백일홍나무)는 몸이 아주 매끈하다. 그게 신기해서 어릴 적에 잠시 손을 붙이고 있으면 할머니께서 나무가 간지러워 불편해한다, 놀리셨다. 나무가 나와는 체온의 차이가 큰 것이 참 신기했다.

 

담장 가까이의 감나무는 절대 가지에 오르면 안 되는 나무였다. 죽은 나무가 아니라도 가지가 탁! 부러져 순식간에 떨어진다고 하셨다. 대신 그토록 예쁘고 말랑한 과일을 낳아 주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내가 겉과 속의 색이 같은 과일을 좋아하게 된 것은 감나무의 보석 같이 아름다운 열매에 대한 여러 추억 때문일 것이다. 감나무 “잠시 쉬어감이 어떠리.”


운전을 열심히 하던 때에 어느 국도에서 만난 느티나무는 지나치게 잘생겨서 외모가 아주 멋져서 반하게 된 나무였다. 이 동네 초입에 한 때는 여기 비닐하우스 말고 아기자기한 동네 길도 주막도 사람들도 있었다고 입구를 내가 내내 지키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해가지지 않았다면 반짝이고 서걱이며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는 멋진 나무에 홀려 곁을 떠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 후로 나는 나무에 당줄 묶고 음식 바치고 절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다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이 한 없이 작아지며 제 지위를 찾아가게 하는 큰 절을 해도 모자랄 존재이다. 느티나무 “백년도 못 사는 것들이.”


마지막으로 스릴러 미스터리처럼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나무를 이 책에서 만났다.

 

혹시 다들 아시나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름을 가진 나무?

 

“참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아울러 이르기도 하지만 참나무라는 종 자체는 없다는 사실은 숲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수만 가지 놀라운 정보 중 하나다. 나무타령뿐 아니라 참나무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도 수없는데, 아예 세상에 없는 나무라니, 어찌 아니 놀랄까.”

 

무려 20여 종의 나무들이 ‘참나무과’이다.

 

- 너도밤나무, 밤나무, 구실잣밤나무

-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 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종가시나무, 졸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나무 이름들을 따라 적어보는 일이 왜 이렇게 좋을까. 역시 사람이 너무 제 속으로만, 제 생각에만 파묻혀 있으면 해결되는 것도 없이 힘들기만 하다. 나 말고 다른 이들, 다른 생명들을 글이나마 만나는 일은 이렇게 중요하다. 읽다 보니 숨도 잘 쉬어 진다.

 

“분명 이름이 존재하고 그 이름 또한 널리 불리지만 실제 참나무는 존재하지 않듯 한때 내가 꿈꾸던 가족, 지극히 평범한 가족 또한 다 허상 같다. 이제는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생김새가 닮은, 혹은 닮아가고 싶은 존재와 진심으로 엮인 관계, 그런 가족을 이루고 싶다.”

 

실존과 허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작가는 이 특별한 나무를 인간관계를 짚어보는 숙고에 담아 이런 멋진 통찰을 남겨 준다. 단일민족이라거나, 핏줄, 혈육,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오래 믿어 온 한국사회에서는 이 차분한 문장들도 무척 도전적인 생각이다.

 

허상이라 결함이 너무 많아서 가리고 변명하는 이야기들도 그렇게 많은 것이다. 거듭해서 신비롭고 아름답게 믿고 믿으라고. 그 이면의 참혹한 현실이 많고도 많지만 오늘은 그리로는 가지 않겠다.

 

한 겨울에 나무를 봐야 잘 보인다는, 겨울눈을 보라는 멋진 가이드는 꼭 기억했다 다가올 겨울에 나무들 보러 진짜 숲으로 가고 싶다.

 

“나무든 사람이든 오롯이 홀로 사는 존재는 없다. 알게 모르게 모두 기대어 산다. (...) 서로에게 기댄 줄기(人), 한 줄기에서 갈라진 나뭇가지(人), 그 모습이 곧 나무고 사람(人)아니든가.”

 

나무 그늘을 좋아하니, 어쩌면 사람의 그늘도 조금만 더 느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살다 보면 원치 않은 그늘이 드리울 때가 있다. 누구나 그늘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견딜 수는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늘은 내력을 키운다. 끝끝내 그늘을 견디면 마음의 근력이 치밀해져 어지간한 외력에는 휘청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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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 북극곰의 위기는 인류 위기의 예고편
서형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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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6일 기준으로 약 2억 명의 확진자 가운데 427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현대사회는 14세기보다 의학이 훨씬 발달했지만 전염병은 이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전염병의 마지막 피해자는 우리 인류다. 인류의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이라는 위기의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를 멈추게 한 전염병을 겪고도 전 세계가 재발 방지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무용한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래도 아직은 짜증과 분노와 범벅이 된 이런 생각을 혼자 조용히 하고 가능한 빨리 폐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 안도하곤 한다.

 

우리가 IMF라고 부르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존경하는 스승은 이걸 계기로 인류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더 나은 길로 방향을 틀면 결국엔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낙관하셨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자본은 그때보다 더 집중되고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커지고 스승은 그새 돌아가셨다.

 

인간의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답답한 일투성이지만 더 오랜 세월이 지나봐야 그때의 위기를 경험한 것이 결과적으로 수렴할 미래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긴 하지만, 판데믹의 원인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코로나19는 기후위기 탓이라 대답한 80%가 넘는 사람들은 그때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건가, 아예 표본 자체가 잘못된 건가 혼란스러운 현실은 참 자주 만난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이지만 기후변화와 깊이 연결된 현상이며, 그 원인은 세계 각국의 산림 벌채, 광산 개발, 댐 건설, 도로 건설, 농장 조성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무차별 파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물들이 급감했고 생태계가 단순해지면 병원체의 확산은 커진다. 그리고 70억 명이 넘는 대면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은 이상적인 숙주이다.

 

11월 1일은 참 멋진 가을날이면서, 단계별 일상회복을 위한 첫 날이다. 축하 파티를 미리 당겨하듯 난장을 이미 치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류가 당면한 앞으로의 현실은 한국, 서울, 이태원은 안중에 없을 수준일 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하지만 익숙해지기도 한 코로나19 말고,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 병원균은 ‘수없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론이다. 온난화가 더 확산되면 한 번에 병원체 하나가 아니라 쉴 새 없는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백신을 만들어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온난화는 얼음 속 바이러스만 깨우는 것이 아니라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채로 저장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해방시킬 것이다. 그 양은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2배, 약 1조 6,000억 톤에 달한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지혜”를 핑계 삼아 아~몰라~로 살고 싶은 생각이 소위 굴뚝같다. 채식을 지향하고, 일회용 사용을 가능한 줄이고, 분리배출에 애쓰고, 재활용과 새활용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는 많지만, 우리가 평생 애써 줄여도 산업폐기물을 한 차례 덤핑하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나마도 안 하면, 초중고교에서 기후 환경 교육을 받는 아이들 볼 면목이 없다. 이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간신히 50%를 넘었다. 세계기상기구가 본부를 한국으로 옮겼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선 후 첫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6에 참여한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결심들을 고대한다.

 

- 기후 위기 문제는 구호를 외칠 시기가 지났다.

- 이제 실천만 남았다.

- 인류를 살리는 마지막 세대는 지금의 인류다.

- 시간이 없다.

-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고서도 운 좋게 생물이 생존하는 행성으로 존재해왔지만, 지난 50년간 야생동물 58% 감소, 포유류 26% 멸종 위기이 처했다.

- 인류의 파괴적 행동으로 100년 안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으며, 예상되는 생물 종 멸종은 70%이다.

-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마지막 기회는 앞으로 10년이다.

-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무조건 완수하고 이미 배출된 탄소도 포집해야 한다.

- 전 세계 1%의 부유층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은 가난한 인구 50%가 배출하는 양의 2배이다

- 기후변화 문제는 불평등 문제이다.

- 2019년 7월 29일은 지구가 생태 자원을 모두 소비한 날이다. 7월 30일부터 우리는 미래 세대의 생태 자원을 미리 당겨서 사용하고 있다.

- 한국이 생태 자원을 모두 소비한 날,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는 4월 5일이다. 한국인의 소비 수준은 지구 3.5개를 필요로 한다.

-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 도시는 서울이다. 인구가 2배나 많은 광저우보다 배출량이 많다.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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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그린>(21세기 북스, 2008)의 저자 토머스 L.프리드먼은 “지정학적 팬데믹(9.11테러), 금융 팬데믹(글로벌 금융 위기), 생물학적 팬데믹(코로나 19*)에 이은 생태학적 팬데믹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프리드먼은 기후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비유했다. (...) 이미 기후변화하는 ‘검은 코끼리’가 우리 눈앞에 서 있는데, 이 코끼리가 온 방을 망가뜨릴 때까지 모른 척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경고한 것이다.

 

* 인간이 야생이라는 완충장치를 파괴하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흘러들어오면서 초래된 것.

 

** ‘검은 백조’(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비유한 말)와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내면 일어날까 봐 두려워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비유한 말)를 합성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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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안경점 - 2022 읽어주기 좋은 책 선정도서 ㅣ 신나는 새싹 165
조시온 지음, 이소영 그림 / 씨드북(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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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경을 중학 시절부터 착용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입학 전에도 초등시절에도 아주 활동적이고 매년 열중하는 특정 스포츠 종목이 있을 정도였는데 - 덕분에 집에 야구, 핸드볼, 배구 용품 등이 수북 - 안경을 사용하면서는 체육시간 구기 종목도 불편해졌습니다.

 

인간은 청각, 후각, 미각 등은 겨우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이고, 그나마 시각 정보에 집중하는 편이니, 시력이 약한 것, 나쁜 것은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입시교육 체제라 덜 불편하게 성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온 가족이 안경을 사용하니 이 책은 가족이 함께 읽기에 완벽했습니다. 각자의 일화를 불러내는 감상이 다 다르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시야가 흐려지면 안경의 도움을 받고, 안경을 닦으면 세상이 환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마음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체육시간에 안경이 부러져 안경점에 간 ‘미나’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남들에게 희미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안 보이게 하고 싶으나 감출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혼자 생각으로 아주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될 리는 없으니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나 봅니다. 오히려 지금은 마스크로 인해 가리고 다닐 수 있는 시절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제 기억 속 어느 시절엔 사람을 다리 길이로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방송에서 남발하며 비웃던 개그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다리가 없거나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이 현상을 견딜까 끔찍하다고 친구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지요

 

한 존재를 이렇게 신체 일부의 모습으로, 특징으로, 혹은 특징이나 단점이 아님에도 굳이 부각시켜서 놀리거나 괴롭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모두가 광고상품이나 성형외과 알바생들일 리는 없을 텐데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간의 뇌가, 타인들을 구별하고 분리하면서 최대한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했다는 인지과학, 뇌과학의 이야기들도 있습니다만,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만 살지도 않고, 사회적 현상으로 부추긴 다른 이유들도 분명 있겠지요.

 

다채롭고 아름답고 기분 좋은 그림책을 읽고 묵직한 글을 남기고 맙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지만, 11월의 첫 날이라 힘을 내보려다가도 마음이 거듭 흐려져서 그런가봅니다. 외부의 영향에 팔랑거리는 저는 게으르지 않게 매일 마음을 들여다보고 안경 닦아 쓰듯 잘 닦아야겠습니다.

 

! 숨은 그림(?)과도 같은 그림의 재미가 있습니다. 읽게 되심 무엇이 무엇과 연결되는 것인지 재밌게 찾아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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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 ㅣ 만화로 보는 3분 교양 시리즈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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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읽고 즐겁게 많이 배웠다. 

두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신의 한 수! 라 여겨지는 구성이라, 

대화를 듣다 보면 철학을 설명하는 캐릭터보다 

설명을 듣고 배우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좋았다.

 

재밌는 유머들도 있고 사투리도 나오는데 내용은 철학적으로 충실하다. 

모르던 철학자들에 관한 내용을 읽고 나니 뿌듯하고, 

순서대로 시리즈를 계속 읽으면 

쉽고도 유익한 철학사의 지식이 생길 거란 기대가 크다.

 

접근성과 가독성이 좋은 인문교양서가

7월에 이어 11월에 출간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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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런웨이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6
윤고은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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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서점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책을 구입할 수 있기 전까지, 책을 만나러 가는 장소는 도서관이었다. 책이 목적이기도 했지만 도서관에 들어가는 그 순간의 ‘나’가 설레고 좋았다. 조용하고 정갈한 책의 거리, 서가 사이를 조용히 걸으면, 비염도 사라진 듯 책의 향기, 책 공간만의 냄새들이 심장을 떨리게 했다.

 

<도서관 런웨이>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독자 모두를 설레게 하는 작품의 시작은 이렇다.

 


‘뒷굽’이란 단어가 대학시절 도서관의 나를 소환한다. 브랜드 모델이 착용한 구두를 꼭 선물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굽이 딱딱한 신을 신고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던 서가, 오후의 그 시간. 산더미 같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흘낏 한 눈을 팔기도 했던 안온했던 장소였다.

 

그땐 도서관도 못 가보는 시절을 살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휴관이 늘고 언제가 휴관인지 헷갈리는 지경이 되어 불편해서 점점 더 안 가게 되었다. 지난 사진을 보다 마지막으로 찍은 도서관 사진이 작년 겨울이라는 걸 알고 놀랐고 슬펐다.

 

2년간의 영화와 책도 판데믹 시절을 굳이(?) 현실감 있게 묘사하거나 다루지는 않았다. 그래서 잠시 잊기도 했고 그래서 현실감 없는 작품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이 작품은 코로나 판데믹을 다큐처럼 묘사에 활용한다. 도서관은 제한 운영을 하고, 머무는 방문은 안 되고 겨우 대출만 할 수 있고, 결국 문을 닫고, 친구와는 줌으로 대화하고, 구체적인 거리두기 지침까지. 내가 경험한 현실의 풍경들이 서사에 펼쳐진다. 안나는 내내 마스크를 하고 도서 대출을 받으러 갔을 것이다.

 

결혼준비를 하는 중에 제목을 보고 대출한 몇 권 중에는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한 지침서>라는 책이 있었다. 가이드북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보험약관집’이다. 30년이 넘게 도서관을 열심히 들락거렸지만 보험약관집을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지 몰라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재밌기도 했다. 물론 내가 아는 그 매뉴얼 책자일 리는 없겠지만.



공공연한 비밀 혹은 상식처럼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양한 신화와 아름다운 스토리로 장식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해피엔딩의 종착지로서 결혼은 계약관계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혼인 계약서에 양자가 합의하고 법적 관계를 성립시켰는지 아닌지의 차이이다.

 

혼인 외에도 현실에서 계약을 통하지 않고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은 거의 없다. AS는커녕, 손해배상, 손실보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결혼과 보험약관집이란 설정은 전혀 우습지도 생뚱맞지도 않게 느껴진다.

 

이런 현실은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다, 지그재그로 뻗은 핼리팩스 도서관 내부를 걷는 런웨이를 계기로 만난 남자 정우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극도로 낭만적인 서사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여기 안심결혼보험에서요. 비동거에 따른 고독 항목이 있고 보험금을 지급하잖아요. 그럼 동거에 따른 고독, 거기에 대한 보장도 있었을까요?”

 

“결혼이란 게 동거에 따른 고독을 선택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건 예상 불가한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보험사에서 보장해줄 수 있는 게 아닐 듯하고요.”

  

도서관이 들어간 제목에 끌렸지만, 대거상Dagger* 수상자인 윤고은 작가의 작품이 어떤 내용일지 설레며 읽었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요소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 복선으로 보이는 것들을 찾아보려고도 했다. 완독 후 남은 것은 감정도 관계도 뒤엉킨 등장인물 네 명의 관계와, 조금 멍하니 ‘사랑’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는 나였다.

 

“바닥을 보면 안나의 그림자와 거대한 나무의 그림자가 이미 꼭 붙어 있어서 서로의 실루엣을 무너뜨린 상태가 되어 있다고. 창밖에 바람이 불면 잎사귀의 그림자들은 더 요란하게 흔들리고 그 요동 속에서 그와 안나는 키스를 한다고. 그림자는 실체보다 더 빨리 닿는 거라고.”

 

“한 사람이 말하지, 우리 그럼 눈이 녹기 전에 끌어안읍시다.

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한 것처럼 서둘러 끌어안읍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거야. 그럽시다.”


친구 관계인 안나와 유리의 관계 묘사 중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무척 많다. ‘어느 시기에는 많이 뭉쳐 있고 어느 시기에는 또 완전히 공백상태인 그런 관계’, 나도 이런 오랜 친구들이 있어서 읽는 중에도 문득 지난 시간을 돌아보곤 했다. 둘의 근무지가 이야기 소재와 찰떡인 여행사와 보험사인 것도 재미있다.


다소 평범하게 시작한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서늘하게 내려앉기도 했고, 설레며 긴장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지금 여기 옆에 있는 사람과 밖에 할 수 없는 찰나적이지만 체온을 교환하는 따뜻한 사랑이야기라니! 결론이 예상보다 따스해서 상상 속에서 뽀얗게 내린 눈보다 마음이 먼저 녹는다.



추리소설이라면 떡밥 회수를 잊으셨다고 알려 드리고 싶은 죽음도 완독을 하고 나니 따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다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에 가면 <도서관 런웨이>가 꽂힌 서가 사이를 포스트잇을 붙이는 느낌으로 뒷굽을 내려놓으며 소심하게 걸어보고 싶다.

 

! 주의. 소설보다 더 공을 들인 것은 아닌가 싶은 ‘683쪽이나 되는 양장본 <안심결혼보험 약관집>’의 소개된 내용들이 기막히게 구체적이고 감탄스러워서 구해 읽고 싶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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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창립된 상. 추리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상 중 하나. 영국추리작가협회(Crime Writers' Association)는 각 부문별로 '대거(Dagger)' 상을 제정하고, 최고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가리는 영예로운 상의 주인공들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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