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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 북극곰의 위기는 인류 위기의 예고편
서형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0월
평점 :
“2021년 8월 6일 기준으로 약 2억 명의 확진자 가운데 427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현대사회는 14세기보다 의학이 훨씬 발달했지만 전염병은 이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전염병의 마지막 피해자는 우리 인류다. 인류의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이라는 위기의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를 멈추게 한 전염병을 겪고도 전 세계가 재발 방지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무용한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래도 아직은 짜증과 분노와 범벅이 된 이런 생각을 혼자 조용히 하고 가능한 빨리 폐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 안도하곤 한다.
우리가 IMF라고 부르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존경하는 스승은 이걸 계기로 인류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더 나은 길로 방향을 틀면 결국엔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낙관하셨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자본은 그때보다 더 집중되고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커지고 스승은 그새 돌아가셨다.
인간의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답답한 일투성이지만 더 오랜 세월이 지나봐야 그때의 위기를 경험한 것이 결과적으로 수렴할 미래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긴 하지만, 판데믹의 원인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코로나19는 기후위기 탓이라 대답한 80%가 넘는 사람들은 그때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건가, 아예 표본 자체가 잘못된 건가 혼란스러운 현실은 참 자주 만난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이지만 기후변화와 깊이 연결된 현상이며, 그 원인은 세계 각국의 산림 벌채, 광산 개발, 댐 건설, 도로 건설, 농장 조성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무차별 파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물들이 급감했고 생태계가 단순해지면 병원체의 확산은 커진다. 그리고 70억 명이 넘는 대면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은 이상적인 숙주이다.
11월 1일은 참 멋진 가을날이면서, 단계별 일상회복을 위한 첫 날이다. 축하 파티를 미리 당겨하듯 난장을 이미 치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류가 당면한 앞으로의 현실은 한국, 서울, 이태원은 안중에 없을 수준일 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하지만 익숙해지기도 한 코로나19 말고,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 병원균은 ‘수없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론이다. 온난화가 더 확산되면 한 번에 병원체 하나가 아니라 쉴 새 없는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백신을 만들어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온난화는 얼음 속 바이러스만 깨우는 것이 아니라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채로 저장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해방시킬 것이다. 그 양은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2배, 약 1조 6,000억 톤에 달한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지혜”를 핑계 삼아 아~몰라~로 살고 싶은 생각이 소위 굴뚝같다. 채식을 지향하고, 일회용 사용을 가능한 줄이고, 분리배출에 애쓰고, 재활용과 새활용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는 많지만, 우리가 평생 애써 줄여도 산업폐기물을 한 차례 덤핑하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나마도 안 하면, 초중고교에서 기후 환경 교육을 받는 아이들 볼 면목이 없다. 이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간신히 50%를 넘었다. 세계기상기구가 본부를 한국으로 옮겼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선 후 첫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6에 참여한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결심들을 고대한다.
- 기후 위기 문제는 구호를 외칠 시기가 지났다.
- 이제 실천만 남았다.
- 인류를 살리는 마지막 세대는 지금의 인류다.
- 시간이 없다.
-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고서도 운 좋게 생물이 생존하는 행성으로 존재해왔지만, 지난 50년간 야생동물 58% 감소, 포유류 26% 멸종 위기이 처했다.
- 인류의 파괴적 행동으로 100년 안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으며, 예상되는 생물 종 멸종은 70%이다.
-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마지막 기회는 앞으로 10년이다.
-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무조건 완수하고 이미 배출된 탄소도 포집해야 한다.
- 전 세계 1%의 부유층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은 가난한 인구 50%가 배출하는 양의 2배이다
- 기후변화 문제는 불평등 문제이다.
- 2019년 7월 29일은 지구가 생태 자원을 모두 소비한 날이다. 7월 30일부터 우리는 미래 세대의 생태 자원을 미리 당겨서 사용하고 있다.
- 한국이 생태 자원을 모두 소비한 날,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는 4월 5일이다. 한국인의 소비 수준은 지구 3.5개를 필요로 한다.
-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 도시는 서울이다. 인구가 2배나 많은 광저우보다 배출량이 많다.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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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그린>(21세기 북스, 2008)의 저자 토머스 L.프리드먼은 “지정학적 팬데믹(9.11테러), 금융 팬데믹(글로벌 금융 위기), 생물학적 팬데믹(코로나 19*)에 이은 생태학적 팬데믹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프리드먼은 기후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비유했다. (...) 이미 기후변화하는 ‘검은 코끼리’가 우리 눈앞에 서 있는데, 이 코끼리가 온 방을 망가뜨릴 때까지 모른 척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경고한 것이다.
* 인간이 야생이라는 완충장치를 파괴하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흘러들어오면서 초래된 것.
** ‘검은 백조’(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비유한 말)와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내면 일어날까 봐 두려워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비유한 말)를 합성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