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도가 오르기 전에 - 기후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성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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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전하는 기후변화로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들은 최선이라도 무섭고 최악은……. 스펙트럼이 넓다 해도 어쨌든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자연과 지구를 보호하자는 말은 틀렸습니다. 인간이 사라져도 자연과 지구는 남을 것입니다. 비로소 편안하게 번성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 이 책은 가장 묵직하고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팸플릿처럼 간명하고 쉽게 누구나 기초적인 관련 정보를 읽고 배울 수 있는 형식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질문할 법한 56가지에 대해 과학자들이 답변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누구와도 함께 읽고 배우고 얘기해보기 좋은 쉬운 자료입니다. 궁금한 질문들부터 먼저 읽어도 문제없습니다. 저자이신 남성현 교수께서도 기후 위기에 대해 쉬우면서 체계적인 책을 찾기 어려워 직접 집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독자로서 읽기만 하면 됩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헷갈리지 말고 - 아직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책이 심지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지만, 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속도가 빈번해지고 있어 생물종으로 우리가 적응할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도 기억하고, 지금 온실 가스 배출을 멈춰도 영향이 오래 갈 거란 것도 기억하고, 위기는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야한다는 것도 기억하며.

 

판데믹 감염병을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경고했습니다. 안 들었지요. 감염병은 사라지긴 커녕, 다양하게 주기적으로 70억이 넘는 인간을 숙주삼아 번성과 변이를 거듭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탄소 중립은 선언만 한다고 줄지 않습니다. 행동을 해야지요.

 

저는 슬프고 무서운 마음을 누르고 아이들과 읽고 기록도 해봅니다. 그런데 파리기후협약에서 ‘가급적’ 1.5도 이내로 막자는 목표에 합의했다는데, ‘가급적’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요. 해보다 잘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정도의 입장인가요.

 

우리가 이룩한 과학 기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는 것 밖에는 없나요. 지구공학적 시도를 모험처럼 마구 시도해보자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살던 대로 하던 대로 말곤 뭘 좀 덜했으면 좋겠습니다. <설국열차>의 설국의 원인은 성층권에 이산화황 살포한 부작용, 지구공학적 접근 방안이었습니다.

 

“지구는 유일하기 때문에 차선책은 없습니다There is no plan B, because there is no planet B.”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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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차박캠핑 - 장비 선택부터 추천 여행지까지 차박의 모든 것, 최신 개정판
홍유진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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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에서 가는 단체여행 좋아하셨나요? 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6학년 졸업은 제게 짐, 버스, 지루한 시간, 맛없는 식사, 불편한 잠자리만 반복되는 여행과 수련회 등등의 끝이란 감동이 컸습니다. 단체 활동 으쌰으쌰도 정말 싫어하는데 걸 스카우트 가입은 왜 했던 걸까요. 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물론 중, 고등, 심지어 대학에서도 OT니, MT니 하는 것들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그런 제가 캠핑을 막 가고 싶어 했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우르르 단체가 아니니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만 함께 하는 외박여행(?)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딱히 막 특별하게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 때도 좋았습니다. 왜 일까요.

 

하여간 그렇게 종종 캠핑을 다녔습니다. 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캠핑에 진심인 친구들을 따라 다니면 아주 편안하기까지 합니다. 봄, 가을을 제외하면 쉽지 않은 방식의 여행이지만 못 가게 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코로나 판데믹이 왔지요.

 

올 봄 5월에 지인이 가족과 가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일상이라 할 수 없는 카라반을 마련해서 그야말로 차박여행이지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인적 드문 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 집에 머물며 너와 나의 생활소음 신경 쓰느라 체증이 가시지 않는 날들이었다고.

 

차박캠핑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동수단이자 숙소이자 식당이기도 하니까요. 사람 수를 제한(?)하기도 좋고, 여행지를 선택할 여지도 더 낫고, 날씨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혼자도 문제없는 여전히 사적일 수 있는 방식의 여행이니까요.

 

물론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잘 준비해야하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뭐라도 펴고 접는 일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힘들겠지요. 그래도 가장 힘든 준비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서글프네요.


몇 번 다녀본 걸로 너무 찬양일색인가도 싶습니다. 준비의 부담이 적어서 그렇겠지만, 본격 준비를 하는 친구는 준비부터가 여행이라 무척 즐겁다고 하니 그 말을 굳게 믿으렵니다. 그래도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당연히 아닐 수 있고, 그런 경우 남의 취향을 따라 하는 여행은 휴식도 즐거움도 아니겠지요.

 

차박은 멀쩡한 집 두고 노숙하는 짓이다, 라고 거부하시는 분들 중 트레킹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 시간 관계없이 실컷 자연을 사적인 공간에서 편히 즐기시다 야간운전해서 귀가하셔도 좋겠지요. 해 지고 운전…… 저는 8배쯤 힘든 기분이라 잘 안합니다만.

 

차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전달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을 책입니다. 1부터 100가지 다 채워 넣은 느낌! 이 모든 정보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여러모로 부럽습니다. 저는 운전면허증을 바꿔볼까, 그런 위험한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생각만!

 

북토크를 벌써 하셨네요. https://blog.naver.com/sigongbooks/22210212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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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 중에 요즘 차박 시작해 행복해 하는 사람 있는데 공유할 게요. 소개 고맙습니다. 저는 조금 로망입니다만. ㅎㅎ

poiesis 2021-10-22 21:34   좋아요 1 | URL
막상 준비하려면 일이 엄청 나지요. 저도 친구 따라만 다녔습니다~ㅎㅎ 로망! 늦지 않게 이루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 압도적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의 7단계 성장 전략
윤대현.장은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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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조리함은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도 있다. 공식 직함이 리더가 아니더라도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예측이나 예고 없이 그런 책임이 닥치기도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리가 사람을 드러낸다’는 편이 더 나은 통찰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자리는 사람의 시선 - 관점 - 을 교정한다.

 

공사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스위치가 달린 사람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고 나처럼 우물쭈물하는 이들은 ‘멘탈관리’라는 것이 휴식이 없는 극한 노동이다. 평소에도 일관성이 유지되게 훈련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도 찾아 쓸 수가 없다. 단지 두통이 심해지고 있는 것인지 멘탈이 흔들리는 것인지 그조차 명확하진 않지만 뭔가 막 힘드네…….

 

“윗사람은 견디면 되는데, 아랫사람이 힘들게 하는 건 답이 없어…….”

 

제목에 ‘리더’가 자리하고 있고, 그런 내용이 맞기도 하지만, 선택과 결정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어른’, ‘법적 성인’들이 읽어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내가 그런 정체성으로 읽어서 하는 소리가 맞다.

 

-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번아웃에 빠지거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결정적인 수간에 실수를 저지름

-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음

-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더 큰 자기효능감을 가지지만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마음뿐

: 자기 마음 통제도 힘들 때가 많은데 나만 그런가. 가장 힘든 순간은 원래 대단하지도 않았던 이것저것 - 인내심 이해심 체력 등 - 이 다 바닥난 상태.

- ‘선택적 지각’의 문제 : 인간 두뇌가 한꺼번에 처리할 정보가 과다하면 선택적으로 필터링해서 사용하는 것. 단순화 작업. 이때 프레임은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

- 이 프레임으로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현실과 다른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적 반응을 하게 된다.

-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려면 심리적 통제권을 갖고 관점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 자기인식과 내적수용을 거친 단계.

 

항우울제 추천으로 ‘멍때리며 걷기’가 있어 잠시 웃었다. 지인이 쓴 글인가 싶은 친밀감이 드는 것은 그나마 오래 하는 것, 효과가 있(다고 믿)는 내 비상약에도 이것이 있기 때문이다. 들끓던 생각이 가라앉고 세상 망할 일 아니면 결국 별거 아니란 담대한 생각이 들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내적 감찰 기준이 균형을 잡는다’ ‘마음이 소탈해진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느긋한 산책으로는 도저히 상쇄가 안 되는 에너지로 들끓고 있다면 계단 오르내리기를 추천한다. 깊고 거센 호흡을 거듭하다보면 (실제로는 체력 고갈이겠지만) 부담스럽던 에너지들이 산산이 흩어진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몸의 활력을 채워주는 행동’이 좋을 수 있다는 것에 어쨌든 경험적으로 동의한다.

 

‘인지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란 무시무시한 표현이지만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방법 역시 익숙하다. 우울감이 들 때 ‘지금 우울한 기분이 드는구나’라고 감정을 하나의 정보로 처리하는 것이다. 단 내 경험상 이런 프로세스는 좀 여러 번 해봐야 자연스럽게(?) 잘 된다. 감정과 거리를 두는 방법인데 효과가 없지 않다.

 

오늘 ‘화’와 ‘시선’을 주제로 두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두 가지에 자신도 없고 휘둘리는 한 나는 제대로 어른 노릇은 못해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한 ‘야마다 레이지’라는 만화가는 <어른의 의무>라는 책에 불평하지 않기, 잘난 척하지 않기,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를 제시했다고 한다. 불평과 잘난 척, 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목요일이라 그런지 뇌가 늙어서인지 오늘은 산만하고 능률 최저이고 힘들어서 불안하고 두려웠다. 책은 읽기만 하면 되는 참 손 쉬운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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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93호 - 2021.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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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법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항을 민법 제98조의2 1항으로 신설한다고 입법예고했다. (...) 동물이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앞두고, 어느 보호소에서 복날 즈음하여 평소라면 입양이 거의 되지 않는 대형견 십수마리가 입양을 갔고, 그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 김지혜 [생명체는 물건입니까?] 창비주간논평 2021.8.4.

 

기억을 들춰보면 1990년 대 중반에 이미 동물권에 대한 논의 자체는 있었다. 학회에서 동물에게 ‘권리’를 주는 방식에 대해 상당히 세심한 논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정치적 주체agent가 아닌 대상에게는 인간이 대리자가 되어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직접 부여할 수 있는지 등.

 

나는 내가 머무는 세상이 아주 작다는 것을 잘 몰라서 그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되는 줄 알고, 적어도 다른 사람들 역시 중요하다고 여겨줄 줄 알고 살았다. 그로부터 25년이 더 지나서 ‘이제 개를 먹지 말자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거나’ ‘동물을 식재료로만 볼 것이 아니다 라거나’ ‘동물권 조항이 신설 입법 예고’가 될 지는 정말 몰랐다.

 

이런 속도라면 인간의 수명을 살며 생전에 변화와 개선을 목격하기란 참 귀하고 드문 일일 것이다. 확대되고 바뀐 법과 제도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무거워진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이 담겨져 있는 변화인가.

 

개고기를 안 먹어봐서 맛도 효과도 모른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식품의 신비한 능력을 믿기보다는 해로운 물질을 하나라도 더 줄여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못 먹어 섭섭한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 몸은 개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콩 등을 구분해서 흡수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이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의 최종 형태는 분해된 아미노산 형태일 뿐이다. 섭취 전 형태가 무엇이건 똑같다! 건강을 해치는 건 흡수된 아미노산이 아니라 추가 섭취된 여러 물질들이다.

 

“한국은 다채로운 육식 문화와 이에 대한 욕구를 실시간으로 실현시켜주는 배달 문화, 이를 뒷받침하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하건대 한국에서 동물권의 구체적 법제화와 실질적인 규제는 향후에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윤리와 도덕과 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어릴 적에 이루어지면 좋은 점은 감수성이 함께 형성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가 판단을 할 때 자료를 모두 모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감정과 감수성으로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나는 도가 지나쳐서 감정적 반응이 육체에도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형태가 분명한, 때론 살아있는, 대량의 육식재료들을 울부짖는 환호와 더불어 이로 찢어 삼키는 먹방은 자주 위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동물권’을 논의할 때는 동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확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의 장에 동물을 어떻게 포섭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세계가 궁극적으로 생태적으로 재구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주 순전히 계산적인 이유로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산업을 반대한다.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84배 정도 탁월한 메탄은 골칫거리다. 인간이 가축화해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동물축산복합체’에서 배출되는 점점 더 늘어나는 메탄은 무시할 수 없는 양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육식만 줄이면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다루는 논의는 이런 얄팍한 내 계산과는 다르게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구체적이고 법적인 구상을 담고 있다. 많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부정된 적도 없는 개발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관한 서양에서의 오래된 관념, 철학, 사상도 지적한다. 주로 동물과 인간의 ‘경계 설정’과 관련된 논의이다.

 

한국에서의 ‘반려동물’의 변화에 대한 지적은 반갑고도 유용한 분석이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한국인의 대표적인 반려동물들은 개와 고양이가 아니라, 소, 돼지, 닭이었다. 그러니 동요들에도 그토록 친근하게 등장했고, 문학과 그림에도 자주 함께 했다.

 

“가축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된 것과는 반대로 돼지와 닭, 소의 고기는 너무나 흔해졌고 (...) 식을 줄 모르는 ‘먹방’ 문화 속에서 반복되는 허기와 과식은,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지금 눈앞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할 겨를마저 빼앗아버렸는데, 생산지와 소비지의 분리야말로 아무런 감정적 동요 없이 고기를 소비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일 테다.”

 

저자도 독자인 나도 명쾌한 해법은 없다. 질문들이 가득할 뿐이다. 부디 의문을 갖는 일 자체가 유의미하길 바란다. 


- 축산업의 문제를 비판하고 친환경 ‘동물복지’를 선택하면 ‘윤리적 도축’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자

- 육식 자체를 죄악시하는 이분법적 채식 담론은 타당한가

- 인간의 육식의 관습으로 인해 인간의 생활세계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 동물들의 거취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함을 목표로 삼는 것이 동물권 논의라며 가축들을 상품화하지 않고 도축 없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변명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하지만 새로운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넓히기란 참 어렵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현실 실천 가능한 방식은 ‘낭비’를 줄이는 것 - 과식과 음식쓰레기- 뿐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명들을 일단 '식재료'로만 보는 것도 조금 바뀌면 더 좋겠다. 무엇보다 먹방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하루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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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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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드, 아이슬란드, 알라스카 아니고 그린란드 - 덴마크 자치령 - 가보셨나요? 저는 17년 전에 가보았답니다. 그것도 뜻밖의 직장 제의를 받아서. 덴마크에 머물던 때였는데 30년 전에 그 학교에서 가르친 분이 마침 계셔서 함께 그린란드로 출발!

 

그리고 마주한 풍경! 근무 제안을 했던 학교는 눈이 조금(?) 많이 오면 2층까지 차올라서 수업 마치고 귀가하려면 2층의 높은 창문이나 3층 창문을 열고 썰매에 탄 채로 내려와야 한답니다. 아 참 그전에 화장실 가다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추워서요... 30년 전 자신이 왔을 때는 영하 45도였다고 지금은 따뜻하다고 뻥치는 상사이자 스승을 때릴 뻔…….


도망쳐서(?) 잊고 살다 이 책을 만나 감개무량합니다. 수십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지질학자의 글이 불빛처럼 어른어른 거립니다. 오래 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던 풍경을 그리운 고향 떠올리듯 설명할 수 없는 기분으로 읽습니다.


과학전공자로서 현장연구field trip는 꽤 다녀보았는데, 조사서를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였군요. 제게 없던 저만의 언어를 저자는 가지고 있는 차이겠지요. 묘사가 지나치게 훌륭한 탓에 몹시 설렙니다. 지질학이 이런 연구를 하는 분야구나…… 잃어버린 내 것도 아닌데 못 해본 시간이 아깝고 아쉽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아름다운 사색을 야생의 땅이 살찌운 상상력이라 합니다. 일반적인 경험을 뛰어넘는 경험으로 ‘우리가 영혼이라 여기는 것의 태곳적 심장’이 세차게 뛰는 곳, ‘일종의 집’, ‘교훈을 담은 풍경’, ‘감정적인 진실’.


‘장소’는 모든 생명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집니다. 부모의 품 속, 방, 집, 동네 이렇게 점점 확대되는 장소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이릅니다. 그런데 제 방을 어지럽히는 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자살이 목표인 사이코패스처럼 사는 인간의 자기파멸 성향은 무엇이고 왜 그럴까요.


환경학/철학, 생태학/철학(ecology/ecophilosophy) 중에 심층생태학deep ecology로 번역된 철학을 들어 보셨나요. 아르네 네스Arne Naess가 주창하고 소개한 철학입니다. 노르웨이 숲 속 작은 오두막에 사셨습니다. 2009년 돌아가시기 전 두 번을 뵙고 동기들과 오두막 안에 끼여 앉아 차를 마시며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댐 설계 반대운동을 혼자 하셨지요.

생각이 얕고 인내심이 없어 결과를 봐야만 하는 시시한 학생이었던 저는, 당시에도 정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주로 관심이 많아서, deep의 의미나 가치, 아르네 네스가 전하고자 하는 내재적/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깊이 생각할 수도 응원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책은 관찰과 기록만으로도 그 모든 깊이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판데믹에 기후위기에, 유행에 뒤질세라 이런저런 우울증을 뒤집어쓰고 사는 기분입니다.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난리치던 (자본주의) 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 환경은 죽고 사는 문제라는 걸 이제 눈만 떠도 다 보일 텐데, 그래도 끄떡도 않는 인류가 무섭습니다.


아니지요, 탄소 제로, 넷 제로를 언급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 젖혔지요. 저는 고래를 춤추게 하겠다는 태도로 응원을 열심히 하는 유형임에도 이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들에는 뜨끈한 화가 치밉니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이 모든 계획, 입안, 발표들을 블라블라블라, 라고 정리해치웠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일들은 선의를 담은 신중한 최선책일 지라도 단 한 번 남은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친구가 오래 전부터 “세상의 모든 중요한 이야기는 권력이라곤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만 전해져서, 어느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혼잣말처럼 들린다”고 한탄했는데 이렇게 오래 유효한 관찰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 책은 그렇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눈길을 끌고 읽히고 저자가 묵묵하게 고요하게 진지하게 보고 판단하고 기록한 이야기들이 그 뜻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잘 들렸으면 합니다. 소개한 인용문들은 백만분의 일도 못됩니다. 한 권을 다 필사해도 모자랄 듯 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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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후면 지구의 인구는 70억 명에서 10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 결과 야생은 늘 그렇듯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진짜 기원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가져갈 것이다. 야생이 제공하는 것과 직접 접촉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인간을 감싸고 있는 세상을 잃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이 명확할 때조차 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나는 거대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로서 태곳적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자연 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자연을, 야생을 잃을 경우 개인적으로든 인간이라는 개체로서든 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거의 140억 년 전 불가해하게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도 솟구치고 있는 엔트로피라는 흐르는 강물에 찍힌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 우리는 별들이 품고 있을 이야기를 추측하며 이 이야기에 매혹되지만 그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드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암석이 품고 있는 역사를 찾는다. 소중한 무언가를 보여줄 통찰력 한 줌이 그 안에 놓여 있기를 희망하며.”

 

“세상에서 유일한 영혼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야생성에 넋을 잃은 채, 그 능선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곳에 서 있자니 막연하게 불편한 감정이 찾아왔다. (...) 그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에는 없지만, 야생에서는 넘쳐흐르는 그 무언가를 향한 조용한 갈망이었다. 나에게는 기회가 없고 심오한 대상과 연결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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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으로 내가 그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한지 내 한계를 깨달은 기분이었다. 전체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전체는 처음부터 우주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북극 계곡의 조용한 그곳에 그 통합의 발현체가 있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와 미래의 유일한 차이점은 중재하고 간섭하는 마음일 뿐이다. 차이를 생각하고 묘사하고 세세히 열거하는 마음. 우리는 개체를 파악하고 그들이 시간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끊임없이 맹렬히 변한다. (...) 인류는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수행한 한 가지 실험에 불과했으며 그 실험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모든 대륙에서 야생은 착취당하고 있으며 야생에 의존하던 사람들, 야생의 품 안에서 살던 사람들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놓도록 강요받고 있다. 현대 세상은 넘치는 오만으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삶에 산업적인 탐욕의 결과를 책임지우고 있다. 야생의 파괴와 그 안에서 조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파괴를 합리화하는 도덕적 파탄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 우리 모두가 느껴야 하는 도덕적 분개는 비대한 경제조직에 비하면 미약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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