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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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어린이판본부터 완역본까지 여러 차례 읽고 영화도 보았다. 번역본은 최신작이 가장 원작에 가까운 것이란 믿음이 있어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여전히 읽기 전엔 매번 떨리고 설렌다.

 

어릴 적엔 조각난 몸들이 움직이거나 이식된 부분이 모두 다른 괴물로 변하는 꿈도 꾸었다. 지금의 떨림과 설렘은 괴물처럼 추하다고 외면당한 창조물도, 호기심 이외의 다른 미덕은 갖추지 못한 창조자 때문도 아니다.

 

괴물이란 이미지를 원하는 대로 덧씌워 타인만을 괴물이라 혐오하고, 육신은 강건하나 정신은 이식당한 어지러운 조각으로 채워 사는 인류의 실상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그런 한편 경고를 복기하고 새롭게 경각시키는 문학적 호통은 좋은 이 이율배반.

 

“우리는 창작이 무(無)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돈에서 나오는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은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창조물 프랑켄슈타인은 글을 배워 기록을 접한 후에 경멸과 혐오를 배웠다. 평범하고 무구한 모든 존재가 계기를 만나 촉발되는 충격적인 공포는 문학과 영화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나의 창조주인 당신마저 나를 혐오하고 부정하다니. 당신과 나는 한쪽이 죽어야만 풀리는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다. 나를 죽이려 하다니. 감히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치냐? 당신이 나에게 도리를 지킨다면 나도 당신과 인간들에게 도리를 지키겠다. 나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다시는 인간들을 건드리지 않겠다.”

 

생명 자체를 창조하겠다는 도전은 성공했으나 기대하던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 실험의 결과물을 증오하는 자는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그 외모조차 자신이 한 행위의 결과일 뿐이니 그 정도 예측을 못 했다는 것은 무슨 어불성설인가.

 

“막상 완성하고 나니 내가 꿈꾸었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고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감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될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창조물은 자신이 청하지 않았으나 처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반응해야 했나. 인간을 확실하게 좌절시키는 법은 거대한 재난보다는 지속적인 경멸과 혐오이다. 항변도 애원도 협박도 소용없는.

 

“늘 끝없이 갈망했을 뿐이지. 사랑과 우정을 그토록 원했지만 언제나 거부당했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모든 인간이 나에게 죄를 지었는데 왜 나만 죄인으로 몰려야 하지?”

 

자신이 꿈꾼 이상이 기괴한 결과물로 귀결했다면 행위 주체자로서 스스로를 비난하고 반성할 일이다. 비난의 대상을 타인에게 돌리면 그 손에 목이 졸려 던져 진다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200년 전의 문학 풍경 속에 2022년의 현실이 실시간으로 조응한다.

 

“나를 파멸에 이르게 한 자를 찾아서 죽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나자 목적의식이 고통을 잠재우고 잠시나마 삶을 받아들이게 해주었지요.”

 

힘든 이유를 바로 찾아낼 수 없는 원인은 많다. 그렇다고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될 때까지 고민하는 대신 가장 저열하고 무지한 행렬에 게으르게 합류한 것은 변명도 이해도 받지 못할 것이다. 혐오와 독설의 토악질이 요란한 봄날이다. 코도 막히고 숨도 막히게 하는 악랄한 알레르겐이다.

 

다시 필요 없을 줄 알았던 오래 전 질문을 다시 묻는다.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괴물이 아닌 삶은 무엇인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때의 괴물은 지금의 괴물과 다른가. 왜 괴물이 되어 살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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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이 -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ㅣ 쏠쏠 시리즈 2
들개이빨 지음 / 콜라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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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먹이’를 받은 건 평생 처음인 듯... 묘한 기분...

처음에 대해서는 늘 설명할 어휘가 부족해진다.

 

‘병아리콩’이길 기도했는데

‘병아리콩’ 팀이 되어 기쁘고 즐겁다.


 

어느 영화처럼 갇힌 채... 병아리콩 - 정확히는 후무스hummus- 만 먹으라고 하면

아주 오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좋아한다).

 

책은 안 읽고 먹이만 만들어 먹었다.

책은 무척 재미있을 것이 자명해서 아껴 읽을 거다.

 

“꿔보” 등장~

아~ 넘 빨리 읽었다. 아끼자~

 

2

 

꿔보테스트를 했다. ‘신중한 단독자’나 ‘위대한 꿔보’를 꿈꾸며 신중하게 임했으나... 온화한 사회인’이 나오고 말았다. 고칠 답변이 있나 고민했지만 11개 이상으로 올릴 수 없었다. 온화함... 사회인... 갑갑하구나...

 

2000년 전부터 주로 채식을 했고 이후 7-8년간 영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노력하다 울화증에 병원을 들락거렸다.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채식 메뉴를 주문하거나 한 가지 재료를 빼달라고 해도 염려가 크신 사장님들이 육류를 몰래(?) 숨겨서 먹이려 드는 통에 매끼 먹는 것보다 소모되는 칼로리가 더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젊어서 막무가내 원칙적이고 고집스러웠던 탓도 컸다. 웃지 않으면 ‘정색’이 기본 표정인 것도, 주말에 막 놀고 있는 중에도 자꾸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도 상대의 저항을 더 높이는 데 한 몫 한 듯하다. 여러모로 태도가 건방졌을 것이다.

 

지금은 비건이지만 누가 뭘 먹으라고 주면 비건식이 아니라고 해도 화들짝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히 받아 남김없이 먹는다. 나이 들어 좋고 스스로가 마음에 드는 점들 중 하나이다. 한 끼에 내 원칙을 걸고 지키는 일보다 먹을 것을 주는 상대의 호의와 마음이 중요하다. 시간을 내어 애써 만들어준 노고에 깊이 깊이 감사한다.

 

저자의 농사짓는 부모님이 집채만한 채소 식재료를 주신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한 친구는 여러 해 시부모님이 보내 주신 콩을 감사히 먹었는데, 어느 해 심을 철에 가보니 제초제 시원하게 뿌리신 땅에 심으시더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고령이신 분들은 힘이 약하시니 오히려 농사지을 시 여러 약품의 도움을 많이 받으신다.

 

미각세포가 예민한 사람들은 채소맛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런 거라면 나는 어릴 적에도 미각세포가 둔했나 보다. 달달한 것들도 떡볶이도 안 좋아했다. 슴슴하고 고소하고 아삭거리고 향긋한 것들이 좋았다. 집채만한 채소... 나는 아작아작 잘 먹을 수 있다. 봄이라 봄양배추를 매일 사각사각 애벌레처럼 먹고 산다. 행복하다.

 

앗! 그러고 보니 저자처럼 ‘콩’을 어릴 적엔 좋아하지 않았다. 최초의 기억은 없지만, 내내 콩은 맛이 없어, 난 콩은 안 먹을 거야... 란 생각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다 로마에서 친구가 사는 피치니스코Picinisco를 찾아 가던 중에 산 속 도로 옆 작은 식당에서 가능한 메뉴가 ‘콩스프’ 밖에 없어 먹었는데... 머릿 속에서 불꽃이 터지듯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선 콩도 맛있는 거냐고 분노했는데 생각해보면 콩스프를 전에 먹은 적이 없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알레르겐이 적지 않은 몸인데 콩은 괜찮다. 이후로 콩을 막(?) 먹기 시작했는데 맛있는 콩들이 엄청 많았다. 지금은 풋콩(자숙대두, 에다마메) 철이라 설레고 즐겁다. 그래도 하루에 혼자 400g을 먹어 치우는 건좀 과하다 싶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아니면 못 느낄 보드라운 식감과 향이 엄청 맛있다. 조리법은 끓는 물에 3분 삶고 끝!

 

예전엔 이집트에서 수입된 병아리콩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 재배된 콩도 구할 수 있다. 탄소 마일리지가 줄어들어 죄책감도 줄고 더 맛있게 먹는다. 워낙 좋아하니 대량 구매해서 삶아 소분해두고 꾸준히 먹는다. 나는 병아리콩으로 유지되는 생명체이다.


 

이 책을 지난주에 받고 읽을 생각은 안 하고 ‘먹이’로 후무스hummus만 만들어 먹다가, 내일은 수요일이고 비소식도 있어서 병아리콩 커리를 미리 만들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더 맛있어지지만 참지 못하고 한 그릇했다. 딱 좋아하는 색감과 맛... 행복하다.

 

그나저나 채소와 콩의 과잉 섭취로 방귀가 많이 나온다는 건... 내 경험과는 다르다. 나는 가족들이 너는 왜 방귀 뀌냐고 궁금할 정도로 미미한 가스배출인인데, 그 이유에는 쾌변도 있다. 경험상 채식을 하고 생야채를 섭취하면 매일 악취 없는 배변이 가능하다. 나쁜 냄새가 나는 경우는 타인의 감사한 호의로 음식을 먹은 다음날이다.

 

헉! 너무 많이 읽었다. 웃기고 재밌고 짠하고 멋지고 다 하는 책이니 그만 읽고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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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컨피던스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밝힌 성공의 비밀
이안 로버트슨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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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존감과 자신감은 서로 다르지만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존감을 높여주지만, 자존감이 반드시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confidence가 아니라 뉴new 컨피던스*이니 같고도 다르거나 새로운 개념 정의부터 차근차근 구성되지 않을까 읽기 전에 생각했다. 읽는 중이지만 정의, 형성 방식, 활용 방식, 작용 방식... 세분화되었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이어진다.

 

* 원제> How Confidence Works: The new science of self-belief

 

“개인을 중시하는 자아나 집단을 중시하는 자아는 기억에도 편향을 가져온다.”

 

“‘우리’를 중시하는 집단 구성원은 ‘나’를 중시하는 개인보다 자아를 높여야 할 필요를 덜 느끼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더 현실적이다.”

 

신경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이 언급하는 항우울제로서의 자신감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뇌의 보상 체계에서 내뿜은 활동파, 화학 메신저인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 통제 가능하다는 감각은 다종다양한 외압에 대한 심리적 완충 장치이다. ‘실패’ 혹은 ‘패배’로 한껏 우울하니 실패를 포용하는 법, 방해하는 사람유형도 흥미롭다.

 

더불어 학습법, 역효과, 자신감이 무려 경제와 정치에 작용하는 법, 연마법과 효용 등에 대해서도 담담한 서술자의 태도로 자세하게 다룬다. 일독이 어렵지 않겠다.

 

! 무척 재미있었던 문제

 

질문>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두 개 고르시오. (내가 고른 방식에 대한 해석에 놀랐다.)

 

기차/버스/기찻길

판다/바나나/원숭이

샴푸/컨디셔너/머리카락

의자/쿠션/테이블

지갑/핸드백/지폐


 

2

 

일독으로 전체 구성을 보고 나니 제목이자 주제어인 ‘자신감’으로 다시 돌아가서 좀 더 찬찬히 생각하고 정리해두는 것으로 배움과 기억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자신감은 결과 기대와 효능 기대로 구분할 수 있다. 

📜 결과 기대란 ‘외부 세계’에 관한 것이며 ‘실현’ 가능을 믿는 것이다. 

📜 효능 기대란 ‘자신’이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 자신감의 범주는 실행과 실현, 가능과 불가능이 결합하는 네 가지 방식으로 정해진다.

 

각각의 상황을 느끼는 감정과 인간의 뇌의 활동 패턴이 다르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인지하기 전에 이미 내 뇌는 이 범주에 따라 활동하고 있었나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자신감이란 단어가 하나의 개념이 아닌 범주로 분석되는 방식의 설명은 처음이다.

 

“자존감이 과거에 대한 회상이라면 자신감은 당신을 미래로 쏘아 보낸다. (...) 자존감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느냐를 말해줄 뿐, 나중에 무엇을 얼마나 잘 해낼지에 대한 예측은 아니다. 그 예측이 바로 자신감이다.”

 

근래에는 무력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외부에서 내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힘이 없음에도 막 지난 순간과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왜 엔진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막막해지는지. 위의 결과 기대를 차치하고 내게 효능 기대란 게 있다면 다른 행동을 하게 될까.

 

가장 친밀한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효과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가스라이팅은 상대를 교묘하게 조정하고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고 결국엔 사고마저 장악해버린다. 마치 완전범죄처럼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가해자를 인지하게 못하게 되는 것이다.

 

통제력이란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무척 제한적이지만, 무력감이란 곧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뜻일까 두렵다. 차라리 오랜 고민을 하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손쉬운 방법을 찾아 자신을 내어주고 타인의 말과 판단에 휩쓸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모든 행동은 결정적이고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말보다 행동으로 우리는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일회용을 계속 사용하는 나는 어떤 말과 글로도 환경감수성을 변명할 수 없다.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지 않는다면 상대에 대한 애정은 크지 않은 것이다. 


📜 자신감은 행동하게 만든다.

 

“새로운 ‘감정’을 느껴 행동하기보다 새로운 ‘행동’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더 쉽다.”

 

생활환경을 정리하고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지키고 바른 습관을 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모두가 다 엉망진창이 되거나 망가지지 않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그 변화에 대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 자신감의 항불안 효과와 기분 상승효과는 그와 같은 저항에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불안이 커지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일독으로 문해량이 많지 않지만 거듭 읽어보면 나아질 것이란 자신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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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3-2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인용해주신 문제 넘 흥미로운데요^^ 나열된 세 단어 중 두개 연결인가요? ^^ 저는 세개 모두 다 연결되는 거 같아보이는데...ㅋ

poiesis 2022-04-02 18:2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짝을 짓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데 그 기준을 살펴보면 자신의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무척 흥미로운 문제였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직업 - 단절된 꿈을 글로 잇는 삶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성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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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원고 제목이 <인테그랄>이다. 당연히(?) 나는 적분부터 떠오른다. 수상 작가의 에세이집 제목은 혹... ‘나를 적분하는 직업’일까... 하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다. 곧 정신을 차리고 ‘나를 완성하는 직업’ 정도로 다듬긴 했다. 출간된 제목은 더 신나는 ‘나를 찾아가는...’ 이다.

 

“나는 길을 걸으며 잠시도 꺼놓을 수 없는 엄마의 삶과 인간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의 비례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인테그랄’이 등장한 것만으로 기분이 좋고 애정이 치솟은 독자의 호감이 미리 포진하긴 했지만, 받아든 책은... 얼마나 오래 관찰했으면 이렇게 정직하고 정확하고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이 무한대를 향했다.

 

진한 감정은 모두 정화시키고 결곡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을 만난다. 나는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읽다가 문득 대책 없이 크게 웃어서 작가에게 죄송하기도 했고 독자로서 나의 뇌기능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다. 취향 발견의 발작적 기쁨...?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는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출산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사랑이 제도화되어 물적 행위로 변모하는, 추상이 가시화되는 과정이 한 문장에... 말끔한 방정식 풀이 과정처럼 정리되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 그래프는 이제 무한정 넓어지지도, 소멸되지도 않는 적절한 평행선을 그리며 안정적인 면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늘 집합문제 풀이로 자신의 연애를 설명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난 그래프쪽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아니, 엄마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지난번에 네가 유치원의 꽃을 딴 행동은 ‘잘못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남이 딴 꽃을 던지고 밟는 건 확실히 ‘나쁜 행동’이야.”

 

저자의 개념분석과는 다를 수 있지만 덕분에 오래 전 재밌는 토론 장면이 떠올랐다. ‘잘못’이란 실수를 포함한 어리석은 행동blunder이고, ‘나쁜’이란 결과적으로 해를 끼치는harmful 행위라는 것. 반갑고 즐거운 문장이다.

 

“나는 어떤 꿈은 나이가 들면 더 선명해지기도 하고 더 간절해지기도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나이 들수록 ‘세계평화와 환경보전’이 더 선명하고 간절해지는 바람이 될지 몰랐다. 미인대회 수상소감으로 희화화되던 것인데. 아찔한 디스토피아가 떠오를 때마다 일상을 이어가는 모든 결기가 꺾인다.

 

“내가 한 작업은 창작이라기보다 일상 속에 숨겨진 '단서'를 내 언어로 옮겨 적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불어불문학 전공이고 실존 연구를 내내 한다고 했는데, 내게 저자는 자연과학전공자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자연과학은 내 감각기관을 통해 관찰한sensing 정보들을 수학언어로 옮겨 분석하고 법칙을 찾아내는 일이다.

 

첫 책이라는데, 한 권을 웃을 때 빼곤 엉덩이도 안 떼고 다 읽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군더더기라곤 없는 편안한 글이 정신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 느낌이다. 문학이란 신비롭고 강렬한 존재다. 어제까지 전혀 모르던 이의 삶과 글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나는 내가 그냥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없다는 것이 두려웠다. 대단한 사람이어야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기댈 곳 없던 내 삶을 글로 표현할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삶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다.”

 

감상은 부족하고 필사만 많은 독서이다. 워낙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많다. 다음 책은 언제쯤이나... 출간된 줄 몰랐던 윤성은 작가의 책이 열권쯤 있으면 좋겠다.

 

! 손글씨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습니다. 단단하고 단호하고 힘차게 전해주신 희망을 무조건 믿으려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희망도 내내 인테그랄integral하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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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3-2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분이 영어로.....인테그럴....이었던 건가요? 적분도 못하는데, 심지어 명칭도 제대로 몰랐네요 poiesis 님 리뷰 읽다 첨 알고 갑니다 ㅋㅋ학교 헛 다녔어요

poiesis 2022-04-02 18:29   좋아요 1 | URL
괜찮습니다~ 검색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정보인걸요~^^ 이분 남편이 수학자...ㅎㅎㅎ
 
룰 북 - 게임 비즈니스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요스트 판 드뢰넌 지음, 김석현 옮김 / 북스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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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퍼즐과 게임을 아주 많이 좋아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건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지요. 간단한 게임 만들기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계속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조금 원리를 알고 나서 특정방향에 0.3초 정도 저만 아는 힌트 떴다 사라지는 프로그램도 짜곤 했으니까요. 전공했으면 사기꾼 되었을 지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건 아주 간단한 것들뿐이니 30대까지도 남들이 만든 게임을 아주 즐겼습니다. 유학 중에도 <문명> 출시 날을 고대하기도 했지요. <스타크래프트> 는 다 늙어서 유행 다 지나 배워서 다행이지 일찍 배웠음 학교 작파했을 지도?

 

내게는 재밌는 게임 역사서로 읽힌 이 책은, ‘게임 비즈니스’에 관한 책입니다. 게임을 안 해도, 어려워해도, 몰라도, 혹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투자 종목 분야로 읽어도 좋을 정보들이 있습니다. 브랜드명은 아주 익숙하지만 다 알진 못하는 애플, MS, 넥플릭스 등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니 <룰북>은 게임 규정집을 의미하고 원제인 One Up은 보너스 생명 하나 더! 원래 뜻은 ‘게임 상대보다 한 수 앞서다’라고 합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게임 연구와 게임 산업에서 평생 사는 사람입니다. 게임 경영서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 수준일 듯. 데이터 전문가라서인지 데이터들이 충분히 제시됩니다.



쉬운 책은 아닌데 재밌게 읽은 것은 독자로서의 내 관심사가 얕고 가볍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자나 창업을 계획 중이라면 무척 복잡한 여러 생각들이 많아지고 무게감이 훌쩍 늘어날 듯합니다. 주어진 프로젝트를 하면 되는 직업이라 내겐 날카로운 전망 분석과 예측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퇴행인지 복고인지 트렌드인지 모를 기이한 현상은 눈에 띕니다.

 

새로운 것, 더 재밌는 것,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창작해내기가 극한으로 어려워진 환경임에는 분명하고, 기존의 선택지들이 적지 않으니 구매자들은 분산됩니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 형편이라 산업계는 체험단이라는 형식으로 소비자와 함께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도, 산업 환경도, 일상도 쉼 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이 산업에 활용되는 주기도 짧아지니, 엄청난 속도의 변화 혹은 진화가 생산자 소비자 나눌 것도 없이 이뤄지는 듯도 합니다. 게임 산업은 꽤 잘 하고 있고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확실히 해악적인 이미지보다는 서비스로 자리 잡더니, 미디어로 변신을 해서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워졌고 아마 지금도 새로운 모델로 변화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계속 방점을 두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과 그 혁신입니다.

 

“게임사들의 전략은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게임 제작뿐 아니라 게임 비즈니스에도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창업 관련 책을 읽었는데 그런 전쟁터가 없었습니다. 성공확률도 극히 희박한데 그토록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체온은 같은데 가용 에너지는 왜 그리 다를까요.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겠지요. 콘텐츠 개발부터 전속력으로 달리기!


제가 어린 시절에는 문방구 오락기계 앞이나 오락실엔 아이들만 복작거렸습니다. 그러다 방송중계를 하고 전용채널이 있는 것 보고 1차 격세지감, 지금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게이머, 게임 개발자, 게임 산업 투자자라는 거대한 카테고리가 글로벌하게 구축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르는 단어들도 표현들도 분야의 면면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으니 참 다행입니다. 게임 휴가... 문득 이런 생각도 둥실 떠오릅니다. 역시 저는 성공 투자자가 되긴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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