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일


모든 시작의 너머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그 너머에도 또 그 너머에도 또 있다.”

 

고단하기도 하고 희망처럼도 들리고...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언어란 늘 넘치고 깨지기 마련인 그릇들이라는 점을 알고 써야 한다.”

 

어휘가 부족하다. 예전엔 필사를 하면 어휘장이 채워지는 기분이 한동안 들곤 했는데, 이제는 필사도 너무 익숙한 반복 행동이 되어버렸는지, 뇌에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는다.

 

혹은... 독서의 목적이 불순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 가 아니라 이리로 도망가 보자... 대피소를 아끼고 기억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보다는 잊고 싶겠지. 그러니 책 속에서 빠져 나오면 그곳의 일들 스르르 다 잊어 버리는가보다.


 

가끔은 그들이 부럽다. 스스로 만들어갈 인생의 긴 여정에서 이제 출발점에 선 그들, 갈라지고 또 갈라질 길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릴 그들.”

 

문제를 발견하고, 선택할 결심을 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잡고 갈 힘이 충분하고, 생존 이상의 여유가 있기를. 젊음이란 실수도 낭비도 하는 사치스런 시절이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어쩌면 나는 대답보다 질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다보면 나는 누구에게 뭘 묻고 싶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왜 이러는 건지... 민망할 때가 많다. 아마도 제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꽤 자주 다른 이들의 해답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 뚝딱뚝딱 누리책 20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지음,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때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시절이었다. 기억이란 종류와 무관하게 미화되는 것인지 돌아보니 그땐 기대와 희망이 없지도 않았다.

 

백신 출시도 전에 포스트코로나 담론이 쏟아졌고 인류가 새롭게 선택할 미래가 궁금했다. 그 목록에 2022년에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되는 일은 없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지만 70여 년간 전쟁이 없었던 탓일까. ‘전쟁이 시작되었다!’라는 소식이 현실 같지가 않았다. 이런 범죄가, 가장 무지한 짓이, 최저질 의사표현이... 그냥 이렇게 일어난다고...?

 

분노와 조바심에 소모되어서, 이제 7월인데 왜 아직 멈추지 못하고 있는 건지, 이 현실은 무엇인지, 전쟁이 삼키는 다른 가능성들과 첨예화되는 갈등이 커지는 풍경만 더 많이 보인다.

 

푸틴의 욕망,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능함, 국제질서의 허약함이 불러 낸 악몽은 짐작보다 거대하다. 그 대가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로 증명한다. 그 전쟁에서 안전한 곳의 인류는 곡물, 유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가장 큰 걱정이다.

 

전쟁은 빠르게 퍼지는 질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전쟁은 침묵이다.”





얼마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본 대한민국에서... 선제타격... 운운하던 이가 행정수반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력 천재 게으른 뇌를 깨워라 - 40일간 하루 20분, 쉽고 간단한 기억력 훈련법
개러스 무어 지음, 윤동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화와 죽음은 상식이지만 수용하기까지 저항감도 있고 시간도 좀 걸린다노화의 여러 현상들 중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아쉽고 서글픈 현상들도 있다그 중 근육 감소와 기억력 저하는 슬프지 그지없을 뿐더러사는 일을 한층 더 힘들게 한다.

 

기억력과 이해력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진행되는 노화를 멈추거나 역전시킬 방법은 없지만속도를 좀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엔 솔깃한다그래도 신비의 건강식품을 먹거나 하진 않는다평범하고 상식적인 실천이 습관이 되고 도움이 되면 충분하다.

 

근력은 생각날 때마다 바로 할 수 있는 간단운동으로기억력은 몇 년 전부터 일단 기록하자란 결심과 더불어 실천하고 있다모두 기적의 효과를 낳지는 않으나 분명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운동시간이 늘면 다음날 몸이 좀 가볍고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움이 된다.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왜곡되어 있다.”

 

소위 암기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다게을러서 열심히 상세 사항들을 외우는 것이 싫었다부지런한 친구들이 반복학습하고 빽빽하게 필사하면서 외우는 장면을 주로 경이롭게 구경을 했다여러 번 말했지만 수학과 물리는 게으른 내게 최적의 과목이었다.

 

인간이 뇌를 10-20%만 쓴다는 잘못된 상식은 이제 많이 바로 잡힌 듯하다인간은 뇌의 용량이 비슷하고 기억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그저 뇌신경망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의 차이이다많이 사용하면 연결망이 늘어난다운동과 근력의 관계와 같다.

 

단기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옮겨 놓지 않으면 곧바로 잊어버린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기억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뇌는 곧장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저자는 두뇌 트레이너인데제안법은 간단하다문제를 풀면서 뇌를 훈련시키기매일에 집착하지도 말고 시간과 사정에 맞춰서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훈련해보라는 제안이다. 40일만에 기억력 천재가 되면 정말 좋겠지만아니라도 훈련 삼아 하는 일이 무용하진 않을 것이다.

 



익숙한 장소와 기억해야 할 목록을 연결하는 장소 기억법

각운이나 두운리듬을 만들어 외우는 방법

시각화해서 기억하는 방법

묶어서 기억하는 방법

 

완전히 낯선 방식들은 아니다나는 늘 숫자를 숫자패드 위에서 위치로 기억한다노화 자체가 서럽다기보다는 기능 저하가 불편하다잠시 훨씬 더 고령인 분들이 매일 어떤 불안과 불편을 견디며 어떤 기분으로 사시는지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권리를 주장해 -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권 가이드 창비청소년문고 41
국제앰네스티.안젤리나 졸리.제럴딘 반 뷰런 지음, 김고연주 옮김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월 5일 어린이날선물만 말고 권리도 지켜주세요라고 이 책을 소개했는데... 리뷰는 왜 안 쓰냐고 묻는 무서운 지인친구이웃들이 계셨습니다숙제인 줄 몰라서 이제 씁니다리뷰라기보다 내용 소개가 더 중요한 책 소개글입니다.

 

누구든어디에 살든어떤 인종민족종교성별이든부자든 가난하든여러분의 삶은 지구상의 모든 어른 또는 모든 다른 어린이 청소년과 똑같은 가치를 지닙니다.”

 

이 책을 여는 서문의 문장입니다우리는 이 가치를 정말 믿고 있나요평생 그렇다고 믿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중요하게 배우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고 실천도 하지 않고인류가 문명인으로 선언한 가치들이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묵살되는 것만 같습니다왜 그럴까요?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They are

endowed with reason and conscience and should act towards one another in a

spirit of brotherhood.”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 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세계 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1>

 

1조의 권리는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을까요1. 생명생존발달의 권리 2. 평등과 비차별 3. 의견 표현 및 참여의 권리 4. 아동 최상의 이익 이렇게 네가지 기본 원칙들입니다. ‘권리들은 동등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15가지 권리를 짧게 소개했습니다. ‘생명존엄건강을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그러니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는 권리침해’ 행위이기도 합니다미래세대의 미래를 없앤다는 점에서 더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범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는 척옳은 척잘하는 척책임감 있는 척능력있는 척하는 어른들이 도무지 꿈쩍을 안 하니청소년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섰습니다문명과 도시와 우주진출 같은 걸 보면 인류가 대단한 업적을 세운 것도 같지만, 2022년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식수바다자원탄소배출제한감염병 예방각종 차별 금지투표권강제노동부당 이득사상과 종교의 자유’ 입니다가히 여러 시대가 섞여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공기호흡을 하고 물을 마셔야 살 수 있는 주제에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요이러니 자살욕망에 동기화되어 스스로의 멸종을 준비하는 어리석은 생물종이 인간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그 대답도 이 책에 있습니다권리를 주장하는 법을 상세하게 친절하게 가이드해줍니다중요한 것은 권리는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아쉽지만 선언문에 쓰여 있는 것만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으니까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조사하고함께 할 이들을 찾고가능한 모든 일 캠페인압력행사책임묻기주장보도집회시위 등 -을 지혜롭게 함께 합니다이 책에 팁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집에 한 권 두시고 가족이 함께 캠페인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권리가 있습니다스스로 여러분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자신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것을 연대하고 합니다. (...) 연대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결되고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

 

그 시절 나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읽는 잡식성이었다. 젊은이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럴 때가 많다. 자신이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자양분이 되는지, 무엇이 자신의 의욕을 꺾는지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다 차차 책의 숲에 난 오솔길을 따라가는 법을 익혔고, 지형지물과 계보도 익혔다.”

​​​​​​​

 

나는 묘하게도 반대의 길을 걸은 듯하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채워주시는 전집류...를 그야말로 독파하듯 읽었고,

전공이 생기고서는 전공 관련 서적들,

논문 관련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메인에... 레퍼런스에... 책이 불러들이는 다른 책들...

 

그 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국적은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정말 못하고 모른단 생각을 했다.

한국어시험공부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그 또한 한 발 들어가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읽는다.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나이가 들수록 기준도 헷갈리고

길이라 보였던 곳도 흐릿해진다.

 

불혹도 못했고 지천명도 못할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속으로 도망을 간다.

그 세계에서만 안심이 된다.

해가 갈수록... 현실이 난망難望하다.

 

 

내 시대와 장소를 일시 정지시키고 타인의 시대와 장소로 여행하는 행위인 읽기에는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사라지는 방법이지만, 그저 저자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라 내 마음과 저자의 마음이 상호작용하여 그 사이에서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는 일이다.”


 

사라질 수 있어서 기쁘고

저자의 마음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친밀하자는 욕망... 같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저자를 만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독자 모두의 거리감이 다 다르겠지만

나도 그 사이에서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기도 하는 걸까...

솔닛의 문장 덕분에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