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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4일
“모든 시작의 너머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그 너머에도 또 그 너머에도 또 있다.”
고단하기도 하고 희망처럼도 들리고...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언어란 늘 넘치고 깨지기 마련인 그릇들이라는 점을 알고 써야 한다.”
어휘가 부족하다. 예전엔 필사를 하면 어휘장이 채워지는 기분이 한동안 들곤 했는데, 이제는 필사도 너무 익숙한 반복 행동이 되어버렸는지, 뇌에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는다.
혹은... 독서의 목적이 불순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 가 아니라 이리로 도망가 보자... 대피소를 아끼고 기억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보다는 잊고 싶겠지. 그러니 책 속에서 빠져 나오면 그곳의 일들 스르르 다 잊어 버리는가보다.
“가끔은 그들이 부럽다. 스스로 만들어갈 인생의 긴 여정에서 이제 출발점에 선 그들, 갈라지고 또 갈라질 길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릴 그들.”
문제를 발견하고, 선택할 결심을 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잡고 갈 힘이 충분하고, 생존 이상의 여유가 있기를. 젊음이란 실수도 낭비도 하는 사치스런 시절이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어쩌면 나는 대답보다 질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다보면 나는 누구에게 뭘 묻고 싶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왜 이러는 건지... 민망할 때가 많다. 아마도 제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꽤 자주 다른 이들의 해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