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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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몇 편 들었던지라 작가님들 목소리가 글이 되어 도착한 것 같았다. 무척이나 일상적인 단어들이지만, 누군가의 일상에는 포함되기고 하고 다른 누군가의 일상은 아닐 수도 있다.

두 단어는 내 일상에서 대부분 부재했거나, 최근에 사라진 대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서 그 단어와 연계된 추억들을 반추했으니, 다 잊기 전에 한 번 더 시공간이 잠시 확장되었다.



 

김원영 작가께서 늘 이용하는 사물 명칭들이 아니라 생각해볼 것 같지 않던 이야기들을 덕분에 만났다는 글에 반갑게 공감했다. 내게 가까운 것, 익숙한 것, 중요한 것들 말고...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긴 것, 아끼지 않은 것들이 나를 비춰주고 보여준다.


​​​​​​


 

다른 분들은 책과 북토크를 통해 만난 분들이고 최태규님은 처음이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도 처음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지 않음에도, 나와 다르게 열의를 가지고 진짜로 사는 분들을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오래된 곰인형은 있어도 살아 있는 곰은 내 일상에 없던 존재라 생각에도 들이지 못했다. 덕분에 사육 당하고 사냥 당하는 곰들 생각도 하고, ‘방사된’ 곰들 생각도 해보았다. 이토록 힘 있고 설득력 강한 글의 바탕이 절로 이해된다.

! 반려동물과 애완동물이라는 명칭에 관한 새로운 고민... 🙃

혹여 인내심이 점점 더 얕아지는 것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증이, 갱년기도 원래의 깜냥도 아니라 SNS에 점점 더 익숙해져서일까. 제한된 글자를 읽는 속도와 시간만큼만 현실 오프라인의 관계성도 규정되고 만 걸까.

설명과 설득의 의무에 대해서는 오래된 불길이 훅 솟는다. 말을 많이 하고 잘 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의무처럼 되었다. 화가 난다. 아무 증명의 의무도 설명의 책임도 없이 멋대로 사는 이들, 타인의 삶에 유해한 주제에 말도 글도 제 멋대로 사용하는 이들.

! 계절이 365일... 매일이 다른 계절... 😌



 

시절과 계절이 맞춤해서인지, 언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마지막 글을 쓸지 누구도 모를 삶을 살기 때문인지, 예상하지 못한 문장들이 핑계가 되어 조금 울었다.

“사실 저는 작별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별의 인사가 왜 "안녕"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 시간으로 만들어진 우리 모두... 오늘 밤은 안온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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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허물기』 읽기 세창명저산책 96
조현준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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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부>

 

젠더를 허물기 위해서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먼저 배울 필요가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에서 구조주의자로서, 당시의 시대상과 더불어, 이전의 사유들을 점검하며, ‘젠더의 개념과 수행에 관해 설명한다.

 

버틀러는 섹스sex와 젠더gender를 이분법적을 생각할 이유가 이미 없으며 - 몸과 문화로 단절 - 따라서 구분도 불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삶에서 이 둘은 구분되지 않고, 남성성과 여성성은 오히려 밀착되어 있다.

 

따라서 섹스는 이미 젠더이다.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몸을 불변의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젠더의 기능이며, 성별은 문화적 의미가 이미 들어간 것이며,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몸을 식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젠더이다. 젠더는 권력 안에서 작동한다. #이성애규범성

 

인간을 이야기할 때 권력을 벗어난 이야기란 불가능하다(푸코). 모든 것이 권력의 결과이다. 버틀러는 인간이 젠더의 작용 - 문화적 식별 -을 반복하는 것으로 젠더를 영속화하는데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대화만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무한 생산하는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면 비판적 인식과 변화를 위한 실천은 무엇일까.




상징적 권위에 저항하는 사회 규범과 구성성을 나타내면서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소문자법들이야말로 변혁의 잠재력이며, 시간성 속의 규범이 그 내부로부터 위치 이동과 전복에 열릴 가능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 혹은 믿고 -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부정당하는 존재가 되면 그 고통은 내용도 크기도 달라진다. 정상을 규정하는 순간 비정상이 생기는 것처럼, 이성애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모든 성애 혹은 무성애 범주에 포함되는 이들이 부정 당한다. #비결정성 #불확정성 #퀴어

 

누군가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관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적 자기동일성과 욕망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버틀러가 데이비드의 사례에서 찾으려는 것은 (...) 이미 그 공정이라는 표현 속에 들어 있는 규범적 가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기도 하다

 

내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 속에서도 분리와 배제와 차별이 일상이라면, 퀴어의 삶은 어떻게 형성 가능할까. 조현준 저자는 젠더를 허물어야 한다는 버틀러의 주장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공동체 #규제 #규정성 #그외관점들

 

수술비와 관련된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이 체제 안에서 자신이 열등한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 젠더 정체성 장애자라는 의료 제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 병리적 진단을 포기하면 사회적인 정상인으로 남을 수는 있어도 재정 지원은 받을 수 없다.”



 

버틀러는 합리성의 외양을 한 규범의 불합리성에 대해 꿰뚫어보고 드러내고 언어를 찾아 전해주는 학자이다. 주체로서의 행위와 상호성에 위해를 가하는 폭력으로서의 섹슈얼리티 규정과 의료 권력, 정상성을 권장하는 사회적 압력, 사회화된 방식으로 타인들을 비난하는 구성원들, 존재가 범죄화되어 삶을 위협당하고 살해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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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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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표 이후 #알쓸인잡 이 방영되는 122일을 고대했다.

에세이를 읽은 후 #심채경 궤도 안에서 오래 유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중력을 벗어난 것인지는 확신이 없다.

 

아주 오랜만에 말이 되는 말을 하는 분들이 모여

타인의 말은 잘 듣고 공감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체증처럼 불편하던 누적된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

​​​​​​​

 #김상욱 #김영하 #심채경 #이호 #장항준 #RM

 

다시보기로 두 번을 더 보았다.

실은 그저 틀어둔 것뿐이지만

말 같지 않은 소리가 못 들어오게 막는 방어막같았다.

 

 

보니것은 우리 삶의 우주적 무의미함에 대해 노래하고 조롱한다.

그의 글은 오늘날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과거에서 온 미래의 예언 같다.”

 

🌝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이자 행성과학자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싶게 반가웠다.

<타이탄의 세이렌> 재출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출간 압박을 지혜롭게 하신 심채경님께 모든 영광을 💐🥂

 

얼마 전 북토크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재밌고 즐거웠지만

책은 첫 장부터 엄청나게 재밌다. 아니 더 재밌어졌다.

(못 믿으시는 분들은 꼭 직접 확인하셔요...🙇‍♂️)


 

1959년 출간작이나 도저히 예전이라거나 그 당시라고 부를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이다. 인간이 우주에 닿기 전이다.

차라리 커트 보니것이 외계인이다, 시간여행자다, 라는 주장이 더 그럴 듯!

후손으로 태어나 이 모든 영민한 우주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 행운이다.

물론 내용만 조금 이해한다 뿐이지 표현의 언어에는 감탄과 찬사만 열렬히 👨🚀

 

과거에서 온 미래의 예언이라는 구절이

빛을 반사하는 행성처럼 영롱하다.



 

📝🚀

 

당신의 목적지는 타이탄이오.”

 

하지만 거기 도착하기 전에 화성과 수성, 그리고 다시 지구에 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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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 서유럽 여행
최순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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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는 그 문제가 IQ테스트 문항들 중 하나였고, 2회에 걸쳐서 나를 무척 괴롭힌 문제적인 문제였다. <코끼리는 어디에 사나요? 동 서 남 북>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다시 등장했다. 이 모든 기억이 왜곡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구는 둥그니까 동서남북이 있을 리가 없다. 그 문제에는 기준도 없었다. 그럼 내 상상대로 나를 기준점 삼아 대답하면 되는 것인가. 지구가 자전 공전을 한다는 걸 알아도 해는 여전히 떠오르고 지는 것이다. 이 모든 이상한 얘기는 서유럽이란 단어 때문이다.

 

최초에 서유럽을 여행 목적으로 간 건 아니지만 사는 동안 여행을 다니긴 했다. 여러 국가를 다닌 것만으로도 분단국의 휴전선과 국경이 가진 위압과 폭력의 느낌을 벗을 수 있었다. 유럽에 국경선과 초소와 총기를 본 적이 없다. 가끔 열차 역장이 여권을 간단히 확인했다.

 

여행을 함께 하고 책을 함께 출간한 저자들은 자가운전으로 서유럽을 여행하였다. 운전석도 다르고 표지판도 다양한데, 국제면허와 차량 렌트가 어려운건 아니지만 무척 대단한 결심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주제로 삼은 여행을 경험하지 못해서 즐겁게 따라다니면 배워보는 즐거움도 컸다. 어떤 장면은 아주 익숙하고, 어떤 장면은 잊었다 복기했다. 그리운 곳들은 더 그리워졌다. 201812월을 마지막으로 우주만큼 멀어진 장소를 보는 기분도 든다.



 

몇 년간의 망각을 아쉬워하는 내 깜냥이 문득 부끄럽게도 저자들의 방문기를 통해 르네상스부터 만개한 예술의 도저한 역사가 펼쳐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미술관, 박물관 등 기념 장소에 가둬 둔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많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들은 도시 자체가 예술품 같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고 광장에 머무는 것만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예술을 자연광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곳에는 원작이 아닌 모조품들이 꽤 많다.



 

한국처럼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도로는 불쾌한 편이고 지방도로는 수백 년된 나무들로 아주 좁은 곳도 많은데, 여러 국가를 운전하는 여행은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느껴졌다.


 

목적이 분명하고 기록이 충실하고 여행에 발생할 법한 돌발과 에피소드들이 충분해서 아주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이다. 예술을 주제로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는 무척 흥미롭고 유용할 것이다. 더불어 소개해주신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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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문학 - 돈의 흐름을 읽고 경제의 정곡을 찌르는
가야 게이치 지음, 한세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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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에 인문학人文學 , humanities을 검색했다. 인문학이란 학문의 영역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현대과학에서는 그 구분이 불필요해졌지만, 인문학은 인간 활동을 자연과학은 인간을 제외한 사물과 현상을 연구한다고 분류되어 있다.

 

무척 놀란 것은 미국 국회법에 인문학의 학문 영역이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어(language), 언어학(linguistics),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비평, 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 (교육학용어사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라는 것은 - 자신의 집, 창고, 계좌 등등에 필요 이상의 가치를 쌓아둔 것 - 은 인간만이 가진 개념이고 시스템이다. 이 책에서 부자와 인문학의 관계가 인문학적 배움을 갖춘 이의 결과적인 부인지, 인문학적 배움을 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각 장에서 사회학, 경제학, 수학, 정보공학, 철학, 역사학을 다룬다. 저자 본인의 경험기는 아니고,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관심이 있었던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일단 실행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옳은 태도다.

나라와 시대에 상관없이 차별 문제는 돈 문제와 얽혀 있다.

전쟁도 마지막에는 돈 이야기로 끝난다.



 

어느 분야건 선점한 뜻이 시대와 저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독을 마친 후 이해한 내용과 원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은 liberal arts, 정의는 진리를 깨우치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지식과 생각이 인격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세계의 연결망이 촘촘해질수록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작아진다고 느끼지만, 작은 것이라도 바꾸고 싶거나 바로 잡고 싶을 때에는 모든 게 막막하다. 인간이 서로에게서 계속 배우는 존재라면, 모든 것은 학습 자료가 될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집단의 지성을 믿고 싶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적어도 다른 제도보다는 낫다.” Winston Churchill


 

전 세계의 경제가 얼어붙는 가장 어두운 시간이 온다는 전망을 오늘 만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인류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인문학 지식이라곤 없는 직업 기술자들이 통치 권력이 되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서도, 인문학을 포함한 수많은 배움은 선택의 여지없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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