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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 서유럽 여행
최순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평점 :
내 기억에는 그 문제가 IQ테스트 문항들 중 하나였고, 2회에 걸쳐서 나를 무척 괴롭힌 문제적인 문제였다. <코끼리는 어디에 사나요? 동 서 남 북>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다시 등장했다. 이 모든 기억이 왜곡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구는 둥그니까 동서남북이 있을 리가 없다. 그 문제에는 기준도 없었다. 그럼 내 상상대로 나를 기준점 삼아 대답하면 되는 것인가. 지구가 자전 공전을 한다는 걸 알아도 해는 여전히 떠오르고 지는 것이다. 이 모든 이상한 얘기는 서유럽이란 단어 때문이다.
최초에 서유럽을 여행 목적으로 간 건 아니지만 사는 동안 여행을 다니긴 했다. 여러 국가를 다닌 것만으로도 분단국의 휴전선과 국경이 가진 위압과 폭력의 느낌을 벗을 수 있었다. 유럽에 국경선과 초소와 총기를 본 적이 없다. 가끔 열차 역장이 여권을 간단히 확인했다.
여행을 함께 하고 책을 함께 출간한 저자들은 자가운전으로 서유럽을 여행하였다. 운전석도 다르고 표지판도 다양한데, 국제면허와 차량 렌트가 어려운건 아니지만 무척 대단한 결심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주제로 삼은 여행을 경험하지 못해서 즐겁게 따라다니면 배워보는 즐거움도 컸다. 어떤 장면은 아주 익숙하고, 어떤 장면은 잊었다 복기했다. 그리운 곳들은 더 그리워졌다. 201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우주만큼 멀어진 장소를 보는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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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의 망각을 아쉬워하는 내 깜냥이 문득 부끄럽게도 저자들의 방문기를 통해 르네상스부터 만개한 예술의 도저한 역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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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의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미술관, 박물관 등 기념 장소에 가둬 둔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많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들은 도시 자체가 예술품 같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고 광장에 머무는 것만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예술을 자연광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곳에는 원작이 아닌 모조품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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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도로는 불쾌한 편이고 지방도로는 수백 년된 나무들로 아주 좁은 곳도 많은데, 여러 국가를 운전하는 여행은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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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분명하고 기록이 충실하고 여행에 발생할 법한 돌발과 에피소드들이 충분해서 아주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이다. 예술을 주제로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는 무척 흥미롭고 유용할 것이다. 더불어 소개해주신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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