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0일 압축 영문법 - 영어 회화 + 독해 실력 급상승 50일 플랜
정재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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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지원했는데시청각실에서 한 달 청취/발음 훈련을 받다가 담당교사가 넌 불어는 앞으로도 배우기 힘들 거라고 평가해서 일본어로 바꾼 일이 있다그 후로 난 불어는 못 배우는 사람일거란 생각을 늘 해서 다시 시도해본 적도 없다.

 

그러다 생존불어가 필요한 시기가 생겨서어쨌든 해야 하니까 간단한 회화를 시도했는데파리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다 알아 들었다오래 전 일이긴 하나 참 나쁜 교사를 만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많은 학생들이 가능성조차 말끔히 제거하는 섣부른 교사의 평가로 영원한 결핍을 가진 채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잘못된 방향으로 한국어 공부하느라 자격증 시험을 마구 보던 시절이 있었다하다하다 한국어교원자격증까지 따고 정신을 차리니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 강의 일정이……퇴사하고 실컷 놀아 보자 했던 1년을 한국어능력시험한자능력시험한국어교원자격증 강의 듣고 시험 보느라 다 썼다한국어는 늘지 않고 자격증들만 생겼다첫 강의 어땠을까요.

 

어쨌든 얄팍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언어는 가르치는 쪽도 배우는 쪽도 때론 갑갑하고 어리둥절하기 마련이다그리고 학생들이 어릴수록 한 시기의 경험이 언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가르쳐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설명을 잘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좀 덜하지만 언어는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법칙도 팩트도 만능이 될 수 없어 가르치기 참 어려운 과목이다.

 

내 경험을 두 개나 들춰낸 이유는 새 학년 새 반이 되어 등교한 이후영어 과목에 대한 문제들이 생긴 아이가 있어 공감해보고자 하는 이유가 컸다.

 

수업 방식이나 내용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분위기 상 이 상태로 조금만 가면 안 그래도 재미없는 교과목으로서의 영어와는 이별이겠구나 싶다.

 

설득과 강요와 협박이 없는 가족 분위기라 아이들은 오히려 위험에 처해있다. ^^;  미래를 알 도리야 없지만 많이 배울수록 언어 이상의 것들이 펼쳐지는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외국어인지라 아깝다.

 

일단 교과목 학습보단 합리적이고 재미난 교재들을 찾다 만난 책들 중 하나이다.



1일차에. If BTS loved me 란 문장으로 가정법 설명을 하시니 즐겁게 통과올 해 생일선물로 BTS 1000피스 퍼즐과 기타 등등 굿즈를 부탁한 아이니 효과가 좋다.

 

하루 20분 50일인데 하루 50분 20일로 페이스를 잡겠다고 한다혹여 내신 영어 성적은 처참해도 다른 영어와는 이별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듯.

 

가정법

분사

수동

to 부정사와 동명사

조동사

현재와 진행

완료

현재완료진행

부정 의문문

 

친절하고 쉽고 재미난 영문법 설명과 활용이 있고 기분 나쁠 때 쓰는 완료표현삼겹살 냄새와 비슷한 현재완료 등 문제 풀이는 전혀없다. 재밌게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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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개념 연구소 1 : 물질.생명 - 교과서를 통째로 삼킨 과학 개념 연구소 1
이정아 지음, 나인완 그림, 노석구 감수 / 비룡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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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 되어 고학년이 되었다고 더욱 건방지고 더 귀여워진 꼬맹이가 지난 주말 자신이 읽은 책들을 왜 등록(?)하지 않는지 정색을 해서 주말에 느긋하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놓고 아이들 책을 잔뜩 물려(?) 받았다.


꿀잼주의!하란 꿀벌과 선글라스(혹은 쉐이드) 낀 태양이 엄청 웃긴다.

해맑고 심지어 빛나는 똥과 휴지.

일단 아이들이 즐거워할 것은 분명!


<과학개념연구소>란 제목이 멋지다내가 어릴 적엔 이런 책이 없어서 시샘도 든다패피처럼 보이는 수석 연구원들 멍미와 머냥이가 함께 한다똑똑하게 탐험할 수 있는 가이드를 알려주고 교과서와 연계하여 5단계 학습법도 안내해 준다꽤나 체계적이다.



초등 과학 교과서의 대주제가 물질생명에너지지구라는 것도 덕분에 처음 알았다그 중 물질과 생명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는 거대한 기획에 설렌다물체재료물질이런 단어들이 일상용어인 척 자연스럽게 문장들 속에 등장한다재료들을 설명하다 혹시 초등생들 지루할까봐 초콜릿으로 만드는 옷 소개를 해두었다상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니진심 놀랐다.


고체들이 딱 붙어서 답답해하는 것을 현미경도 아니고 확대경으로 보여준다세상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확대경임에 틀림없다고체란 물질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재미난 방식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제품을 열심히 안 사다 보니음료수 병 허리가 잘록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음료수 양은 더 적게 들어가면서도 많아 보이게 한다니열심히 연구한 사람의 판매 수익에 관한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는 내용이다물론 마케팅과 심리학과 착시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액체에 관한 설명을 하느라 든 예이다.


몇 쪽 읽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읽으면 재미없다고 독서법 지적을 받았다목차를 보고 마음속에 궁금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을 먼저 읽어야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반박할 여지가 없이 맞는 말이라 순순히 따랐다기대하는 바는 알겠지만 을 제일 먼저 찾아보진 않으련다.

 

토픽과 실험과 상식이 정말 재밌다경남 함안에서 발견된 700년 된 씨앗이 발아한 이야기잠자는 공주가 따로 없네달걀 탱탱볼 실험그리고 바다 민달팽이가 광합성을 한다니어릴 적 소원 중에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자주 했는데 부럽다아니지비로소 희망을 가져야 하나?



그리고 대한민국에선 정말 화제가 되는 주제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 이 책에도 나온다면이 쫄깃한 정도가 라면 맛에서 가장 중요하다면수프를 먼저 넣어 끓는점을 높인 다음 면을 넣어야 더 쫄깃해진다고.

 

친절하고 재밌고 유익하다실제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이러이러한 것들이라고 바로 알려 주는 것을 보면 기획한 대로 연계학습 효과도 있을 듯하다


일단 이 등장하면 아이들이 한번은 즐겁게 웃게 되니 을 만드는 모든 생명도 모든 다양한 모양의 똥들도 대단한 물질이다


아이들에게 물질과 생명은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똥을 만드는 일로 모두 다 설명이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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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여행 6 - 목숨을 건 아마존 탈출 작전 마법의 시간여행 6
메리 폽 어즈번 지음, 노은정 옮김, 살 머도카 그림 / 비룡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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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 여행 시리즈는 출간된 지는 꽤 오래 되었고가장 큰 장점은 순서대로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59권까지 나왔는데 전집으로 사지 않아서 여러 권이 집에 머물렀다 떠나기를 반복했다.

 

아이들 입장을 최대한 상상해 보면 전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기고 하고 때로는 위험에 빠진 동물을 구해 주거나 무서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는여러 장르가 등장하는 재미난 시리즈이다.



아마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싫지만 번역 제목만 그렇고 원제는 무난하다물론 마법의 시간 여행이니모험과 재미는 어느 책에나 골고루 있고때론 꽤나 중요한 지식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만약 이 시리즈와 관련된 역사지리문화과학인물 지식 퀴즈 대회가 있다면 아이들을 이길 자신이 없다.

 

이제 고학년이 되었으니 곧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니 좀 쓸쓸하기도 하다원하면 내가 읽으면 된다.

 

아마존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들 다른 것들을 떠올리겠지만역시 가장 신비로운 점은 밀림과 정글즉 이름조차 모르는 어쩌면 인류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생물들이 많다는 점일 것이다마법 시간 여행을 하는 잭 역시 그러하다잭의 꿈은 그 생물들의 이름을 자신이 지어줄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나쁘지 않는 상상이라 생각하는데저자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이 다른 생물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준다는 이름을 지어준다 우월적 사고에 대해 자연스럽게 지적하고인간이 인지하기 전에도 다른 생물들은 원래 본원적 가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들은 이기심으로 아마존에 들어가서 파헤치고 훼손하지 말라고 전한다.

 

이런 책을 만날 때면 동화작가님들이 무척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진다어른들이야 들은 표시도 안 날 이야기들중요한 메시지들을 어쩌면 아이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이후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지도 모르니까.

 

벌레들한테 이름이 없으면 뭐 어때중략자기들 스스로 자기들이 누군지 알면 됐지.”

 

세상에는 원래 고약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중략피라냐도 그냥 피라냐답게 굴었을 뿐이고뱀도 그냥 뱀답게 굴었을 뿐이고악어도 그냥 악어답게 굴었을 뿐이고재규어도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했을 뿐이잖아.”

 

기분이 숙연해졌다코도 찡하고 이러다 눈물도 날 것 같다.

 

모든 생물은 원래 자신답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들의 삶에 끼어들어 선악과 위계와 가치 평가를 하는 일은 인간이 임의로 하는 일들일 뿐이고 사실도 진리도 아니다그렇다면 인간의 이런 태도혹은 취약점 역시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어떤 이유로 인간은 이토록이나 어리석어진 것일까.

 

모든 종을 능가할 힘을 찾아 모든 걸 다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다 망가뜨리는 행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인간다운 것일까…… 아닐까…….

 

........


지구 전체에 공급되는 산소의 6퍼센트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나온다우리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아마존 우림이 맡은 핵심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대체재는 없다그런 곳이 매년 50,000 제곱킬로미터씩 숲을 잃고 있다지구의 폐는 이미 5분의 1이 손실되었다. 2035년에는 탄소 수용량이 한계에 도달한다고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직접 목격한 페루의 한 생물 교사 해리 힐데브란드는 그때부터 학생들을 인솔해 20년간 한결같이 아마존으로 향해왔다.

 

열대우림 한가운데 털썩 주저앉은 학생들은 자연과 놀라운 교류를 합니다그곳에서 학생들은 소리 내 우는 원숭이와 마코앵무와 독개구리에 둘러싸여 만물이 이어져 있음을 스스로 깨닫습니다.”

 

...........


아마존이란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존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부족 이름이다전쟁의 신 아레스의 후손인 아마존은 여자들끼리만 나라를 이루었고 매우 용맹하여 사냥을 잘했다고 전해진다. 16세기에 아마존 강변을 탐험하던 스페인의 탐험가가 강 근처에 사는 원주민들 중에서 전사 차림의 한 여자를 보고서 아마존 강이라 이름 붙였다.

 

아마존 강은 얼마나 큰 강일까?

아마존 강은 약 6,200킬로미터로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세계에서 가장 긴 강은 아프리카 동북부를 흐르는 나일 강이다나일 강의 길이는 약 6,700킬로미터이다하지만 강이 차지하는 면적과 강물의 양으로 따지면 아마존 강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

 

우림 지대는 또 어느 곳에 있을까?

아마존 강 유역과 같은 우림 지대는 적도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중앙아프리카의 콩고 분지인도 남부동남아시아파푸아 뉴기니호주 북동부 연안 등이 우림 지대이다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우림 지대는 바로 아마존 강 유역이다아마존 강 주변의 우림 지대는 다른 우림 지대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넓다.

 

아마존 강의 자연은 어떤 위기에 처해 있을까?

아마존 강 유역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수많은 식물들이 모여 있어서 지구 산소의 약 4분의 1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아마존 강 유역이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람들이 이곳에 농장을 짓고 도로를 놓고 댐을 건설하느라 식물을 마구 없애는 바람에 밀림의 면적이 점점 줄고 동물들이 멸종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많은 환경 단체들이 아마존 강의 동물과 식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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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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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의 유튜브 영화채널을 추천받아 구독한 지는 좀 되었다열혈 구독자는 아니지만 굳이 다른 채널을 찾아볼 마음이 들지 않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채널임에는 분명하다화면도 나레이션도 자극적인 것이 없어 좋다체력과 면역이 약해 쉽게 지치거나 질리는 나로서는 휴식 시간에 기꺼이 방문하는 곳이다.

 

공부할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편을 골라 듣는 다소 불성실하고 다분히 이기적인 의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독자이지만출간 소식은 반가웠다일하거나 책 읽다 지칠 때 휴식 동반자이자 즐거움 제공자인 매체를 책으로 읽는 게 맞나 싶은어쩐지 관계의 변질 같아서 망설이다 목차 때문에 굴복하고 말았다.

 

내가 아주 조금만 더 자기중심적 사고가 뚜렷했다면 이 책의 목차는 나를 겨냥한 의도가 일부 있으리라 생각될 만큼 영화와 인문학자들의 면면이 모른 척 하기에 인연이 오래된 구성이었다그리고 완독한 느낌은 솔직하게 기대 이상이었다전공자로서 안일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그런 여유는 싹 없앨 만큼 깊이 있는 철학 이론을 섬세하게 잘 활용해서 영화라는 대중문화를 정성들여 설명하고 있다술술 읽힐 거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심각하게 정독했다이렇게 또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1.

 

할리우드영화감독들이 여전히 읽고 지니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eri poiētikēs)의 명성을 떠올려보면비극의 서사는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인물의 몰락과 죽음이어야 가장 극적’dramatic일 수 있다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은 배우에 대한 호감이든 캐릭터에 대한 인기이든 그 둘의 시너지이든인기를 얻을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운명을 고대로부터 예정 받은 것이었다.

 

우리가 비극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우리가 이토록 영웅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과 실패를 가슴에 담아두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그 핵심은 바로 공감에 있습니다우리는 등장인물들이 정신적육체적 고난을 겪고 고통받는 장면을 보며 그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서사에 빠져들게 됩니다고통과 좌절은 우리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마약 복용과 철없는(?) 행동으로 비난받고 추방되고 단역에 잠시 등장할 때부터 이 배우에게 호감을 가졌다슈퍼맨 ** <Man of Steel>보다 더 별로인 아이언맨으로 복귀했을 때의 반가움과 그 덕에 어벤져스 시리즈를 다 보고 만 팬으로서 이 플롯은 최고이자 최악인 황홀한 극적 장치였다


매회 히어로들이 처참하게 패배한다상영이 끝나고 화를 내는 관객을 실제로 본 적도 있다그때 그 기묘했던 충격을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하게 느낀다아리스토텔레스의 미토스와 파토스라니몇 줄로 설명이 불가능하니 내용 소개는 할 수 없다.

 

이것이 한글 표준표기법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놀랍다.

** 이것도수퍼맨을 왜 굳이 슈퍼맨으로충격이다.

 

2.

 

어떤 영화를 더 많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내게 <블레이드 러너>는 리들리 스콧 감독 연출, 1982년 개봉작이다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지나쳐서 전도와 비평 사이를 오가는 나를 참아주느라 지인들이 고생을 했다.

 

역시나 나의 마이너한 취향은 일관적이다역사상 최고의 SF라고 평가받는 이 영화는 심지어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렸다수년 간 떠들 만큼 떠들어서 여기에서 영화 이야기를 다시 하진 않겠지만내 존재를 흔들고 인식 기반을 흔들어 대던 이 영화의 모든 장면들 중대사들마저 모두 기억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니 여전히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린다.



로이 베티 그는 떠났고(2019나는 늙어가는 중이다.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지그 모슨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마치 빗속의 눈물처럼죽을 시간이야.”

 

인간은 복제품이라 불리는 리플리컨트의 이데아가 될 수 없었던비열하고 경솔하고 잔인하고 무지해서 아무 자격도 없어 보여 참담하고 처참했던,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진지하게 하게 만든 확실한 나의 영화이다.

 

당신은 진짜인가?”

당신은 원본인가?”

당신은 리플리컨트인가?”

스스로에게 보이트 캄프 테스트를 한 적이 있나요?”

 

3.

 

<매트릭스>와 르네 데카르트철학자로 명성이 가장 높지만데카르트는 수학자이고 물리학자이기도 하다그의 형이상학은 그가 인정한 엄밀한 논증적인 지식인 수학에 근거하고 있다보편적인 토대의심할 수 없는 하나를 찾아냄으로써 근대 철학과 사상이 개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위대한 학자이다.

 

수학용어 행렬을 영화 제목으로 떡 하니 붙이고 제목을 뛰어 넘는 메시지 가득한 극도로 매력적인 상업영화를 만든 워쇼스키 남매는 최고의 연출가들이었다. 세기말적인 1999년 개봉도 완벽하게 멋졌다하마터면 배우들이 읽어야했다던 책들도 찾아 읽을 뻔했다말려준 친구들에게 지금이나마 감사한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매트릭스의 세계로 이주하였다지금도 점차 배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 근 미래에는 Matrix의 라틴어 원뜻*처럼 가상세계가 모체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matrix(n.) ...... directly from Latin mātrix (genitive mātricis) "pregnant animal," in Late Latin "womb," also "source, origin," from māter (genitive mātris) "mother" (see mother (n.1)).

 

...... 더 포스트모더니즘적입니다인식을 넘어선 세상에 대해서복제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대표적으로 언급해야 할 인물이 바로 사이퍼라는 친구입니다중략사이퍼는 빨간 약을 선택한 걸 후회합니다. ‘빨간 약’, 즉 진실을 거부한다는 것은 가능할까요진실을 알고도 이미 인식한 세계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진실은 거짓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의 매트릭스에 오류는 없습니까오늘도?



4.

 

히어로 영화 중 초기의 최애 영화는 팀 버튼의 <배트맨>(199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F판타지범죄물 책을 신나게 읽는 취향이고 팀 버튼 감독의 영화라면 그냥 보던 시절이다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딱 좋았지만 내 취향이 마이너인지라 불안했다당연히(?) 시리즈3부터 감독이 교체되어 그만 볼까 했다 발 킬머 주연이라 또 보고, 4에서 조지 클루니가 나와서 또 보다가…… 10분만 좋아도 영화 욕 안 하는 편인데 이런 코미디는 도저히 못 보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나 2005년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그리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  주연인 크리스천 베일의 발성이 거의 안 들려서 영화 자막을 열심히 봐야하는 불편한 경험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명작들이었다.

 

융은 인간 심리의 구조를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했습니다의식의 세계에서 페르소나와 무의식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의식의 중심인 자아(ego)’입니다페르소나는 하나의 사회적 인격인데 자아는 언제나 페르소나로 일컫는 가면을 쓰고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죠이에 따르면 브루스 웨인이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인 경박한 억만장자이자 플레이보이라는 모습 역시 페르소나입니다.

 

지금은 융의 심리학보다 뇌과학을 더 열심히 읽고 배우는 입장이지만한 시절 갑갑하고 지겨웠던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이고 지루했던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휘둘리지 않게 해주던 칼 융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제일 처음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한 아이디는 페르소나였다.

 

어렵진 않지만 가볍지도 않게 철학을 재밌고 즐겁게 활용한 흥미로운 책이다나처럼 다소 거만한 태도로 어디 어떻게 썼나 보자해도 재밌을 책이다금세 겸손해져서 동의하며 즐거워하며 읽게 된다나로선 참 반가웠던 영화와 철학의 페어링을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수많은 영화들수많은 철학자들이 있으니 11편에서 그칠 이유는 없지 않나 하는 기대와 욕심이 생긴다이어지는 시리즈가 있다면 나는 분명 읽을 것이다.

 

늘 금요일보다 더 피곤한 목요일덕분에 마무리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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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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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직업적 역할을 가교(架橋)로 인식한다.

영화와 대중을영화인과 관객을때론 영화와 세상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질문하고 기록하며 전달하는 사람.

 

당신이 여기 실린 글에서 언급한 영화를 당장 보고 싶어진다면,

해당 영화와 음식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풍성하게 떠올릴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 같다.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나른하고 느긋해서 책을 읽기 전부터 일종의(?)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영화와 요리라니가장 먼저 번쩍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 과연반갑기만 한 소재들이다내가 기대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을까 그것부터 보러 가야겠다.

 

줄리 줄리아(2009) YESSS!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음향 시설을 통해 듣는 방송은 언제나 조금 더 특별하게 들린다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이 깔리고 ‘ON AIR’ 사인에 불이 들어오면늘 바닥에서 두 발이 저절로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시그널은 줄리 줄리아에 나오는 줄리아(메릴 스트립)의 테마였다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 위에 DJ의 목소리가 얹어질 때나는 매번 왠지 모르게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그 평온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일은 당장 뭐가 어떻게 될지 짐작도 안 되는데 요리는 확실해서 좋아.”

 

버터는 아무리 넣어도 지나치지 않지.”

 

요리도 영화도 본연의 재미와 품질을 모두 발휘하는 독보적인 작품이다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한국식 갈비찜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요리도 아니라고 믿으니 저자께서도 언젠가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


 

리틀 포레스트(2018)

 

아마도 좋아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라 믿는다나는 별 재미와 감동이 없었지만. 영화 자체의 스토리 보다 이은선 저자가 좋아하는 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둔 후 자책감에 시달린 이야기그래도 멈추지 않고 가고 싶은 곳들로 떠난 이야기제주에서 살면서 내가 느끼기에는 영화보다 더 멋진 고요하고 거룩한 리틀 포레스트의 추억을 만든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덕분에 오래 전 퇴사한 날이 떠올랐다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지만시작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일은 해선 안 되는 것처럼 살아온 관성이 있어서무언가를 끝까지 가보지 않고 중간에 포기했다는 묘한 허전함과 약간의 서글픔이 있었다그래서인지 먹지도 않던 빅맥을 막 먹고 다시 걸은 기억이 난다처음이자 마지막 빅맥문득 기억하지 못하는 그 맛이 뭘까 궁금하다.

 

목요일 저녁에 펼치길 잘 했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읽으면서 참 잘 쉬었다는 기분이 든다봤던 영화 맛봤던 음식들은 추억 덕에 즐겁고모르는 영화이름조차 생소한 음식은 궁금해서 즐겁다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걱정 없이 떠들썩하게 천천히 식사를 한 적이 언제 적 일인가 싶다어쩌면 그조차 줄여야할 정도로 다른 과소비를 펑펑하며 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리라.

 

30년에서 500년으로 인류의 여명을 잡은 학자들의 발표가 나왔다이제까지 들은 것 중에 가장 가까운초근미래 디스토피아이다최상위 포식자가 반드시 멸종하는 대멸종 6차의 예측 시기는 500년에서 1만년이었다가격이 조금 더 싸다는 이유로 수소 대신 석유를 주 에너지원으로 정한 19세기의 그 날인류는 지구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격리되어 가난하게 살아갈 운명으로 스스로 결정한 것일 지도 모른다.

 

가난은 세상의 유려한 지식과 아름다운 경험에서 사람을 소외시킨다그것이 가난의 가장 공정하지 못한 점이다누군가를 강렬하게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경험의 결핍들이 메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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