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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개념 연구소 1 : 물질.생명 - 교과서를 통째로 삼킨 ㅣ 과학 개념 연구소 1
이정아 지음, 나인완 그림, 노석구 감수 / 비룡소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초4가 되어 고학년이 되었다고 더욱 건방지고 더 귀여워진 꼬맹이가 지난 주말 자신이 읽은 책들을 왜 등록(?)하지 않는지 정색을 해서 주말에 느긋하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놓고 아이들 책을 잔뜩 물려(?) 받았다.
꿀잼주의!하란 꿀벌과 선글라스(혹은 쉐이드) 낀 태양이 엄청 웃긴다.
해맑고 심지어 빛나는 똥과 휴지.
일단 아이들이 즐거워할 것은 분명!
<과학개념연구소>란 제목이 멋지다. 내가 어릴 적엔 이런 책이 없어서 시샘도 든다. 패피처럼 보이는 수석 연구원들 멍미와 머냥이가 함께 한다. 똑똑하게 탐험할 수 있는 가이드를 알려주고 교과서와 연계하여 5단계 학습법도 안내해 준다. 꽤나 체계적이다.
초등 과학 교과서의 대주제가 물질, 생명, 에너지, 지구라는 것도 덕분에 처음 알았다. 그 중 물질과 생명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는 거대한 기획에 설렌다. 물체, 재료, 물질, 이런 단어들이 일상용어인 척 자연스럽게 문장들 속에 등장한다. 재료들을 설명하다 혹시 초등생들 지루할까봐 초콜릿으로 만드는 옷 소개를 해두었다. 상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니. 진심 놀랐다.
고체들이 딱 붙어서 답답해하는 것을 현미경도 아니고 확대경으로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확대경임에 틀림없다. 고체란 물질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재미난 방식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제품을 열심히 안 사다 보니, 음료수 병 허리가 잘록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음료수 양은 더 적게 들어가면서도 많아 보이게 한다니! 열심히 연구한 사람의 판매 수익에 관한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는 내용이다. 물론 마케팅과 심리학과 착시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액체에 관한 설명을 하느라 든 예이다.
몇 쪽 읽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읽으면 재미없다고 독서법 지적을 받았다. 목차를 보고 마음속에 궁금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을 먼저 읽어야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반박할 여지가 없이 맞는 말이라 순순히 따랐다. 기대하는 바는 알겠지만 ‘똥’을 제일 먼저 찾아보진 않으련다.
토픽과 실험과 상식이 정말 재밌다. 경남 함안에서 발견된 700년 된 씨앗이 발아한 이야기, 잠자는 공주가 따로 없네, 달걀 탱탱볼 실험, 그리고 ‘바다 민달팽이’가 광합성을 한다니! 어릴 적 소원 중에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자주 했는데 부럽다. 아니지, 비로소 희망을 가져야 하나?
그리고 대한민국에선 정말 화제가 되는 주제,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 이 책에도 나온다. 면이 쫄깃한 정도가 라면 맛에서 가장 중요하다면, 수프를 먼저 넣어 끓는점을 높인 다음 면을 넣어야 더 쫄깃해진다고.
친절하고 재밌고 유익하다. 실제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이러이러한 것들이라고 바로 알려 주는 것을 보면 기획한 대로 연계학습 효과도 있을 듯하다.
일단 ‘똥’이 등장하면 아이들이 한번은 즐겁게 웃게 되니 ‘똥’을 만드는 모든 생명도 모든 다양한 모양의 ‘똥들’도 대단한 물질이다.
아이들에게 물질과 생명은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똥을 만드는 일로 모두 다 설명이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