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씨, 우리 함께 걸어요
김지선 지음 / 좋은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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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은 통계일 뿐이고 실제로 얼마나 살 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늘어난 수명 탓에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에 대한 염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발병률이 높다.

 

얼마 전 큰 이모님이 진단을 받으셔서 가족력이 되었다. 점점 줄어드는 도파민 세포를 보충하는 도파민 치료로 호전된다고 하지만, 약물 반응도 개인차가 있고, 여전히 완치는 불가능한 병이며, 이상운동증에 따른 합병증과 다른 부상 위험도 커진다.

 

이 책은 파킨슨 병이 무엇인지*를 아주 쉽게 설명하고, 그저 운동하세요가 아닌, 어떤 운동과 어떻게 운동하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저자에 의하면 전 세계 관련 연구 논문을 기반으로 하였다고 한다.

 

* 제임슨 파킨슨이 18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의/명명: 떨림을 동반한 마비에 대한 고찰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퇴행성 뇌질환.


 

투병과 완치라는 태도와 목표는 힘이 많이 들고 좌절과 실망을 키우기도 한다. 완치가 불가능해도 이미 약물로 관리하며 살아가는 다른 많은 질병들처럼, 파킨슨 병도 하늘이, 삶이 무너지는그런 기분 말고, 운동으로도 일정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불안이 조금은 줄 것이다.**

 

** 유전적 요인(5-10%), 환경적 요인(살충게, 중금속, 일산화탄소, 유기용매, 두부 손상, 스트레스,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

 

파킨슨 병의 가장 큰 특징은 떨림이며, 편안한 상태로 힘을 빼고 있을 때 더 심해서 안정 떨림이라 부른다. , 다리, 얼굴에서 나타날 수 있고, 걸음이 불안정해져 골절의 위험이 커진다. 발음도 부정확해지고, 수면장애, 기억력 저하, 환청, 환시, 변비, 소화장애, 통증, 기립성저혈압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운동은 병의 진행을 늦추며 뇌신경을 보호한다. 치매에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운동의 종류와 상세 소개는 145쪽에서 찾을 수 있다. 근력운동과 더불어 충분한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연령이 아주 높지 않다면, 스쿼트. 계단오르기, 등산도 가능하다. 실내 운동들도 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무조건 좋다.


 

동작 지도를 위한 일러스트도 있다. 어지러운 분들은 앉아서 하는 운동을 선택하시는 게 더 좋겠다. 배운 만큼 조바심도 들지만, 차분히 호흡하고 식사와 운동을 기억하는 것, 예방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20년의 경험과 공부가 담긴 유용한 이 책은 환자, 보호자, 가족, 의학 종사자 등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의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목처럼 다정한 위로의 문장들이 무척 감사하다. 더위가 곧 물러가면 바로 걷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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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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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매순간이지 라고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하는 건 결단인가 싶다. 오래 고민하고 마음을 먹을 시간이 없는 상황들이 많아서, 나는 매번 무수한 기회비용들을 계산하고 잘라내며 포기할 수 없는 하나만 남겨 취사선택한다. 결단()이 더 어울리는, 대개 숨 가쁜 일상이다.

 

그렇다면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언제일까. 화가 많이 나는 한 주를 보내서 녹초가 된 기분으로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인터뷰 질문과 답변을 듣다 보니 기분이 차분해진다. https://youtu.be/nz43iRjgCb4

 

인간은 매일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결정에 직면하고 그 수가 하루 평균 35,000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그 많은 결정에 실수나 부족함이 없을 리 없다는 위로를 받는다. 다들 대단히 애쓰며 살고 있구나.

 

이러니 불안과 강박이 옥죄어 오지 않을 수 없다. 피곤한 뇌는 생각의 품을 넓히거나 새로 배우기보다, 제자리를 맴돌며 기존 사례를 기준 삼아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려 한다. 이렇게 피로한 삶은 시스템이 몰아가는 것이라고, 인간에게 여백과 빈자리를 남기지 않는 삶은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

 

실수하고 싶지 않지만 실수하며 살아가는, 그로 인한 고민이 쌓여가는 어려운 일상. 아무리 노력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세계는 어려운 결정을 이어가도록 만들 것이다. 부정하지 말고 차라리 인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발판으로 느껴진다. 자주 들은 문장에 의미가 더해진다. ‘두렵지만 하는 것’.

 

살아보니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대단해 보이고, 다들 힘드니 잘 웃고 늘 다정한 사람들이 더 대단해보인다. 그분들에게만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삶이 수월할 리가 없으니까.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애쓰는 이들.

 

연령 상 나는 선택의 범위가 그리 넓지도 많지도 않은 삶을 살 것이다. 완전히 무모한 모험을 하지 않으면 큰 딜레마나 상실을 겪을 가능성도 낮다. 버거운 젊음을 건너왔기 때문일까. 젊음을 살고 있는, 살아갈 이들을 생각하면 애틋한 기분에 무조건 응원을 보내고 싶다.

 

무엇이 나에게 최선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는 다음 중 어느 쪽인가? ‘지금의 나인가, ‘나중의 나인가?”

 

각자의 삶의 정답도 해법도 자신만 찾을 수 있고, 선택과 결심도 자신이 최종 행위자일 수밖에 없다. 막막해도 다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읽고 참고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이 책은 어려운 결심을 고민하는 이에게 좋은 선물이다.

 

현실에서는 한 번에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인물들의 다양한 삶과 사건들이 있고, ‘선택과 관련된 연구 결과들도 포함되어 있다. 대화 실험 같은 질문들도 생각의 여지를 넓혀준다. 어쩌면 크게 웃을 코드가 맞는 유머를 만날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은 우리가 알거나 모르는 어떤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최고의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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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이야기 - 고객과의 귀맞춤
송혜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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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에 전화를 할 일이 별로 없이 살다가, 팬데믹 기간 동안 부모님 댁 여러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화가 잦아졌다. 내가 하지 않아 모르는 부모님 댁 TV, 인터넷 관련 계약 등을 정확히 확인할 때도 아주 유용했다.

 

대기시간이 짧지 않고,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도 실제 문제 해결까지 방문기사 배치 등 변수가 있긴 했지만, 콜센터가 없었으면 훨씬 더 번거롭고 막막했을 일들을 여러 번 도움 받았다.

 

전혀 모르던 분에게 도움을 받고 나면, 통화 시작 형식적이었던 인사가 진심으로 감사한 인사로 바뀌게 된다. 경험 상 응대해준 모든 직원이 친절했고 전문적 해법과 최대한 빠른 처리를 해주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화를 내고 욕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상담사는 하루에 받는 전화통화수만큼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 중 한 통화라도 불쾌하고 힘이 들면 힘든 하루가 된다. 만약 여러 통화, 수십 통화가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매일이 어떨까.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업무 스트레스, 언어폭력, 실적 압박 등. 그렇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진상 고객은 사라지지 않아도, 지치도록 느리게 바뀌는 업무 환경이라도,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는 중요하다. 더 중요해진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동료와의 관계도 힘들어진다. 서로가 힘든 와중에 누가 짜증을 부리면, 누군가는 화를 낸다. 일상적인 수다도 가벼운 농담도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 된다. 다친 만큼 상처를 주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던 직원들이 망가진다. 우울증 약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카페인 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두통 등 별증으로 쉽지도 놀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현재의 작업 환경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도, 퇴사를 해야 아픈 게 낫는다고 해소,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 퇴사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우리 모두 어떻게든 살아보자.


 

이 책은 불안과 아픔을 대면하고 바라보고 이야기로 전하고 글로 남긴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불안과 아픔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작아졌기를 바란다. 언제나 소비자이자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알고 이해하고 배려하도록 돕는 책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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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쓸모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법 이야기 - 공인노무사 출신 노동전문변호사가 알려 주는
송도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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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가져가서 꽂아만 둬도 든든할 제목입니다. ‘이란 만능도 이상주의의 동력은 아니지만, 생존의 최저 하한선을 지키는 방패입니다. 눈을 감은 정의의 여신처럼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면 해결될 문제도 아주 많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필요한 법을 만들었는데, 사회 규모가 커지니, 입법 과정이 지난하고 법률 이외의 규정과 시행령과 권고 등의 사항들이 늘어났습니다. 제정된 법률에 특별법이나 개정, 제정 사항들이 많은 경우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괴롭힘이란 단어는 법적 해석이 분분할 여지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틀을 잡아가고, 판례와 사례를 참고해서, 저자처럼 노무사 출신 변호사에게 배우면 일차적인 정리와 명확한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판례와 사례는 계속 생기는 중이고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갑질이란 수치스러운 단어가 통용되는 한국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직업 종류에 무관합니다. 물론 대상자가 사회적 약자일수록 가해의 정도는 심해지고 빈도도 늘어납니다. 갑질로 인한 사회적 타살 소식이 어느 직군, 어느 성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 통계를 보면 더 선명합니다.

 

이 책에서는 괴롭힘법의 실효 여부, 판단기준, 관련 비판을 모두 담았고, 그 점이 고민의 역사를 보며 배울 기회가 됩니다. 현재 관련 기준이 수립되고 실효성을 갖추는 것도 이런 과정 덕분입니다. 이 법이 궁금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보호받는가 입니다.

 

- 괴롭힘 구도가 1인인가 그 이상인가

- 처벌/판단 기준이 될 증거가 있는가

- 신고 전 수집 가능한 증거 종류들

 



현장 실무가의 경험이 기록된 책이 반갑습니다. 구체적인 단계별 가이드가 있고, 증거 수집하는 법, 신고 접수 후 조사 준비와 주의할 점 등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판례들은 물론, 질의응답도 있으니, 부족하지 않은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쓴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다른 책들도 참고할 수 있지만 가장 먼저 꺼내어볼 책은 역시 쉽고 친절한 책일 거라 믿습니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헤매는 이들에게는 특히 실무서로서 가치가 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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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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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 무서움만큼 흥미를 느낀 것은 화학을 모르던 어릴 적 문고판으로 만난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섬뜩하도록 고요한 범죄 방식은 추리 작품에 긴장을 더했다.

 

어떤 독인지 알아내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 과정이 치밀하고 섬세한 재미를 제공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독도, 분량을 달리하면 평범한 식재료와 일상 용품으로 사용 가능한 독도 있다는 반전 같은 지식이 신기했다.


 

범죄의 동기는 다양할 수 있지만, 독을 사용하려면 사전 계획이 필수이고, 대상자의 습관과 일상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고, 독약의 분량과 투여 방식 등 모든 것이 숨 막힐 만큼 철저해야 성공(?)한다.


 

어떤 독은 즉사를, 다른 독은 오랜 세월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살다가 비참하게 죽게도 만든다. 문학 작품으로 만난 을 이 책에서는 논픽션의 지식정보를 더해 만난다. 르네상스 시대 인류는 에 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했다.

 

“(약을) 독으로 만드는 것은 투여량이다.”

 

그렇다면 한 방울로도 살인이 가능한 독은 무엇일까. 독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처리되어야할 물질일까.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은 것은 독일까, 동종 인간일까. 인간의 욕망과 의도와 거침없는 목표지향은 독보다 덜 유해할까.

 

어떤 화학 물질을 본질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 차이가 있다면 그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자의 의도에 있을 것이다. 생명을 구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생명을 빼앗으려는 의도인가.”

 

독이 약이 되기도 하는 현실은 마치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라는 모순이 가득한 진짜 세상 같다. 살인은 멈춘 적이 없고, 독살은 가장 오래된 살해법이다. 지금은 당당하게 해양에 독을 투기한다고 발표하는 독살의 시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들과 원소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잠재력 위험이 인간이 합성한 물질에 내포되어 있다.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지 모르고 만든 모든 것이 인류 멸종을 위해 차근차근 쓰이고 있다. 인간 스스로에 의해.


 

역사 속 11건의 독살 사건들을 타크 투어처럼 경험한 독서였다. 책을 덮으니, 어쩌면 누군가 기록해줄 인간도 남지 않은 미래에, 인류 역사상 가장 다크할 독살이 현실에서 곧 시작되려 한다.

 

리트비넨코의 혈액에서 발견된 폴로늄-210의 양은 26.5밀리그램이었다. 매우 적은 양이지만, 이 폴로늄이 그의 몸을 공격한 방사능의 양은 175000장의 엑스선 사진을 한꺼번에 찍은 것과 맞먹는 양이었다. 폴로늄-2101밀리그램 미만의 극미량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리트비넨코가 이 물질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이 물질이 살인 무기로 쓰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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