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간 복돌이
오진혁.오인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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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번의 긴 여행이 아니라 해마다 겨울에 가족들과 긴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는 건 단지 ‘자유로운 영혼’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가이드가 따로 있어서 선정, 준비, 일정, 통역 등을 모두 대리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준비 과정은 언제나 설렘보다 지난하고 힘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이것도 많이 하면 느는 능력 중 하나일지 모르겠지만, 혼자 가는 같은 여행지가 아니라면 경험치가 큰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여행을 마치고 와서 책을 만드신다니!

 


몇 해 전 친구네 가족들이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을 하고 와서 ‘우리는 새롭게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고 지치도록 자랑하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워서, 우리 집 꼬맹이가 조금 만 더 자라면 우리도 떠난다!라고 호기롭게 생각만 한 것이 여러 해 전이다. 구체적 조사도 준비도 계획도 전무하다.

 


한 때는 지구 반 바퀴쯤 돌아다녔다며 공항 식사와 이동이 넘 지겹다는 둥 하면 살았는데 어느덧 해야 할 이유보다 안 해도 되는 이유가 핑계가 더 많아진다. 젊었고 홀홀단신 아니면 젤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속편한 여행이었지만 여행의 고단함을 아는 나로서는, 휴양지도 아니고 가족 동반을 매년 하는 이분들이 보통 분들이 아니실거라 생각해서 이제 평균 체력도 안 되는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요일과 시간별로 기록된 목차를 보고, 도움을 넘어 카피할 부분이 있을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가 무거워질수록 무엇이든 기회를 삼아 용기를 그러모을까 하는 생각이 많아진다.

 


아빠와 엄마는 차를 마시면서 차창을 바라봅니다.
“엄마, 아빠, 뭐가 보여? 깜깜한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보고 있어. 엄마는, 이거 너무 하고 싶었어!” 71

 


“달리는 횡단열차에서 자작나무와 눈 덮인 벌판을 계속 달려가는 이 순간, 책을 보고 k를 마시는 경험을 우리 가족들이랑 꼭 해 보고 싶었어요!” 76

“학교 공부 못지않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공부야. 비록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경험에 투자하는 것은 인생을 가장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엄마는 믿어.” 85

“복돌아, 아빠는 깨어 있을 때 우리가 정차하는 기차역을 모두 밟아 보고 싶어. ‘우리가 언제 다시 시베리아 한복판을 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야.” 162

 


“앞에 다가올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그저 역방향으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주어지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아.” 197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좋든 싫든 간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항상 오늘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자.” 198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허락된 사적 공간인 내 집은 제일 소중한 공간이다. 내 허락 없이는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유일한 공간. 그런데 왜 이런 공간인 집을 잠시라도 떠나는 여행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도 늘 이렇게 많은 것일까. 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여행을 가는 걸까. 여행을 ‘통해’ 뭔가 다른 것을 얻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여행 자체가 목적인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탐험과 여행에 대한 욕구가 크고도 오래 지속된 편이고, ‘여행가’란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분노하고 억울해했으며, 이왕 운 좋게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가능한 지구를 많이 보고 죽자는 생각에 열심히 다녔고(하지만 30개국 30일과 같은 형식의 배낭여행은 내 기준에서의 여행과 너무 괴리가 커서 해본 적이 없다),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철새로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여행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여행 다니는 이유나 경험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는데, 8살 복돌이가 작성한 여행기라서 그런지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오래 읽은 듯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남의 여행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고, 생각보다 더 생생한 간접 경험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베리아횡단열차여행, 상당히 오랜 세월 내 계획에 등장해서 사라지지 않고 있고 엉덩이 통증을 무릅쓰고라도 동경하는 여행 방식 중 하나였는데, 어쩌면 가능하지 않겠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이 들 무렵 이 여행기를 읽게 되어 헛헛한 마음이 3분의 1쯤은 채워진 느낌이다. 투덕투덕거리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들로.

 


이제는 열차 옆 칸에서 만나 얼굴을 익힌 여행 동료들인 것같은 느낌의 복돌이네 가족이 건강하게 새로운 겨울마다 늘 행복하게 새롭게 즐겁게 여행을 경험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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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하고 싶으세요 - 즐겁게 오래 하는 요식업 창업과 운영
서현명 지음 / 밥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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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대한 낭만은 시골에 살아 보지 않은 이들에게만 있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이 하시던 생업은 자식 대에 이르러 계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이란 간단한 통계로 보더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생계를 보장받는 전망 있는 경우보다는, 젊음과 건강과 심신을 갈아 넣는 고생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내거나 유지하는 일이 아주 드문 불안정한 사업형태이다. 그러니 부모도 권하지 않고 자식도 원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뭐라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요식업이 대안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분야인지라, 이 책의 경우와 같이 이론과 교훈이 아니라 철저히 현장노하우와 사례들로 채워진 내용들을 가능한 많이 접해보고 자신의 상황을 확인, 재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어가면서 공감이 가고 주위의 실패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들에서는 마음이 다시 아팠다. 지인들과 친구들 중에서 누군가의 개업 소식이 들리면 으레 가족, 친지 모임 등을 한번 주선해서 찾아가 보는 일이 있었는데, 비전문가인 내가 느끼기에도 마냥 응원하고 축하하기에는 성공을 짐작하게 하는 요소들이 부족한 경우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음식 맛을 잘 모를 정도로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여서 다음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무척 불안한 마음이 든 적도 있다.

 


그런 시간이 쌓여가면서 든 생각은 흔히 음식 솜씨 좋은 이들에게 팔아도 되겠다, 장사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하는데 이는 저자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꼭 맞는 말은 아닌 듯하다. 음식 잘 하는 것과 요식업! 즉 음식점 운영 하는 일은 다른 일이다. 음식 솜씨 이외에도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으로 반드시 알아야할 중요한 내용들이 있는데, 창업을 정말 진지하게 계획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런 점들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준비 단계를 낱낱이 공개한 이 책의 내용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20여년이 되도록 아직도 친구들과 각자가 가진 음반들과 취향들을 모아 언젠가 카페를 꼭 열자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고민은 전혀 해보지 않은 나 같은 엉터리 창업희망자도 무리 없이 잘 따라가면 읽을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있는 정도만 이해한 것뿐이겠지만, 읽고 나니 정말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절반, 이런 복잡한 일은 아예 시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딱 절반이다. 다른 친구에게도 읽혀 봐야겠다.

 


‘사람이 돈을 벌어 준다’


‘빼 먹어도 되는 작은 것이란 없다’


‘장사를 하면서 가장 큰 자신이자 이윤은 바로 직원이다’


‘매너를 지키지 않는 손님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니다’


‘성실과 겸손만이 영원한 매출을 이룬다’

 


창업과 운영에 관한 책을 처음 읽어서 비교 대상은 없지만, 이렇게 간결하고도 일목요연하고도 쉽게 총정리를 해주는 신통방통한 책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음식의 맛, 손님의 니즈, 단골 관리, 홍보와 마케팅, 직원 교육 등. 나와 친구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큰 업장이란 생각도 들지만, 가능한 많은 경우들에 대한 참고자료가 있는 것이 나쁘진 않다.

 


좀 잔인한 이야기로 예를 드는 것같긴 하지만, 예전에 야구팀 스카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스카우터들은 선수를 고를 때 준우승팀의 에이스보다 에이스가 아니더라도 우승팀의 멤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멤버가 우승을 해봤다는 것, 그래서 우승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사의 신은 이미 가장 유명한 독보적인 인물이 있지만, 이 책의 저자 또한 ‘성공’한 세프이자 컨설턴트로서, 아마 다른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 길이 대로처럼 적어도 그 나아갈 방향은 정확히 짚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곤경에 처한 경우에는 도움을 사양하지 않는 법이라 하고, 받을 수 있는 도움은 감사히 받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이토록 간명하고도 분명하게 잘 정리된 실질적 내용으로 가득한 도움은 꽤 반가울 것같다.

 


“장사의 목적은 분명 돈을 버는 것이지만 돈으로 행복을 찾을 순 없다. 장사는 즐겁게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장사의 신이 아니라, 즐겁게 장사하는 것이 진정한 장사의 신”

 


“이 책이 즐겁게 오래 하는 장사에 도움이 되어 장사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러니 즐겁게 오래 행복하게 장사할 수 있는 ‘수익’을 내는 법은 철저히 숙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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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이채연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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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치면서 핑크와 공주와 발레에 푹 빠져 있던 우리 집 쪼꼬맹이가 초등 2학년이 되자 초등부여자축구단에 가입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즐겁게 열심히 참여합니다. 방과 후 활동 정도인가 했는데 다른 학교 축구부와 대전 시합도 하고, 자기 방에서 혼자 잠들 때마다 눈물을 꼭 보이는 아이가 1박2일 훈련도 다녀왔습니다. 예쁜(?!) 옷들을 벗고 유니폼과 고글과 축구화 착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어린 사람들의 성장이 그렇긴 하지만 이 모든 갑작스런 변화가 사실 처음에는 엄청 놀라웠습니다. 혹시 적응하기에 실패하고 그만 두게 되면 우울해하거나 실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는데 여전히 좋아하는 활동을 씩씩하고 신나게 하는 아이를 보면 무조건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늘 잘 보이고 싶은 무척 좋아하는 할머니께서 자꾸만 “예쁜 손녀 까맣게 다 타네~ 그러게 여자가 무슨 축구를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가끔 말려 보려 노력하시는 게(ㅎㅎ) 단 하나의 걸림돌이긴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ㅎㅎ) 응원하고 있으니 아직은 딱히 스트레스나 상처를 받지 않는 것 같아 안심입니다. 조금만 더 젊고 체력이 남아 있다면, 저도 여자축구팀에 가입해 신나게 활동해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서글프고 아쉽습니다.

 

[축구왕 이채연]은 아이들을 통해 듣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학교 내의 여자 축구부 활동과 아이들 간의 인간관계, 심리묘사, 성장하는 순간들을 알려주고 보여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실제 초등학교 교사로 교내 여자 축구부 감독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신 거라 섬세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가득입니다.

 

“여자 축구부원을 모집합니다. 준비물은 공을 사랑하는 마음!”

 

꼭 ‘여자들’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처음 배우는 일에는 서툴게 마련이지요. 재미있는 부분은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대견한 모습들과 축구를 좋아하게 되는 심경변화, 경기를 치를 때마다 한 팀이 되어 노력하는 과정의 가치를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입니다. 역시나 ‘성장물’은 감동입니다. 학대도 체벌도 우승 강박증도 없이, 재밌으니까 하고, 아쉬워도 크게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독자인 저도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여자 축구부의 경기를 보며 열심히 열심히 응원하는 남자 축구부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잠시 현실에서의 악의와 대립과 비난이 잊히기도 합니다. ‘왕’이라는 전근대적 제목을 붙이지 말지, 하는 작은 불만도 살짝 생길 정도로 참 바람직하고 행복한 교육일상입니다.

 

“잘 못하면 어때? 재밌잖아!”

 

우리 집 꼬맹이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자꾸 개입되어서 더 그렇겠지만 진심으로 마음이 뭉클한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아이들을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이든 현실이든 아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길, 그러한 매일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길, 어쩌면 원하는 승리를 한번이라도 경험해 보길,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저자처럼 사랑 가득한 눈으로 지켜봐주고 함께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기를 애타게 기원했습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도 구분과 편견을 넘어 이토록 신나는 활동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남녀노소들이 더 많아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책표지를 보자말자 “이거 내 책이예요?”라고 눈을 반갑게 빛내던 꼬맹이와 함께 읽고 얘기 나누기에 참 반가웠던 책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주기적으로 국가별 금메달 개수만 세면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원하는 국민들 모두가 매일 각자의 일상에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더 넓은 운동장을 마련하는 일에 ‘국력’이 더 진지하게 쓰이길 바랍니다.

“채연아, 어때? 우리 축구 한번 해보자!”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인연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엮이는 거였다.

“어? 어......”

난 또 너무 쉽게 끄덕이고 말았다. 이상하게 지영이와는 모든 것을 같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것도 아니고 축구다. 남자아이들이 풀풀 풍기는 땀 냄새를 끔찍하게 여기는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까? 27-28


한동안 힘들어하던 안곰샘은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축구 감독을 보게 되었는데, 그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축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34


축구는 움직임의 운동이야.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움직임! 주변의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하고 나도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것! 상대의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에 민감한 사람이 축구를 잘 하는 거야. 50


잊지 마. 남의 움직임에 나의 움직임을 맞춘다. 옆줄, 앞줄 흐트러지지 않게 달리는 거야. 이건 축구가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더 중요해. 혼자서 잘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59


움직임과 패스의 상관관계는? 패스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하는 거야. 움직임은 상대와 나 사이의 공간, 즉 패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많이 움직이는 만큼 공간도 더 많이 생긴다. 69


운동장을 달리며 온 신경을 공에 집중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숨소리와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만 느껴질 뿐이다. 경기가 끝나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지만 마음만은 축구공처럼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축구를 생각보다 더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88


축구는 매력적이다.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하보다 축구가 훨씬 좋다. 골을 넣었을 때 발등에 공이 맞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 그 느낌을 안다. 135


이 책은 기성용 선수만큼이나 발랄한 여자 아이들이 펼치는 축구 이야기다. 세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스물네 명이 된 우리학교 여자 축구부를 떠올리며 썼다. 169


“선생님이 지금 쓰는 동화에 우리 전국 대회 나가는 걸로 되어 있는데......”

“선생님, 그러면 우리가 부담스럽잖아요!”

“알았어. 그런데 전국 대회 나가면 학교 수업 빠져도 되는데......”

“와아!”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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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정의 -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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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에서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와 한국전쟁과 이승만 정권과 유신독재와 군부독재와 문민정부를 다 목격하고 귀천하신 조부모님들께, 이제는 조손인 나도 못지않은 격동과 격랑의 세월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고 말씀 올려도 될 듯한 기분이 든다. 병리적이고 억압적인 구조의 말로로서 당연하고 필연적인 흐름이겠지만,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단출한 단일 사건인양 보일 정도로 얼마 전부터(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와 병폐들이 죄다 드러나기 시작"하는 분위기이다. 어느 한 구석 온전히 맑고 반듯한 곳이 없다. 적발로 갑작스럽게 노출된 퀴퀴하고 음습한 부분들이 마치 볕에 타들어가는 병증 환자의 비명처럼 스스로의 초조와 불안과 공포심을 날카롭고 무자비한 무기들로 바꿔 휘두르는 모습이다.

 

군주의 덕목이란 ‘필요에 따라 선악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적혀 있는 마키아벨리즘은 너무 많은 이들이 인용하고 배우지 않고도 잘만 추종해서 구태여 나까지 성실하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권력을 얻는 유일한 길이 기만과 계산과 조작에 있다고 믿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그 면면을 보면, 그러한 동력이 인정과 평가 욕구라기보다는 타인에게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할 때 느끼는 쾌락과 본인들이 현재 가진 권력으로 누릴 수 있는 다른 권력으로의 확장인 듯하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검사란 직업은 최고로 짜릿하고 흥미로운 직업군이다. 검찰은 수사를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기소를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구속을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구형을 하려면 얼마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고, 재판 후에 형 집행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할 수 있고, 이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거니까.

 

게다가 전관 오면 사건 봐주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정말 아무런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듯하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자신들이 99%는 제대로 하고 1% 정도 외압이 들어오거나 선배가 부탁하면 봐주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공정’이란 개념 자체의 부재와 엄청난 자기 합리화가 조직적으로 내재화되어 있는 형국이다. 영장 한번 꺾어 주고(?!) 몇 억씩 보장받는 살맛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검찰총장 직속의 무슨 무슨 권한실조 위원회들 몇 개 만들고 개혁의 얼굴을 하지는 말길 바란다. 시민독자인 내게 떠오르는 개혁할 몇 가지 중요한 사안들도 1. 기소독점 2. 수사지휘 3. 공판 4. 현직 검사 비리 외부 감찰 5. 공수처 분리 6. 자격 정년제 7. 전관예우금지 정도는 된다.

 

상식적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개처럼 산다 혹은 일을 개같이 한다’라고 하면 마땅히 모욕감을 느끼고 그러한 비하 표현(개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단지 인간 사회에서 개의 비유를 통해 인간을 비하하는 그 표현 지점을 말하고자 한다)의 저급함과 성급함을 지적하며 억울한 부분을 밝히는 것이 당연한데, 스스로 “우리는 개다. 물라고 하면 물고 물지 말라고 하면 물지 않는다.”고 한 발언은 여러 가지로 섬뜩하고 위험한 냄새가 난다. 판단력과 사고력과 직업윤리의 부재 혹은 그런 것들은 1도 염두에 두지 않는 합법적 범죄자다운 대범함,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교묘한 회피 의식과 발 빼기는 빼먹지 않는, 여러모로 문제가 심각한 발언이라 본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입마개와 목줄이 느슨해지자마자 충견답게 명령을 기다리는 대신 물라는 명령 없이도 알아서 물고 싶은 건 물었고 더 나아가 그런 행위를 통해 누구를 물어야 하는가를 주인에게 몸소 가르치려 들었다.

 

개의 정치적 입장 배한봉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개소리라 한다.

그것은 개들의 대화이기도 하고

개들이 달을 보고 하는 뻘짓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가끔

개소리한다고 할 때가 있다.

사람 안에 개가 들었다는 말이다.

 

개들도 그럴 때가 있을까.

 

개 안에 사람이 들어

울부짖으면

사람소리 한다고 개들끼리 수군거릴까.

 

그러면 그것은,

욕설일까,

정치일까,

철학의 한 유파를 형성할 수 있을까.

 

벽에는 커다랗게 얼굴 사진을 새긴 포스터가

일렬횡대로 붙어 웃고 있다.

 

벽보 앞을 지나가다 나는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정치적 혐오일까, 무관심일까, 참여일까.

 

골목 앞, 신들린 무당집 개가

아무나 지나갈 때마다

컹컹컹, 컹컹 자꾸 묻는다.

 

‘늘공(직업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전투‘는 늘 늘공의 승리로 끝난다.’ (임은정 검사). 현직 검사가 단호하게 재검증해주니 알고는 있었지만 끝까지 인정하기 싫었던 현실을 눈을 깜박이지도 못하고 쳐다봐야 하는구나 싶은 실감이 든다. 대한민국의 ‘관료마피아’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각국의 마피아보다 더 대단한 결속력과 응집력을 가지고 결정적일 때마다 실패 없는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국민들이 있을까 싶은 세월이 이미 오래다.

 

특히나 근래에 <대한민국 검사집단이 사는 법, ‘칼이란 이렇게 휘두르는 것이다!’>란 다큐를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름끼치게 목격했으며, “찍히면 다 죽는다!”를 충실하게 보여 준 숨 가쁜 표적수사와 화력 집중 쇼 덕택에, 경멸하는 전직 대법원장의 적법한 처벌을 고대하는 한편, 존경하는 또 다른 전직대법관이자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사법농단과 사법개혁’의 길 위에서 자꾸만 생각이 벗어나는 것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어느 새 머릿속엔 도검난무 화려한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과 절실함이 커져만 갔다.

 

김영란 전대법관이 “판사생활 동안 ‘사건에는 정답이 있고 판결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대법원에 와보니 판결은 선택이 되기도 했다.”고 한 ‘용감한’ 고백(거의 대부분의 유책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비웃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존경한다.)은 검찰의 노골적이고 거칠 것 없이 자유분방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의 막강 행보에 짓밟혀 어느 카페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느껴질 정도이다.

 

임은정 검사가 ‘개별 전투’에서는 질지라도 결국 ‘전쟁’에서는 시대정신을 담은 행보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 위로를 건네지만, ‘일치단결한 프로 칼잡이들’을 외부에서 개혁시킬 동력 약세와 ‘칼잡이들의 갑작스런 자기반성과 자체개혁’이란 망상스런 기대 사이에서 희망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알아서 미리 패배한 겁쟁이일 뿐인가. 내가 영원히 틀리고 임은정 검사의 확신이 모두가 볼 수 있는 불꽃처럼 명약관화 불타오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법의 본성은 기존 질서를 지켜나가려는 데 있으므로 계층화된 사회질서 또한 지켜나가려 할 것이다. 22

 

때로 형식적 평등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쪽을 유리하게 보호하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111

 

삼성 엑스파일 사건 판결의 다수 의견이 정당행위의 해석을 종래의 해석보다 훨씬 더 좁혀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선택인데도 그 결론에 대한 책임은 결국 고 노회찬 의원만이 지게 되었다. 200

 

정치적 판결이 다루는 문제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가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정치적이고 정책적이어서 '민주적 공론의 장'에서 깊이 있게 토론되도록 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다. 217

 

판사들이 큰 그림을 가지고 결론을 선택한다는 것은 원래 사법부가 의도하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판결의 결과들을 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향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중략. 그렇다면 입법을 하는 경우뿐 아니라 만들어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도 세계의 미래와 법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 상상해 보는 일들은 필요하다. 생각과 상상을 그치고 주어진 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계산된 알고리즘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226

 

시종여일 독보적으로 어조가 차분해서 설득력과 신뢰도가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는 전대법관 김영란님의 글 [판결과 정의], 혼자 읽고 고민하기엔 너무 크고 복잡한 정치/사회관계를 다루는 주제이니, 책모임이나 토론모임이 생기고 공론화되는 과정을 거쳐 [김영란법]처럼 법률 정책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곱게 다듬어지길 진심으로 고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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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의 후손
박숙자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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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제목과 저자를 짝 지어 외우는 그런 학습 방식이 어떤 교육적 의미와 효과가 있었는지 참 어리석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지만, 당시에는 그저 외우라니 열심히 외웠다. 그런 학창 시절이 지나고 나니, ‘정보’로 알고 있는 책들의 목록은 길었으나, 실제 읽어본 책은 드문 그런 어른이 되었다. 박숙자님의 [하멜의 후손]은 내게 그런 ‘책정보’ 중 하나인 [하멜표류기]를 떠올리게 했고, 나는 [하멜의 후손]이 더 재미있을 것이 분명하나, 과거의 기행적인 교육의 폐혜를 하나 극복해보겠다는 ‘사명감(?!)’에 [하멜표류기]를 먼저 읽어 보기로 결심했다.

 

표류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멜과 그 일행은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조선을 향한 것이 아니라, 타이완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가는 도중 태풍으로 인해 제주도에 표착한다. 병영에 체포 구금되었다가 서울로 압송되어 임금 알현하고(요즘은 난민관련부서가 있지만 당시는 왕조의 특성 상 모든 결정과 재가는 임금이 직접!) 여수로 가서 탈출을 시도하고 그런 고난의 나날을 보내는데 이는 소설의 구성과 내용과도 거의 유사해서,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비슷하게 기구하고 딱한 삶으로 표현된다.

1653년 8월 16일, 악몽과 같던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토록 견고하고 아름답던 스페르베르호가 암초에 몇 번 부딪혔다고 해서 그렇게 어이없이 부서지다니! 선원 64명이 이 배를 믿고 넓디넓은 바다를 항해하며 삶의 터전으로 삼고 아끼며 사랑하지 않았던가? 한정된 공간에서 같이 먹고 생활하며 서로 의지하는 가운데 다투기도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던 동료들이 파도에 떠밀려 해변에 시체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하멜은 기가 막혔다. 54

 

하멜은 결국 13년간 조선에 머무는데, 이때 쓴 글이 하멜표류기이며, 이는 하멜이 관심 가는 주제로 자의로 글을 쓰고자했던 것이 아니라, 밀린 월급을 청구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제출할 목적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횡령과 배임과 세금유용이 판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목격하고 사는 입장에서 17세기에도 꽤나 분명한 구체적 증거자료를 요청한 점이 부럽기도 했다. 보고서 성격이라 무미건조하고 사실 위주로 쓰여서 기대한 것처럼 흥미롭거나 재미가 있지는 않다는 평가가 주이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점들도 있었다. 어쨌든 17세기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이란 처음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린 스님들과 사이가 가장 좋았는데 그들은 매우 관대하고 우리를 좋아했으며, 특히 우리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풍습을 말해 주면 좋아했다. 그들은 외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듣기를 좋아했다. 만약 그들이 원하기만 했다면, 그들은 밤새도록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49

 

50~60년 전에 그들은 담배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때 일본인들이 그들에게 담배 재배술과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일본인들은 그 담배씨를 남반국에서 가져왔다고 말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남반코'라고 부른다. 이 나라에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여자들은 물론 네댓 살 되는 아이들도 담배를 피운다. 123

 

또한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난민허가 받기가 가장 어렵다는 대한민국인데, 효종이 하멜과 일행들에게 "그대들의 신변을 보호해주겠고, 여생을 마칠 때까지 적당한 식량과 의복을 지원해주겠다."는 평생지원을 약속한 것이 조선의 복지에 대한 공부가 없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멜과 동료들이 목숨을 걸어가며 탈출을 시도한 점이 거부감 없이 잘 이해가 된다. 고향에 가고자하는 마음이야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두 책을 번갈아 읽다보니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이유말고 하멜이 조선을 떠나야했던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물으며 상상하며 쓴 책이 [하멜의 후손]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설에서는 하멜이 무당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후손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그러니 하멜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소설이지만 개인사뿐만이 아니라, 역시 배경이 근대사의 큰 역사적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서 시기라 역사적 정보가 풍부하여 역사이해 참고도서의 역할도 하는 장점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사투리를 쓰는데, 이는 걱정했던 것보다 가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의 할아버지 남건열은 1936년에 출생하여 일제 때 유년기를 보냈고, 해방과 나라의 분단 그리고 끔찍한 6.25 전쟁 등, 변화무쌍한 시대를 다 거치신 분이야.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복한 인생을 사셨지. 물 건너 삼신리 선이의 딸과 결혼하여 오동리에서 조용히 살았어. 그분의 부친 남민석, 그러니까 나의 증조부가 일본에서 가져온 돈으로 마련한 논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군색하나마 단란하게 삼 남매를 길렀지." 207

 

오랜만에 역사소설과 역사서 두 권을 뒤적이며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정설은 아니라고 하지만, 만약 하멜과 그 일행들의 후손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이 좋은 역사소설이라 부모님께 한번쯤 권해드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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