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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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파킨슨 법칙이라는 경제학 용어를 아십니까?

일을 완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주어진 시간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이론이지요.

마감하는 인간들은 모두 뼈저리게 공감할 겁니다중략.

마감이란 닥치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저도 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닥치면 이 아니라 닥쳐야’ 해결되는 일이더군요. 38

 

무시무시한 제목이다.

 

타협 불가 마감이 있는 거대 프로젝트 직접 참여하는 인원만 100여 명 에 참가한 살벌했던 그 해가 폭설처럼 떠오른다. 1년짜리 프로젝트인데 잘 마무리되어야할 시기에 이르러 팀원들에게 개인적인 불가피한 사정들이 마구 터졌다근로기준법인권 그런 거 없는 세상에서 누워 자는 수면은 격일로 하고 밤새 하는 카페에서 더블 에스프레소와 얼음물 들이 마시며 일하다 의자에서 졸며 아침을 맞았다.

 

그해를 어찌 살아남아 마감하고 사표 쓰고 공기 좋고 조용한 곳(?)으로 일하러 일 년 간 떠났다일단 수입이 20분의 1로 줄었으니 2년 평균 연봉을 따지면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세상 미련한 일이다.

 

이후에 혼자 마감을 지키면 되는 일은 10여 년이 넘게 한 번도 연기하거나 어긴 적이 없어 냉혈마감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한 거라곤 없이 땀 흠뻑 흘리며 수명을 불살라 지키는 마감인데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소음 하나 없이 적요한 공간에서 숨만 조용히 쉬며 작업하는 동안 테이블과 의자 주위로 머리카락이 투둑.투둑빠져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이어진다이런 경험 없으시다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쨌든 재깍거리는 환청이 들리면서 누군가의 피가 얼어붙을 것 같은 제목이다.




출판사가 계약금을 보내놓고 기다리는 동안 첫 문단만 스물두 번 쓰고 나머지 시간은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면서 현실에서 안간힘으로 도피한 저를누구보다도 혐오하는 것은 저 자신입니다그런 저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중략왜 글쟁이들은 항상 돈 안 된다마감이 끔찍하다업계 상황이 치사하다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글을 끊지 못할까요중략너무 걱정을 마세요마감은 끝나거나 안 끝나거나 할 겁니다책도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하겠지요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확실히 끝납니다우리 그냥 사랑을 해요이 우주를가련한 중생을마감 늦는 작자들을요숨바에서 온 편지

 

진심으로 그 심정을 다 이해하지만 결론에 대해서는 반만 동의하겠습니다.

 

그때 생애에서 가장 중대한 첫 마감을 앞두고 있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무엇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그 마감 앞에서 혼자여야 한다는 걸절대적인 고독이 필요하다는 걸그것은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서도 안 되며 심지어 누구에게 엿보이거나 들켜서도 안 되는 나만의 내밀한 직면이어야 한다는 것.

 

인생이 한 방으로 결정 날 수도 있는 대한민국의 입시 풍경이다권여선 작가의 글 스물에도마흔에도 마감 이라 뭔가 더 심오한(?) 상황인가 했다그래도 이런 풍경과 심정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통적이고 대중적인 마감의 경험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는 곧 마흔이었고마흔은 일곱 살과 다를 바 없이 세상이 하라고 시키면 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나이였다불혹의 다른 이름인 부록처럼본문의 삶을 못 가진 나 같은 인간은 기꺼이 부록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마감을 한다는 것은 끝내기로 한 것을 끝냄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크든 작든 그건 내 삶의 흐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과 같다삶의 시간을 이쪽과 저쪽으로 구획 짓는 일이다마감 이전에는 내 모든 것이었던 하나의 세계를 그곳에 놓아두고 떠나는 일마감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했던 자신을어쩌면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더 나아졌을지도 모를 그 세계에서 단호히 끄집어내 그 너머의 세계로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데려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마감이란 말 앞에서 언제나 깊은 경외와 두려움을 느낀다.

 

권여선 작가의 글만 자꾸 되읽고 쓰고 있다이리 될 줄 아예 몰랐던 건 아니지만……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서 사랑하려면 목부터 곧게 펴야겠다고 생각했다사랑하는 일로 나를 해치고 싶지 않다무너진 몸으로 글 쓰는 일을 지랄이라 폄훼하고 미워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할 걸 알기 때문이다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향한 사랑이 애증으로 변하는 것은 슬프고 고된 일이다

알콩달콩하고픈 마감에 나는 항상 앓고 닳고

 

웃다가 눈물도 나고 다시 웃기고마지막 문장에 홀린 기분이다. 강이슬 방송작가의 작품들을 막 찾아보고 싶으다.

 

주어진 일을 그저 일로서 맞이하는 것과그 일에서 나도 모르는 다음의 나를 얻어내는 것은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나아지고 싶다이 일로 인해 또 한 번의 다음이 있다면 좋겠다아직은 모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또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지금의 직업을 넓게 유지하고 싶다. 168

 

읽기 전에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인데다양한 분야다앙한 직종은 마감 역시 다양하구나하는 것이다또 저만 몰랐나요그리고 마감 상황보다 더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저자들의 생각이다내 마감은 어떤 모습일까…… 조금 궁금하다.

 

나는 어떤 마감 스타일일까?

 

1. 사랑이 넘치는 박애주의자

"마감이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가요우리 그냥 사랑을 해요."

 

2. 자신에 대한 신심이 깊은 Believer

"마감요내일의 내가 하겠죠!!"

 

3. 살아있고고로 마감하는 데카르트 형

"마감이란 그런 겁니다살아있다마감을 한다."

 

4.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소작농형

"마감 때만 되면 자꾸만 '딴짓'이 하고 싶어져요."

 

5. 믿는 구석이 있는 베짱이형

"마감이 어디 있어내가 원고 주는 날이 마감이지!"

 

좋은 욕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걱정을 하며 산다고중략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수고와 부지런함은 실은 실패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오는 거라고 했다쓰는 동안 이유 모를 불안함에 뒷목이 서늘해질 때마다 삶을 더 괜찮은 쪽으로 끌어당겨주는 걱정의 힘을 믿었다더 잘하고 싶어서 나는 지금 불안한 거라고그러니까 걱정 없이 마음껏 걱정하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휘리릭 읽으며 발췌한 책들도 그냥 읽었다 쳐주자며그런 후한 막바지 기준으로 분류해도올 해 읽자고 했던 책들 중 9권이 덩그러니 남았다그리고 다시 읽지 않겠다고 기증할 책들이 4상자에 가득하다.

...


그래 이제 그만 마감이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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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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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



그냥 작가의 노트라고만 해도비밀 노트라고만 해도충분히 궁금할 텐데,

무려 상상력 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이다

최상급의 마케팅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뭘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귀차니스트라고 해서 순간 친하게 느낄 뻔 했지만,

그런 작가가 있을 리 없다속지 않겠다!

 

사실 별로 안 궁금했는데(라고 쿨하고 싶지만)…….

 

재밌는 기록과 기억들은 역시 기대만큼이나 담겨 있다.



결국 인생이란 이 물음과 대답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정말이지 너무 노골적이어서 멋도 정취도 없습니다.

어지간히 비범한 사람이 아닌 한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거나 우연히 잘되면 그걸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자신의 삶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니

또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요.

 


온갖 가지 걱정이 가득한 모습에 별 걱정 다해야하는 자신이 투영되어 마음이 징징 울렸다.

좀 더 읽다 보니 이건 생존 투쟁의 기록 같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다독이며 견디자는 일상의 매 순간이 이어진다.



내가 살아보니세상에 가장 힘겨운 일이 평범과 일상혹은 평범한 일상인 듯하다.

알고 보면 다들 매일 고군분투 중인데 안타깝게도 결국엔 각개전투로 승부를 봐야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살면 살수록 존재하는 것의 슬픔이 짙어 진다안 그러신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알지만 제가 잘 만나 뵌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요시타케 신스케는 상상력의 천재가 아니라 잡념의 천재쓸모없는 일들을 실패 없이 해치우는 천재 작가가 아닌가 싶다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테러 사양!

 

작가의 일상과 독자인 나의 일상이 닮았다는 것은 어떤 안도와 만족과 기쁨을 준다.

그래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새롭게 생긴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웃으며 읽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신스케의 천재성은 같은 소재들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 흘낏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얼마나 소소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일인지…….

그런데 좀 더 살다 보면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느 새 충분히 연습을 마친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좀 더 천천히 변하는 것 같고 복달 대던 마음도 배짱 좋게 쉬엄쉬엄 살자고 속살거린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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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속성 - 사람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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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완벽할 수 있는 방식은 단 하나뿐이지만 정보가 불완전할 수 있는 방식은 무수히 많다.

 

경제경영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뜻밖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호감이 생겼다한 학기 배정된 윤리학 수업 중에 윤리학의 태동이 경제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이다혹시 저만 몰랐나요.



내가 오래 이미지로만 이해했듯이 경제는 상거래 기술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다애초에 경제관념이 필요했던 이유는 인간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둘러보고 재화가 한정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나눠 쓸 것인가이것이 경제학의 최초의 과제였던 것이다나눠 써야할 근거와 방식을 정하려니 윤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무지와 오해로 인해 속물적이고 천박해 보이던왜 굳이 대학 내에 학문 대접 받으며 존재하는지 정확히 몰랐던 경제학이 순식간에 삶에 근원적이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와 역사를 가진 주제로 격상되었다인간을 살리는 일살림살이 일인 가정이건 국가이건 글로벌 공동체이건 를 이해하려면 경제를 알아야했다.

 

게다가 경제학은 언어로 수학을 사용한다인류 사회에서 어떤 근거(윤리)로 한정된 재화를 최선의 방식으로 나누어 최적의 생존을 도모할 것인가란 주제를 수학으로 표현하다니감동적이고 감탄스럽다.


폴 새뮤얼슨은 경제 분석의 기초를 통해 경제학을 더 이상 말이나 추측이 아니라 엄밀한 수치와 공식에 근거한 과학적 학문으로 자리 매김하는 수학 혁명을 이끌고경제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길을 연다.

 

경제학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수학 혁명과 게임 이론일반 균형 이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은 그것과는 무관한 잡동사니에 가려 있기 마련인데경제학자들은 그 잡동사니를 걷어 내는 데 필요한 도구로 수학을 사용했다.

 

달리 말해 그들은 수학 덕분에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아가 그처럼 군살을 걷어 내는’ 수학적 접근 덕분에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세상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제시할 수 있었고이후 여러 세대의 기업가들은 이론의 뼈대에 근육을 붙이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도구를 확보했다.

 

수학을 도입하는 이 변화 덕분에 경제학은 결국 세상을 장악할 수 있었다.

 

최초나 근원 타령하는 환원주의적 이야기는 그만하고 책으로 돌아오면저자들은 현재현대 사회의 전자상거래에서 플랫폼공유경제에 이르는 경제의 변화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묻는다그리고 그 이유가 기술(테크놀로지때문이 아니라고 한다즉 기술결정론을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재배치한다특히나 지난 반세기 동안 희소한 재화가 배분되는(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착상(아이디어), 즉 경제 이론이 변화를 주도한 동인이라고 논증한다.

 

기술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기술은 우리가 겪어 온 변화의 여러 동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기술 못지않게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일련의 혁신과 통찰이다그 혁신과 통찰이란 지난 반세기 동안 학술적인 경제학 연구에서 출발해 희소한 재화가 배분되는(즉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착상을 말한다그러한 착상들은 겉으로는 단지 기술의 변화로 보이는 것들의 밑바탕에서 경제적인 틀을 짜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들은 일군의 경제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중요한 경제학 논문들을 엄선했다고 한다얄팍한 연구 기간을 돌아봐도 이런 통시적 관점과 고찰은 어느 이론이든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시각을 선명하게 하는데 언제나 성공적인 도움을 준다.



즉 이 책에서는 경제 이론들이 현실 세계를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그리고 역으로 그 이론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그럼으로써 위대한 현대 경제학자들의 획기적 착상들이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어떻게 현실에 적극 개입하고 시장을 설계해 실험하고 우리 삶과 세상을 변혁하기까지 이르렀는지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유일무이한 절대적 무대는 시장이다그러다 보니 터무니없는 오용과 왜곡들도 가득한 대상이기도 하다초기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 적용되었다고 오래 널리 믿어져 왔던 가장 유명한 구절자유 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 Free market and an invisible hand.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것이다어떻게 이 구절에서 마치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신탁을 받은 듯이 시장에 대한 온갖 루머들이 양산되어 왔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누가 이런 번역을 했을까……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 명저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들을 때마다 슬프다.



이에 비견할 수 있는 것으로는 스피노자와 멸망 하루 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구절이 있다대한민국 국회도서관에도 없고 네덜란드 철학자도 금시초문인데한 때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은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한 학부생이 근거를 찾아 줄 수 있냐고 해서 지도교수와 하루 종일 원서들을 뒤적거렸던 어느 슬픈 날이 떠오른다애초에 누가 조작 배포한 겁니까.

 

다시 정신 차리고저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크게 시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고 본다하나는 시장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시장혐오주의다른 하나는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장근본주의.* 극단적이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를 지탱하는 한 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주의라고 하는 것들 중 지나치게 말끔한 이분법을 이루는 것들  - 즉 고민도 숙고도 없으니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들 - 은 애써 이해하려하지 말고 그냥 내다 버리자그게 낭비 없는 현명한 상책이다(순전히 사적 경험입니다).

 

이에 저자들은 혁신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구축된 시장들과 그 영향력이 우리 삶을 완전히 에워싸고 정체성에게까지 미치고 있으니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에 사용당할 것인가시장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 본다

 

시장이 순전히 이롭기만 할 때는 거의 없다

세상은 시장이냐아니면 포로수용소식 명령과 통제냐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모든 사회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효율의 낙원이 도래하더라도 반드시 모두가 평등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시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효율이라는 미덕이 소리 소문 없이 은연중에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하게 되면

사회로서의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다른 가치들이 냉대를 받는다.

 

기업을 경영하든 창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집을 사고팔든 온라인 쇼핑을 하든 매일같이 우리는 오늘날 진행 중인 거대한 사회적 실험의 최첨단을 살고 있는 셈이다시장 혁명은 단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만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마저 바꿔 놓을지 모른다이렇듯 시장이 주도하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우리에게는 매 순간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힘과 안목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길을 알려 주는 유익하고 간단명료한 이용 약관이다.

 

재밌는 내용들이 한참 더 이어지는데순전히 분량을 적합하게 줄여 쓰지 못하는 능력부족으로 글을 맺습니다.

 

곳곳에서 위트와 재치가 담긴 문장들로 진심으로 재밌어 하며 읽을 수 있게 배려하는잘 읽히는 <시장의 속성The Inner Lives of Markets: How People Shape Them-And They Shape U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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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의 거울
호은 리베라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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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소설판타지철학소설로 분류된 장편이다.

SF도 판타지 문학도 좋아하는 나는 혼자 푹 빠져 신나고 재미있게 잘 읽을 시간을 고대했다.

 

그런데……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해서 지난 해 겨우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보다 더 어렵다……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첫 장부터 문장들이 읽히지가 않고 배경과 인물들을 기억하기가 너무 힘들다일단 적었다.

 

수과학우주의 중심인 초문명계 데제리오 네쳐샴쌍둥이 무무리옴탄과 네쳐옴이 만든 철학적 윤리인 우주의 낱알 오방기계 인류 탑 포코스최고 상위 나프타아들 데제로스오르간에 옴이 스며들어마곡귀계우주에 남은 계를 수습실리벨레리베라타(작가의 집안?), 아모르우주의 축인 오방암흑의 기사 니그마달시지구의 옵스 가문나프타리옴탄의 무카시야르토카(모모네쳐리수스베오딘자베즈보리새로운 우주의 신인간 지황거울로 삼으려 한다옵스가의 마야와 지황을 연결감과지혜의 청동거울.

 

단순히 낯설어서 안 읽히는 건 아닐 텐데…….

 

방대한 만큼 난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장면이 현재형 문장들로 진행된다.

이 결론이 판타지 소설을 읽는 내 독해 능력의 급작스런 퇴행이 아니라면,

태양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들로 창조의 세계를 구축한

내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재 작가의 작품일 터이다.

 

대강 스토리 흐름이 잡히는 부분도 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 흐름을 좀 알겠다란 걸 읽었다 할 수 없지 않을까.

 

우주가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악당이 있고 라는 존재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지구로 떠나고우주의 축인 오방을 다시 세우는 게 목표이고진화된 오방을 찾는다?

 

다 읽었는데 어느 시대를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은 왜 등장했는지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번역서라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나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옴니버스 구성이라 해도 연계가 안 이루어진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처럼 사건 해석도 일관성이 없다.

 

그나마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은 표지뿐이다.


잘 읽을 수 있는 다른 독자들이 있을 터인데, 내가 읽기를 시도한 것이 미안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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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복리가 됩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생 역전의 기술
대런 하디 지음, 유정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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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라고 쓰니 마치 잘 피해야할 불길한 존재라도 되는 양 두려워하는 느낌이다늘 해야 하는 일들로새로 해야 하는 일들로이 두 가지가 올 해는 심하게 혼재되어 있고 어느 때보다 체력이 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대단한 일들도 아닌데뭉쳐 던져 놓은 산더미를 목격하듯 자꾸만 조금만 더 미루고 싶다이런 상태일 때 작심삼일*을 시도할 간단한 목록들이나 허황되지만 즐거운 새해결심을 적는 일도 순탄치 않다.

 

삼일 이상 지속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게 목표를 삼일로 잡습니다지속 여부는 다음 삼일을 더 할 수 있느냐에 달렸으니 우습게 보입니다마음이 가뿐합니다혹여 이 방식이 죄책감이 덜하겠다 싶으신 분들 모두 어서 시도해 보시어요.



작지만 현명한 선택 꾸준함 시간 엄청난 차이

 

엄청난 차이까지는 늘 보장되지 않는 것이 나의 경험상의 데이터이지만어쨌든데카르트가 된 양 남들은 다 알고 나만 자꾸 잊어 먹는 내용인 듯 외쳐본다면 꾸준히 노력하는 것 없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사실이다유일하게 확실한 진실이다.

 

매년 고민고민하다 왜 이걸 골랐는지 끝내 이해가 안 가는 새 다이어리를 펼치고 그냥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계획을 세우려 하는지왜 이런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이 계획을 성공시키면 다음에 뭘 하고 싶어서인지....... 도플갱어를 취조하고 심리상담을 하는 것처럼 마구 질문을 퍼붓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하는 삶에 대한 온갖 원통함을 연말에 다 털어버리리라 대결심을 한 것처럼 생각도 일상도 이리 저리 뒤집어 샅샅이 살펴본다그렇다고 잊어버린 숨겨진 인생을 한 방에 바꿔줄 보물이 어디서 튀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좌절과 체념만 미리 선택하지 말자언제 내가 큰 꿈을 꾼 적이 있다고하던 대로 사소하고 소소한 절대 실패 안할 듯한 일들만 소복하게 적어 본다.

 

반복해서 맛보는 성공이 아주 달달하고 때로는 그 당분이 확실한 힘이 되기도 한다그리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덜 상하며 살 수 있다그 끝에 복리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시한 목표들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일부 목록들을 끼적거려 두었다1차 성공이다!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지루할 만큼 간단해진다.



내 계획이 스마트’ - 무지 얄팍한 느낌의 단어이긴 하지만 한 것이 분명하다면새로운 습관이 딱 붙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그래서 기어코 그 습관이 일상에 처음부터 있었던 루틴인 양 자리를 잡아야 한다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반드시 업데이트할 항목인데잊지 말자나는 꽃노래도 싫어한다는 것을그러니 변화하고 싶은 생각은 1꿈에도 없으면서 남의 시간 막 갖다 쓰는 그런 넋두리는 더 짧게 듣고 얼른 도망치도록 하자반복을 거듭하며 확신에 이른 것인데이런 굴레에 갇힌 이들은 조언도 해결법도 원하지 않는다그러니 이야기를 듣는 일 자체가 무가치할뿐더러 심지어 모두에게 몹시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다.

 

부디그 힘든 굴레에서 떨치고 빠져 나오길 바랍니다습관이라는 걸 아시는 줄 압니다.

 

그리고 큰 좌절을 겪었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간단한 것들을 지속하자.

특히 더는 뭘 하고 싶지 않고 눈 뜨기도 싫을 때십분 스트레칭하기로 약속한 시간이야이렇게 상큼하게 말해보는 일을 계속하자어처구니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이유도 알 수 없지만 효과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약속에 엄청 얽매이는 인간 유형이었다.

 

부디 모두들 응원과 격려가 되는 일들 많으시길

그렇게 연말연시 보내시길

원대한 소원도 소소한 소원들도 이루시며 사시길 바랍니다.

 

대책이 없을 때

아무 생각도 안 날 때

정 급하시면 이런 간단하고 별 재미없는 제 방법이라도 가져다 쓰시기 바랍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이것이다당신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필요한 것이 더 많은 정보라면인터넷을 검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대저택에 살고 강철 같은 복근을 자랑하며 더없는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지 않은가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실천에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다이제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행동과 습관을 창조할 때가 온 것이다간단하지 않은가? 28

 

간단합니다라고 동의하려니 뭔가 속이 상합니다표현할 언어가 부족해서 더 속이 상합니다.

 

요행을 바라는 기대감을 모두 떨쳐 내겠다고 당신 자신과 약속하라사람들은 승자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서 그 뒤에 수많은 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 앞이나 샌타애니타의 경마장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사람은 보지만돈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한숨과 절망은 느끼지 못한다요행을 얻을 확률은 0에 가깝다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이자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이렇게 주장했다매회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이 TV에 나와 나 돈 땄어!”가 아니라 나 돈 잃었어!”라고 말하는 데 30초씩만 배정한다고 해도복권 1회당 9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이다. 52-53

 

꿈속에서 번호 6개를 누가 딱 찍어 알려 주거나진짜 막 사고 싶은 날이라면 살 겁니다.

 

만약 당신의 말과 당신의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나는 항상 당신의 행동을 믿을 것이다당신이 내게 말로는 건강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손가락에 과자 부스러기가 남아 있다면나는 당신의 말보다 그 과자 부스러기를 더 신뢰할 것이다자기 계발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 도서관보다는 게임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역시 당신의 말보다 게임기를 더 신뢰할 것이다자기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전문가라고 말하면서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늦게 나타난다면당신은 자신의 행동에게 배신당하고 있는 셈이다가족이 1순위라고 말하면서도 일정표에 가족을 위한 시간이 없다면당신의 그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당신이 방금 작성한 나쁜 습관 목록을 들여다보라바로 그것이 당신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주는 진실이다이제 그 상태로도 괜찮은지아니면 정말 변화를 원하는지당신이 결정하라. 136-137

 

아픈 말이네요그 상태로 괜찮은지 아닌지네가 보고 판단해서 결정하라.

 

완벽하게는 살아생전 뭐라도 할 수 없겠지만언제나 제 기준은 소박한 Better than befo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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