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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의 거울
호은 리베라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평점 :
한국과학소설, 판타지철학소설로 분류된 장편이다.
SF도 판타지 문학도 좋아하는 나는 혼자 푹 빠져 신나고 재미있게 잘 읽을 시간을 고대했다.
그런데……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해서 지난 해 겨우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보다 더 어렵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첫 장부터 문장들이 읽히지가 않고 배경과 인물들을 기억하기가 너무 힘들다. 일단 적었다.
옴. 수과학. 우주의 중심인 초문명계 데제리오 네쳐. 샴쌍둥이 무무. 리옴탄과 네쳐. 옴이 만든 철학적 윤리인 우주의 낱알 오방. 기계 인류 탑 포코스. 최고 상위 나프타. 아들 데제로스. 오르간에 옴이 스며들어? 마곡귀계. 우주에 남은 계를 수습? 실리. 벨레. 리베라타(작가의 집안?), 아모르. 우주의 축인 오방. 암흑의 기사 니그마달시. 지구의 옵스 가문. 나프타. 리옴탄의 무카시. 야르토카(모모) 네쳐. ㅡ리수스. 베오딘, 자베즈. 보리. 새로운 우주의 신? 인간 지황. 거울로 삼으려 한다? 옵스가의 마야와 지황을 연결? 감과. 지혜의 청동거울.
단순히 낯설어서 안 읽히는 건 아닐 텐데…….
방대한 만큼 난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장면이 현재형 문장들로 진행된다.
이 결론이 판타지 소설을 읽는 내 독해 능력의 급작스런 퇴행이 아니라면,
태양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들로 창조의 세계를 구축한
내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재 작가의 작품일 터이다.
대강 스토리 흐름이 잡히는 부분도 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 흐름을 좀 알겠다, 란 걸 읽었다 할 수 없지 않을까.
우주가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악당이 있고 ‘무’라는 존재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지구로 떠나고, 우주의 축인 오방을 다시 세우는 게 목표이고, 진화된 오방을 찾는다?
다 읽었는데 어느 시대를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은 왜 등장했는지, 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번역서라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나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옴니버스 구성이라 해도 연계가 안 이루어진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처럼 사건 해석도 일관성이 없다.
그나마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은 표지뿐이다.
잘 읽을 수 있는 다른 독자들이 있을 터인데, 내가 읽기를 시도한 것이 미안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