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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평점 :
‘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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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가의 노트라고만 해도, 비밀 노트라고만 해도, 충분히 궁금할 텐데,
무려 상상력 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이다.
최상급의 마케팅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뭘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귀차니스트, 라고 해서 순간 친하게 느낄 뻔 했지만,
그런 작가가 있을 리 없다. 속지 않겠다!
사실 별로 안 궁금했는데(라고 쿨하고 싶지만)…….
재밌는 기록과 기억들은 역시 기대만큼이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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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이란 이 물음과 대답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정말이지 너무 노골적이어서 멋도 정취도 없습니다.
어지간히 비범한 사람이 아닌 한,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거나 우연히 잘되면 그걸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자신의 삶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니,
또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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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가지 걱정이 가득한 모습에 별 걱정 다해야하는 자신이 투영되어 마음이 징징 울렸다.
좀 더 읽다 보니 이건 생존 투쟁의 기록 같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다독이며 견디자는 일상의 매 순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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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보니, 세상에 가장 힘겨운 일이 평범과 일상, 혹은 평범한 일상인 듯하다.
알고 보면 다들 매일 고군분투 중인데 안타깝게도 결국엔 각개전투로 승부를 봐야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살면 살수록 ‘존재하는 것의 슬픔’이 짙어 진다. 안 그러신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알지만 제가 잘 만나 뵌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요시타케 신스케는 상상력의 천재가 아니라 잡념의 천재, 쓸모없는 일들을 실패 없이 해치우는 천재 작가가 아닌가 싶다.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테러 사양!
작가의 일상과 독자인 나의 일상이 닮았다는 것은 어떤 안도와 만족과 기쁨을 준다.
그래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새롭게 생긴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웃으며 읽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신스케의 천재성은 같은 소재들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 흘낏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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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소소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일인지…….
그런데 좀 더 살다 보면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느 새 충분히 연습을 마친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좀 더 천천히 변하는 것 같고 복달 대던 마음도 배짱 좋게 쉬엄쉬엄 살자, 고 속살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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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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