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브루 파우치 엘살바도르 SHG EP - 4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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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고가 반갑네. 간절기에 차분해지는 다시 기대되는 향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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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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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면서 각종 미치광이들을 만나 심장이 너덜해진 경험 덕분에 책 소개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 소설도 여성 현실도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가 될 가능성이 높고도 많다.

 

11번의 비전형성을 마주할 중단편 작품들과 표제작이 무척 궁금하다. 현실과 달리 후련하기도 할까... 하는 기대도.

 

“2006413일에 영면한 그녀의 묘비에는 시인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poeta, 단 하나의 단어가 새겨져 있다.” - 작가 소개 중에서




중단편선이고 활자 크기도 크지 않은데, 중편은 단편처럼 단편은 초단편처럼 아주 빠른 호흡에 읽게 된다. 특히 주제작을 다 읽고 무척 놀라고 조금 당황했다. 진실이 위용을 드러내듯 마무리된 결말에 후련하고 슬프기도 했다.

 

표지의 하이힐은 없지만, 탄소 마일리지 줄이려고 멀리한 핸들을 잡고 어디든 부웅 출발하고도 싶고, 어렴풋한 쓰라림과 서글픔이 글이 되어줄 지도 불안해서 서성였다. 정보라 작가의 글을 읽고 아무 감상글도 남기지 못했는데,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격발되는 주인공의 아무 것도 참지 않겠다는 감정적 대응은, “무엇이 문제인가요, 아무 문제없으시지요, 문제가 있나요같은 질문을 계속 유발하지만, 바로 그 이상함, 비정상성, 광기가 주제어고 무기이고 방어수단이다(오독 가능성을 무릅쓰고 생각나는 대로 쓸 결심).


 

표지 색감이 기이했는데, 일독하고 나니 중심과 정상을 향하는 저항과 열기의 이 구역의 미친 x의 느낌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핫팩처럼 뜨거워지는 문장이 아니다. 간결한 단문들은 감정을 묘사하듯 단단하고 서늘하게 이어진다. 마치 어떤 결심은 이래야 한다는 듯이.

 

리제가 미쳤다해도 그만큼(혹은 그보다 더) 미친 남자들은 수만 수십만 배 더 많다. 세상에 가득한 범죄 중 가장 극악한 종류는 권력을 가진 남성 정상인부류에 안전하게 속한 이들이 저지른다. 경쟁이 생존 조건이라는 신화와,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잔인함이 배경에 존재한다.


 

짧은 작품들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현실 복사 같기도 한, 그래서 더 거짓말 같은 고발을 보여주는 방식이 놀랍다. 하루에 두 번이나 강간을 당할 뻔한 건, 남성 - 아버지와 남편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구할 수 있는 건, 사회의 민낯이 이토록 폭력적인 건, 권력이 정한 임의적인 정상성에 있지 않을까.


 

아프고 미치고 그래서 위험하다고 취급당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힘도 자본도 없는 여성들이다. 작가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를 나는 알 것도 같아서, 실은 다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지치고 여지가 없어서 지금은 조용하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정말 미친 여자를 만난 적이 있나... 정말 미친 여자가 사회를 활보하도록 두는 사회가 아니다. 그전에 사회가 차단하고 부정하고 제거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경이로운 통찰과 반전과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힐링도 제정신 찾기도 생존마저도 목적이 아닌, 그렇게 최소한의 삶을 지켜내는 작은 불빛 같은 광기가 쓰리고 슬프다.


Lunatic_Asylums_of_the_1800s


 

* 2023 타임 선정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에 속한다. 작가가 자신의 최고작이라고 한 이 작품이 드러내는 가장 큰 미스터리는 과연 무엇인지... 오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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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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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편지부터 모든 문장을 따라 적고 싶어지는 책, 기분이 흐리고 어두운 날의 금빛 위로. Ad astra per aspera.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Vivere est semper secum quaerere qui suus locus in universo sit.

평생 내가 설 자리를 고민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출간된 한동일 교수/저자의 책은 모두 만나 보았다.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부터 배우는 라틴어지만,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라틴어를 덕분에 함께 얘기할 친구들이 생겼다. 라틴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어렵지는 않다. 불합리한 구덩이 속에 빠져 시난고난 살다 보니 정답과 규칙이 있는 것보다 쉬운 것도 없다.


 

음성 언어가 아닌 언어로 배워서일까, 라틴어 문장은 언제나 문자 언어였다. 그것도 좋았다. 소란하고 요란한 대개의 시간에서 조용하게 피난처를 찾은 듯 따라 적은 시간은 얼마나 귀한 지. 심장이 지잉 울리는 글귀 하나 품는 일은 얼마나 든든한지.

 

Aegrimonia de esse st modo essendi.

존재와 존재 방식에 대한 고민

 

: 인간의 진보란, 역사의 전진이란 저는 있음있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대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할 때, 있는 것을 온전히 인정하고 제자리에서 살아가게 할 때, 인간은 보다 인간다워지는 것일 테니까요. (...) 있는 것은 논외, 별종, 변태 취급하고,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무화시킬 때 인간다움은 퇴보합니다. 수많은 소수와 경계를 더는 아무렇지 않게 지우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소수와 경계들을 우리는 더 호명해야만 합니다. (...) 보편의 울타리에서 밀려난 수많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 불완전을 메꿔가며 새로운 보편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일이 곧 역사의 진보일 것입니다.

 

128개를 읽고, 그 중 몇 문장을 거듭 읽고, 그 중 몇 문장을 따라 적어보았다. 어떤 순간은 문장보다 저자의 단상을 더 오래 보았다. 오늘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좀 더 무기력한 날이었다. 가만히 책에 눈을 두다 보니 손도 팔도 몸도 움직였다.



 

덕분에 짜증도 화도 막말도 욕설도 아닌 방식으로, 더 지치지 않고 향초처럼 조용히 천천히 오늘을 이어 살았다. 꺼지지 않는 불처럼 사시는 듯한 이연실 편집자님과 깊은 물 같은 저자의 만남이 차분하고 아름다운 금빛 향연 같다. 푸르륵 책갈피를 넘기면 깊은 숲처럼 뭉근한 향기가 난다.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나도 일으켜 줬으니, 누구에게 선물해도 좋을 감사한 책이다. 연말 선물 목록에 책만 올리고 있는데, 이 책도 잘 모셔둬야지.

 

친구들에게는 이 구절을,

 

Elige tibi quid diligas.

그대가 사랑해야 할 것을 선택하십시오.”

 

: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과 공부에 이르기 위해서는 혼자 견디는 태도인 고독, ‘솔리투도Solitudo’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십 대로 사는 아이들에겐 이 구절을 손편지 대신 넣어야겠다.

 

Invenire societatem futuram.

미래 사회를 상상하다.”

 

: 우리의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 저는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좋게 좋게 가자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 그것은 그 말을 하는 자의 입장에서의 좋음일 뿐, 상대방이나 전체 사회에는 해악이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 그 부조리와 비리는 결국 조직과 사회를 질식시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을 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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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웹툰 만화시집 1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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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이 아닐 수도 있지만, 회복이나 힐링을 하려면 휴식이 먼저고 필수다. 잘 쉬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당연한 시절에는 더구나. 이번 주는 하루가 삼일처럼 힘겨웠다. 몸이 지르는 비명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다정하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반가운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기억력이 나빠지는 중에도 한편을 다 외울 수 있을 듯해 든든하고, 시인과 시를 꼭 닮아서 신기한 그림의 만화가와 함께 한 책은 이번 주가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무겁고 아픈 머리를 눕히기 전에 만나기 좋고 그래서 감사하다.


 

그림마다 내가 보고 싶은 이들이 와서 머물다 떠난다. 어떤 이들은 손을 뻗으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어떤 이들은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가 예전의 그들이 아니니 그 만남은 다시 낯설고 새로운 것일 것이다. 빨리 크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옛 모습도 그립게 왔다 간다.


 

오래 볼 수 있었던 날도 있었지만, 바쁘고 지쳐서 잠시라도 혼자이고 싶었던 날도, 서로 마주보는 것보다 함께 쉬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 매순간 사라지는 그 모든 순간을 아꼈다 한들 멈춤 버튼이 없는 삶은 아무 것도 붙잡지 못한다. 가졌다고 생각한 것들마저, 끝까지 집착한 그 무엇이라도 다 놓고 가게 된다.


 

간단해서 두렵기도 하지만 홀가분한 그 진실처럼, 이 만화시집에는 아무 자극도 포장도 폭력도 없다. 넘기는 한 장마다 안도와 안심이 든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두통이 뭉근해지는 기분이다.


 

헛짓을 하며, 나쁜 짓을 하며, 해악을 끼치며 살아갈 시간이 없다. 인간의 수명은 짧아서 서로 다정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온전하게 사랑해준 분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남겨 주신 기억들이 덜 못되고 덜 못난 인간으로 살게 여전히 돕는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에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대단치 않더라도 기념하지 않는 선물을 건네고 싶다. 모두 애썼고 다들 생각이 복잡하고 서로가 회한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반길 이 책을 기쁘게 목록에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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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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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 팔레트의 추적 색소처럼 푸른색과 붉은색이 강렬한 띠지의 문구는 위협적인 경고 메시지 같다.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냐고 파업하던 기후학자들의 눈물에 젖은 얼굴도 떠올랐다.

 

세상은 내가 이해하는 속도보다 더 늦게 변했고, 기대했던 바람보다 더 막연하게 퇴행하기도 했다. 의지로는 전혀 낙관할 수 없어서 이유와 설득이 필요할 때마다 계산을 한다. 무력함과 무기력을 뒤집어썼지만, 뭐라도 하면 미래에 수렴하는 값은 0이 아니니까, 그것만이 희망의 틈새이며 반전의 여지니까.

 

살던 대로 사는 일상을 뒤집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또렷이 알면서도, 하루도 유예할 수 없는 일상을 지키느라, 희생 없이 느슨하게 참여하고 후원할 방법만을 고른다. 연대의 여력과 변화의 동력이 서늘하게 식어가고 줄어드는 것에 모멸감도 느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삶만은 살지 말자는 쉬운 결심만 거듭한다.

 

실천보다 감정 과잉인 내가 느끼는 절망감이 부끄럽다. 꾸준히 애쓰신 분들, 조금이라도 덜 나쁜 현재를 다 같이 살도록 살아오신 분들이 엄연하니 내가 뱉는 어리광과 불평불만은 무례가 아닐까.

 

살아간다는 건 경건한 지옥 같아졌다. 비건 지향이나 현실 플렉시테리언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아무리 저항하고 싶어도, 때론 플라스틱 포장지에 싸인 상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1992년부터 확인한 환경위기시계는 2023928분을 기록했다. 정수리 위 원판의 존재는 학문과 운동보다 더 직설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만든 문학 설정 같다.

 

생존에 특화된 인간 뇌가 객관성보다 편견과 선입견을 재활용하고, 문명이 다 무엇인가 싶은 폭력이 반복되는 세계에, 제발 신도 귀신도 사필귀정도 지옥도 천국도 다 있었으면 싶다.

 

정의부덕이라는 이분 영역이 사후 천국과 지옥으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인간의 반응이 초조할 정도로 궁금했다. 픽션을 논픽션처럼 반겼다. 생득적 조건과 사회화된 방식, 각자의 우물 밖 세상을 상상하고 만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그 용기를 밟아 뭉개는 요인은 많고 끈질기다.

 

그럼에도 경계를 넓혀 서로의 삶을 교차시키려는 노력은 어떻게 가능하고 왜 가능해야 하는지, 현실 인간들의 공존의 조건은 무엇인지, 나의 종교이자 도피처인 문학 속에서 늘 찾고 싶다. 읽는 동안의 희망은 간질거리는 기대 같다.

 

과학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세계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없고, 인간과 인간이 만든 모든 존재들 - 사물들 - 은 결국 이야기로 존재하기 때문에. ‘망해가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자각이 우리가 만들고 공유해온 이야기의 수명이 끝났다는 것,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시작일 것이니까.

 

시행착오가 아닌 잔혹한 악의와 거침없는 욕망에 추동되어 개의치 않고 가해하는 이들이 있고, 영원히 그럴 것이고,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교육이란 그 악의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생존 발명품이지 않았을까.

 

작가는 쉬운 감동과 위안을 경계하듯 반백()의 독자를 화들짝 놀라게 할 반전과 대반전을 설치했다. 한동안 느끼지 못한 온도로 감정적 반응이 일었다. 아이러니하게 반가운 경악이었다.

 

과학/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은 존재하는 방식만으로, 지구 생태계의 순환 최대치를 넘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청색만의 원판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원죄 같아서 조금 서운하고 억울한 심정이 들었지만, ‘더 직설적이지 않으면 안 될 현실의 위기 상황을 떠올리니 다 사라진다.

 

거듭 소환되는 현실을 차라리 옆에 두고 픽션을 논픽션으로 읽었다.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어떤 변화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게 만드는, 무섭도록 솔직한 이야기였다.

 

2023년이 전환점이자 분기점이라는 이야기에 불안은 더 뜨거워지고 강박은 더 단단해진다. 두렵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사고실험,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 등, 우리는 - 아직 남아 있다면 - 생존과 미래를 걸고 뭐든 시도해볼 마지막 세대일지 모르겠다.

 

종이책을 잡고 주문처럼 기도처럼 제목을 말해본다. 언젠가 위기를 맞은 인류의 세계가 이렇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그러니 현재 우리의 수많은 선택과 결단만이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서로 더 절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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