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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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이 아닐 수도 있지만, 회복이나 힐링을 하려면 휴식이 먼저고 필수다. 잘 쉬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당연한 시절에는 더구나. 이번 주는 하루가 삼일처럼 힘겨웠다. 몸이 지르는 비명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다정하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반가운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기억력이 나빠지는 중에도 한편을 다 외울 수 있을 듯해 든든하고, 시인과 시를 꼭 닮아서 신기한 그림의 만화가와 함께 한 책은 이번 주가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무겁고 아픈 머리를 눕히기 전에 만나기 좋고 그래서 감사하다.


 

그림마다 내가 보고 싶은 이들이 와서 머물다 떠난다. 어떤 이들은 손을 뻗으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어떤 이들은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가 예전의 그들이 아니니 그 만남은 다시 낯설고 새로운 것일 것이다. 빨리 크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옛 모습도 그립게 왔다 간다.


 

오래 볼 수 있었던 날도 있었지만, 바쁘고 지쳐서 잠시라도 혼자이고 싶었던 날도, 서로 마주보는 것보다 함께 쉬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 매순간 사라지는 그 모든 순간을 아꼈다 한들 멈춤 버튼이 없는 삶은 아무 것도 붙잡지 못한다. 가졌다고 생각한 것들마저, 끝까지 집착한 그 무엇이라도 다 놓고 가게 된다.


 

간단해서 두렵기도 하지만 홀가분한 그 진실처럼, 이 만화시집에는 아무 자극도 포장도 폭력도 없다. 넘기는 한 장마다 안도와 안심이 든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두통이 뭉근해지는 기분이다.


 

헛짓을 하며, 나쁜 짓을 하며, 해악을 끼치며 살아갈 시간이 없다. 인간의 수명은 짧아서 서로 다정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온전하게 사랑해준 분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남겨 주신 기억들이 덜 못되고 덜 못난 인간으로 살게 여전히 돕는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에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대단치 않더라도 기념하지 않는 선물을 건네고 싶다. 모두 애썼고 다들 생각이 복잡하고 서로가 회한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반길 이 책을 기쁘게 목록에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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