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응원봉 걸스 - 광장에서 만난 팬걸에게 묻다
희주.일석.구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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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름 외엔 무엇도 가져가지 못한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 불이 꺼진 응원봉을 가방에 넣고 어디로 돌아가는지 묻고 싶었다.”

 

최저질 농담 같은 내란 이후, 당혹과 불안이 너무 많은 날들에도, 매일이 그래도 다행이라 여기게 되는 날들에도, 문득 아주 쓴 맛이 입 안에 감돌곤 했다. 내란 정도는 일어나줘야 비로소 들리는 목소리들, 드러나는 존재들, 늘 해오던 일이 겨우 조명되는 이들이 있어서. 그러한 모든 목격이 반갑고 서러웠다.

 

그리고 광장이 열렸고, 다양한 면면을 가진 다양한 개인들이 모였다, 보였다. 혹은 비춰졌다. 민노총이 길을 열고, 응원봉 동지들 - 이라 새롭게 호명된, 오랜 멸칭을 견딘 이들이 - 이 함께 하고, 계절을 잊은 듯 문밖의 세상에 온기가 넘쳤다.

 

삶과 사랑을 단번에 일치시키는 대범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일사분란한 행동력에 감탄했다. 이런 팬덤 안에 속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예술가도 그렇게 지극히 사랑해본 적 없는 나는 문외한으로서, 팬덤 안에 속한 이들을 처음 만난 듯 신기해하며 엿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 그들이 자신들의 상황과 팬덤이라는 공동체의 방식과, 덕질로 가능한 연관 문제들을 사회적 시선으로 선명하게 짚어내는 것을 기꺼워하며 배웠다. 다양한 수식어로 무시당하고 소외된 시간이 길어서일까, 일곱 명의 이야기가 품지 못할 세상이 정책 입안자들과 시행자들의 훨씬 더 적어 보였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할 방법을 열렬히 고민하고, “한마음”, “구심점” “대의가 품은 전체주의적 사고와 무채색만 남기는 소외방식에 질문하고, 엔터에인먼트 산업을 포획한 금융 자본주의와 파시즘의 변화를 요구하고, 덕질의 대상인 연예인들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동료 시민으로서 의제화하고, 지긋지긋한 파이 나누기라는 오랜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의 의제로 인권을 다시보기하고, “2030 여성이라는 호명의 주류화 전략으로 또다른 타자들을 삭제하는 악질적 오용을 지적하고, “팬덤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돌봄 공동체와 사회운동의 연결점을 설명하고.

 

이 사회에서 돌봄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가 거의 다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접근성이 좋은 곳 중에 남은 것은 팬덤 혹은 종교뿐이에요.”

 

국가 공동체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회를 역설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산업이 만들고만 농담 같은 태생의 비밀도 거리낌 없이 밝힌다. 현실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버추얼한 세계에서 혁명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솔직히 분석한다. 이들이 광장에서 주고받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건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잊혀가는 이름들, 잊히고 있는 이름들을 기억하고 광장에서 마주친 서로의 이름도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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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지구에서 신나게 지내려면 - 미래를 지키는 환경 상식 반갑다 과학 6
조성문 지음, 신병근 그림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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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새로운 날이지만, ‘새해라는 명명이 주는 새로움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일신해보려 애쓰는 1월입니다. 다들 어떤 계획과 결심을 하신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모두의 선택과 실천이 만들어갈 올 해도 기대됩니다.

 

어떤 문제를 과학적으로 잘 성명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내하는 지식은 귀중합니다. 더구나 해당 주제가 일상과 생명에 직접적이고 총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더 그렇겠지요.

 

환경 문제는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해요. (...)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내일이 있으려면, 내일도 신나게 지내려면, 시급하게 더 집중해서 인류 공통의 논의와 실천을 이끌어내야할 문제가 환경입니다. 어디서부터 누구부터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늘 막막하고 버겁지만 말입니다.

 

그 어려운 논의를 아주 쉽고 편안하게 만나게 해주는 책은 출간만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모든 주제를 다루진 않지만, 단단한 상식을 익히고 정확한 실천방법을 제안해주니 확실한 개선과 희망의 제안서입니다.

 

상식서지만 내용은 충분합니다. 미세먼지의 해악 중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치명적인 것들도 짚어주고 - 식물 광합성 방해, 첨단산업 저해 등 - 담수조류의 종류에 따른 피해 환경의 변화, 바다의 산성화가 인간이 아닌 바다 생물들에 미치는 파괴적 상황, 국제사회가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과 역사, 생활폐기물의 종류별 처리법과 그에 따른 시설물 갈등, 특히 음식물 쓰레기와 수질 오염 관계 등, 새해의 사회적 이슈로 잘 다뤄야할 주제들이 있습니다.

 

토양 속에 있는 해로운 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거나 지하수에 스며들면서 대기 오염이나 수질 오염을 일으켜요. (...)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쳐요.”

 

환경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국제사회도 개인인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불안한 미래를 매일 더 불안해하지만, 선택지가 적을 때라도 그 불완전함에 절망하지 말고,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보는 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생활 속 대응들 중에서, 자신이 당장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고, 가능한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도록 애써보고, 더 나아가, 책에서 제시된 것 말고, 자신의 생활환경에서 좀 더 할 수 있는 여러 참여와 실천의 방법들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수렴된 사회문제는 아주 거대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고 - 있을 거라고, 시간이 걸려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굳건하게 기대하며 매일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늘을 그렇게 살아야, 내일도 신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 해는 쓰레기를 더 줄이고, 토양을 해치지 않는 식재료를 더 구매하고, 꽃나무와 유실수를 더 심어볼 계획입니다. 함께 읽는 다른 이들이 나누어줄 일상 실천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됩니다. 함께 미래를 길게 더 길게 늘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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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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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리는 어딜 가든 당연하게 사랑받을 자신이 있었지만, 다아시는 연신 사람들의 마음만 다치게 하고 다녔어요.”

 

영어책, 드라마, 영화, 한글 번역본으로 거듭 만나도 재밌기만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지 않아서, 아지 못 읽은 책들, 앞으로 못 읽을 책들이 항상 아쉬운데, 새로운 번역본 소식을 들으면 꼭 또 읽고 싶어진다.

 

소장하라는 강력한 제안처럼 멋진 하드커버를 펼쳐보니, 이번 번역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육성이 들리는 듯, 첫 장부터 웃음이 터진다. 번역의 매력이 대단할 것 같아, 좋아하는 작품을 더 재밌게 만날 생각에 설레며 술술 읽었다.

 

누구나 모순적인 데가 있는 법이지요. (...) 자존심에 이끌려 종종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기도 하거든요. (...) 그런 건 강력한 동기지요.”

 

별 통찰이 없이 살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싶은 타인의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편견prejudice”에 관한 것이다. 편견 없는 존재란 없을 것이고 - 해탈한 분들은 모르겠지만 - 편견은 소통의 필수이기도 하다. 편견이 없다면, 어떤 바탕 위에서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하고 설명하고 대화를 시작한단 말일까.

 

중요한 것은,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사실로부터 내 생각과 태도를 가늠해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지향과 맞는 다른 편견을 배우거나 수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짜깁기된 - 사회화된 - 성향(혹은 정체성 혹은 자아)을 가지게 된다.

 

워낙 익숙한 작품이라서, 내용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서 편안하게 읽고 문득 멈춰 생각하는 재미가 컸다. 물론 작가가 전하는 여러 메시지들 중에 더 집중되는 것들도 새롭게 생긴다. 살아본 경험이나 고민한 시간이 적어서, 이전에는 좀 더 겸손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21세기 오늘에도 여전한 아픔이라는 것에 새삼 쓰리고 서글픈 감정도 들었다.

 

그 통증을 더한 건 친구가 스스로 선택한 처지에서는 웬만큼 행복하게 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괴로운 확신이었지요.”

 

결혼 이후 파편화되거나 유지되지 못하는 여성들 간의 우정, 교육 수준이 생계도 행복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 온갖 미디어와 문학에서 사랑 얘기가 넘쳐나지만, 세속적 이득 앞에서 포기되거나 희생되는 수많은 감정. 2025년 결혼을 선택한 - 선택할 수 있었던 - 이들이 19세기의 결혼관을 낯설게만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아픔, ‘선택자의를 분석하면 어떤 결과 보고서가 나올지 꽤 괴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여러모로 제인 오스틴을 경험하는 파워는 여전했다. 이 에디션으로 계속 출간될지 기대된다. 번역은 같은 분이 계속하실 지도 궁금하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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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9 - 암사자 말라이카 창비아동문고 35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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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이야기 도착, 첫 권을 함께 읽던 어린이들처럼 암사자 무리들도 성장했겠지요. 어떤 형태와 내용인지 어떤 무리를 구성했는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가 큽니다.




 

어떤 일은 그랬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로지 스스로만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었다.”

 

와니니 시리즈의 매력은,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임에도, 무심해서 냉정하게 느껴지는 야생의 삶을 절감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인간은 성장과 노화와 죽음에 관해 지연과 회피의 여러 장치를 고안했고 끝없이 불멸을 갈망한다. 그런 자연스럽지 못한사고와 방식이 다양한 복잡한 감정적 통증을 유발한다.

 

인간 독자가 읽으라고 한 작품이니, 다양한 인간적 감정들도 드러나지만, 어찌 보면 그건 인간의 허망한 욕심을 더 생생히 느끼는 촉매들로 작용한다. 성장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성체 - 어른 - 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사별이라는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때야 하는지.

 

한 가지 정답은 없지만, 믿고 애쓰고 때론 침묵하고 또한 스스로 살아 내야 하는 모든 순간들이, 인간사만큼이나 극적으로 펼쳐진다. 어쩔 수 없는 일들 앞에서, 그렇다고 멈추거나 그만 두지 못하는 삶의 함정들이 참 서럽다.

 

초원 어디에도 슬픔이 깃들지 않은 곳은 없다. (...) 뼈아픈 기억을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애착을 가진 캐릭터들이 고초를 겪으며 살아 온 시간이, 개체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난 이후의 시간이, 책 속 초원의 풍경으로부터 나와 내게 기억된 모든 시간 속에 함께 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도 그 사이의 이별들도 그렇게 머물다 기억의 담지자들과 함께 사라진다.

 

동화를 읽다가 크게 울 뻔했는데, 그냥 울 것을 그랬단 생각도 든다. 한 해를 자 마무리하고 보내야하는 연말이라서 감정의 공명이 더 크다. 열심히 달려 온 삶이었을까, 쉽지 않은 바람에도 맞서 달려본 삶이었을까, 어떤 순간들은 타인의 기억처럼 흐릿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10권을기다리며


 

* 출판사 제공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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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리 슈워츠 지음, 김미란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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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영어책 - Tuesdays With Morrie 으로 만나, 문득 생각나 펼쳐보면 자꾸 눈물이 고이던, 좋은 스승의 가르침에 사는 모습이 자주 부끄럽던, 영향력이 큰 기록이고 저자였습니다. 30년 만에 한글 번역본으로 모리를 만납니다. 처음만큼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슬픔은 한 번 쏟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얼마나 많이 찾아오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나는 애도란 삶에, 유한한 삶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의지하고 도피처로 신뢰하는 독자라서,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적확하게 쪼개질 듯 뜨겁게 아픈 기분을 똑바로 위로 받을 줄을 몰랐다.

 

선친이 떠나신 건 여름인데, 12월 겨울이 되면, 상쾌하고 쨍해서 기분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다 자꾸 주저앉고 싶다. 아무데서나 발버둥을 치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겨울 추위가 사라진 선친의 온기를 더 그리워하게 만드는 걸까.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십시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상처는 아직 봉합되지 않고, 더 예리하게 쪼개진 틈을 너무 뜨거운 슬픔이 스며드는 듯하다. 도저히 그런 기분으로는 맞설 수 없는 일상의 매일이 때론 끝나지 않는 시험 같을 날도 있다.

 

원칙과 계획과 루틴을 좋아하는 건 체력이 약하고 게을러서이다. 그것들을 따라 사는 것이 가장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지가 더 버거워진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선택하여,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야할 때인지도.

 

우리는 서로를 책임져야 합니다. (...)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행위입니다.”

 

오래 전 책으로만 만난 스승은, 자신의 희망대로 죽기 전까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떠났다. 읽기 힘든 면이 하나도 없는 친절하고 다정한 책 - 디자인까지 -을 가만히 따라 읽다 보면, “에게 지나치게 집중해서 더 아픈 상황에서 어느새 슬쩍 벗어나게 된다.

 

좋은 스승은, 배우는 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도록 안내해준다.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이 보고 바라던 세상을 소개해준다. 모두가 알 법하지만, 때론 모두가 다 잊었나 싶은 그 사실. 누구도 완전히 혼자일 수 없다는 것. 삶도 죽음도 그 이후도. 꽤 잘 듣는 약이다. 호흡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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