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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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리는 어딜 가든 당연하게 사랑받을 자신이 있었지만, 다아시는 연신 사람들의 마음만 다치게 하고 다녔어요.”

 

영어책, 드라마, 영화, 한글 번역본으로 거듭 만나도 재밌기만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지 않아서, 아지 못 읽은 책들, 앞으로 못 읽을 책들이 항상 아쉬운데, 새로운 번역본 소식을 들으면 꼭 또 읽고 싶어진다.

 

소장하라는 강력한 제안처럼 멋진 하드커버를 펼쳐보니, 이번 번역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육성이 들리는 듯, 첫 장부터 웃음이 터진다. 번역의 매력이 대단할 것 같아, 좋아하는 작품을 더 재밌게 만날 생각에 설레며 술술 읽었다.

 

누구나 모순적인 데가 있는 법이지요. (...) 자존심에 이끌려 종종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기도 하거든요. (...) 그런 건 강력한 동기지요.”

 

별 통찰이 없이 살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싶은 타인의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편견prejudice”에 관한 것이다. 편견 없는 존재란 없을 것이고 - 해탈한 분들은 모르겠지만 - 편견은 소통의 필수이기도 하다. 편견이 없다면, 어떤 바탕 위에서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하고 설명하고 대화를 시작한단 말일까.

 

중요한 것은,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사실로부터 내 생각과 태도를 가늠해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지향과 맞는 다른 편견을 배우거나 수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짜깁기된 - 사회화된 - 성향(혹은 정체성 혹은 자아)을 가지게 된다.

 

워낙 익숙한 작품이라서, 내용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서 편안하게 읽고 문득 멈춰 생각하는 재미가 컸다. 물론 작가가 전하는 여러 메시지들 중에 더 집중되는 것들도 새롭게 생긴다. 살아본 경험이나 고민한 시간이 적어서, 이전에는 좀 더 겸손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21세기 오늘에도 여전한 아픔이라는 것에 새삼 쓰리고 서글픈 감정도 들었다.

 

그 통증을 더한 건 친구가 스스로 선택한 처지에서는 웬만큼 행복하게 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괴로운 확신이었지요.”

 

결혼 이후 파편화되거나 유지되지 못하는 여성들 간의 우정, 교육 수준이 생계도 행복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 온갖 미디어와 문학에서 사랑 얘기가 넘쳐나지만, 세속적 이득 앞에서 포기되거나 희생되는 수많은 감정. 2025년 결혼을 선택한 - 선택할 수 있었던 - 이들이 19세기의 결혼관을 낯설게만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아픔, ‘선택자의를 분석하면 어떤 결과 보고서가 나올지 꽤 괴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여러모로 제인 오스틴을 경험하는 파워는 여전했다. 이 에디션으로 계속 출간될지 기대된다. 번역은 같은 분이 계속하실 지도 궁금하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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