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 말 잘하는 사람들의 여덟 가지 공통점
스쿤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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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미삼아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물론 출제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만 충격적인 결과를 만났다적당히 부정하기에는 해당 사항에 합치되게 행동하거나 말하는 내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상상이 잘 되었다. ‘당연한 사고와 지적이라고 생각한 내용들이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바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놀라서 바로 이 책을 읽어 보았다여덟 가지 공통점은 책소개에서도 다 찾아볼 수 있으니 관심 가는 내용만 기록에 남겨 본다.

 

논리는 사람의 골격이고 유추(비유)와 장면 묘사는 사람의 피와 살에 비유할 수 있다하지만 이 3가지 요소만으로는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갖출 수 없다이제 남은 것은 성격성장 배경이야기와 가치관이다이런 것들이 모두 갖춰져야 말에 인성이라는 영혼이 생긴다.”

 

이 책에도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문항들이 있다이전에 놀란 테스트에 비하면 아주 마음이 편한 친절한 문항들이다체크!



분석말하기 능력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고를 한다고 미리 생각하고 말을 하진 않지만나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충고나 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저자는 충고라고 해서 꼭 귀에 거슬려야 할 필요가 없다는 소제목을 두고 설명한다.

 

조심스러워진 마음으로 읽다 눈에 들어 온 내용은 상대가 실수한 사실을 알아도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는 점이다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평소의 모습에서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갖추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실수가 성장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실수를 하는 즉시’ 저지하긴 하지만거슬리지 않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목표를 잡으면 말하는 기술과 연습이 꼭 필요하다일반론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발화자에 적합한 방식을 스스로 정리해봐야 할 듯.

 

내가 한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한 경우의외로 나 자신이 스스로 한 말의 요점을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는 통찰은 유용하다그래서 말하다 비로소 확실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자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정확히 인지하고 확실하게 정리한 후 말을 전달하는 습관이 필요.

 

지식의 저주 역시 의사 소통에 문제를 야기한다즉 발화자가 이미 일고 있던 지식에 갇혀 상대가 그 지식을 모른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만약 언변이 부족한 사람이 지식의 저주에 해당한다면 상황은 악화된다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할 때 상대의 정보 상태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통이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진다. 모두 다 휴대폰 검색이 가능하니 아닌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다그러니 언제나 소통을 잘 하기 위한 기술과 연습은 필요하다내 경우에는 얕은 인내심 역시자꾸만 이런 것도 모르나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스멀스멀동료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렇다고 애써 변명해 본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절대 이성적인 사고를 강요해선 안 된다.’ 낯선 충고이지만 짐작은 간다압박하는 분위기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충고이다물론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의미하게 진행하려면 역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감성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우라는 제안을 하는데좀 더 이해가 필요하다.

 

드디어감사하게도 오늘 고민에 빠지게 한 상황과 유사한 상황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이걸 왜 그렇게 처리했지내가 이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 같은 사고방식은 틀린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어제 이 책을 읽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이다.

 

제안은상대방에 어떻게 문제를 대하는지 살펴보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타인의 관점에서언어폭력이 될 수도 있는 판단을 하지 말고상대의 생각이나 처한 상황을 평가하지 말고가능한 객관적인 시작으로 바라본다.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어떻게 매번절대한 번도” 같은 말들은 곧바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나중을 책임지기 어렵다심지어 이런 말을 듣는 상대는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원하는대로 해주지.”라고 생각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늘 정태적인 말로 사실을 포착하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를 곤경에 빠트릴 뿐이다중략아이에게 너는 왜 매사에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니?”라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중략어른이 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나중엔 정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언어학자올리버 홈스Oliver Wendell Holmes

 

이런 언어폭력은 이미 우리도 낯설지 않게 알고 있듯이 언어의 낙인효과를 낳는다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가 되어 평생 지워지지 않고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어려운 제안이지만 배워야 하는 제안은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숨겨햐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삼가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 4가지 유형의 폭력적인 언사명령설교위협과도한 진단반드시부인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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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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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명성도 이미 확고하지만 저자의 이력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난독증에 대한 인지신경과학과 심리언어학연구 에 꼭 읽고 싶어진 책이다얼마 되진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것도 아니면서 뇌과학 책들은 늘 재밌게 읽는 이상한 취향(?)이 생겼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문해력에 관한 내용이 나왔는데한국 학생들의 문해율이 약 25%라고 한다다른 연령대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절망할 것같아 정확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이런 통계가 유의미하다면 우리가 애쓰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안타깝고 아깝고 서글플 따름이다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초능력,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태도를 동시에 진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뇌과학 책을 읽으며 신비주의로 향하면 안 될 일문해율과 관련된 난독증의 예를 읽으면 늘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문학적 자질이 뛰어나 원하던 학교에 장학금 받으며 어서 오십시오,란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난독증이 발병해서 문학 전공은커녕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스티븐 스필버그아인슈타인 역시 난독증이었지만 이들은 모든 분야의 예술과 영상 예술과 수학언어와 물리적 상상이라는 대체 가능한 세계들이 있었던 반면내 친구는 그렇지 못했다그 후 몇 해인가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의 여러 구절을 읽어 주기도 했는데어느덧 만난 지도 참 오래다.

 

어쨌든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여러모로 무척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기쁘게 펼쳐 본다이러니 잠을 줄이고 싶을 수밖에…….

 

인간은 읽는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으며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약 34기가바이트이는 10만 개의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

 

원작 - Reader, Come Home* - 은 2018년에 출간되었으니 정보량은 훨씬 더 늘어났음이 분명하다문제는 단순양이 아니라 이런 식의 읽기는 연속성과 집중성이 없는 읽기 훑어보기 라는 점이다.

 

<Reader, Come Home: The Reading Brain in a Digital World> 원제가 엄청 매력적인 책이다작가의 선택인지 펀집자의 선택인지 괜히 궁금해본다.

 

저자 자신이 본인의 논문에서 다루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는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사용하지 않으면 문해력이란 능력은 획득 후라도 사라진다.

 

저는 유리알 유희를 읽기 시작하면서 뇌를 한 방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지요그 책을 읽을 수가 없더군요문체는 고집스럽도록 불투명해 보였습니다글은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로 빽빽했고(!), 뱀 같은 문장 구조는 의미를 밝혀주기보다 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가 거스를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시대 흐름이라 본다누군가에게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도다만 깊이 읽는 능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한다텍스트를 깊이 읽지 못하면 사고 역시 불가능하고인류 문명 사회에 필요한 비판추론반성적 사유 등은 모두 깊이 읽는 능력으로부터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희망적이고 현명한 안내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관심이 생긴 분들은 재밌게 '깊이' 읽으시길화요일일 뿐인데 상당히 탈진한 저의 쓰기는 여기서 이만 총총.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처럼 될까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컴퓨터처럼 될 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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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남기고 줄이는 게 체질 - 필요한 만큼만 읽기, 쓰기, 말하기, 생각하기, 행동하기
김범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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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디자인이 소위 심쿵이다이 책의 메시지대로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남은 표지로 출간한 듯하다



문제는 줄이고 남은 것이 핵심인지 알아보는 판단력인데나는 줄인 부분에 핵심이 잘려 나가는 안타까운 부류는 아닌가 싶어 막 두근거린다.

 

이번 주에 잘 줄인 것은 책 15권 기증한 것확실히 한 유일한 일이라 생각만 해도 뭉클해하는 자신이 애틋하다머리말에서 발이 걸렸다덕분에 줄일 건 놔두고 줄이지 말아야 할 것을 줄였으며 그나마 줄인 것의 의도는 솔직하게 무엇이었는지 혼자 아프게 반성했다.

 

말을 줄이고줄였는데 올바른 목표가 아니라 귀찮아서이런 대화 전에 나누지 않았나요날 선 목소리가 나올 듯해 침묵했다업무 진행 과정을 모두 기억하는 일이 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배우고 익숙해진 세대인 나의 삐친못마땅한 마음이 있다.

 

쓰는 것을 조심하고조심은 무슨블로그에 이것저것 막 쓴다오타 투성이……언제나 나중에 나중에 보인다.

 

보고 읽는 것을 덜어내면서보고 읽는 것이 즐거움이라영화와 책을 보고 읽지 않으면 어쩌나당분간 못 줄일 듯.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정리해보고편안하게부분에서 미력매일 정리 가능한 생각도 있고 한참 지나야 비로소 정리가 되는 생각도 있고산책 중에 빈번히 발생해서 그 역시 조금은 고민이다녹취도 기록도 쉽지 않다.

 

행동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살펴볼 줄만 알아도판에 박힌 행동이라 의외로 잘 안 살피는 듯하늘이나 좀 더 자주 올려다봤으면매일 잊어 먹는 게 말이 되냐.

 

인간의 수명은 너무나 짧고 읽고 싶은 책들은 이미 많은데 계속 출간되고 있다내가 느끼는 최고의 진정한 비극이다잔인하기가 비할 바가 없다그러니 스키밍 기술이 날로 느는 듯이렇게 독서하는 건 잘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어쨌든 읽기 줄이는 건 불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운 전달력에 전달 내용들은 현장과 실무에서 저자가 보고 배운 경험들이라 아주 생생하고 핵심과 포인트가 정확하게 드러나 있다가능하면 잘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신뢰도도 상승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절대 줄이지 말아야 할 것이 이라고 꼭 집어 확실히 말해주시니 근래 읽은 수면에 관한 다른 책들과 연결되어 더욱 뜨끔하다무엇을 줄여야하는지 무엇을 줄이지 말아야하는지 일단 메모라도 해서 한번 정리해보아야겠다.

 

삶에 여백이 늘어나면 좋겠다이 책의 표지 디자인처럼. 결국 내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일지도(허지웅 작가의 책에 이런 내용이 써 있었던 듯).

 

!”

!”

그렇군요!”

 

토 달지 말고오직 간결한 감탄사만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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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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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스릴러 소설이자 그 이상 - 장르 성격 상 줄거리는 모두 생략합니다. 무척 멋진 작품이니 읽으시기 전 세상의 스포일러는 모조리 잘 피하시길 바랍니다 . 


4장으로 구성된 목차에는 4명의 이름이 있다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일종의 가이드이기도 하다4명 모두의 심리와 서사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다시 연결 짓다 보면인간들 사이에 오고 가는 거짓말과 오해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특정한 누군가의 삶이 그 위력을 마주치면 평온한 모든 것들이 어떻게 망가지고 부서지는지 냉정할 정도로 말끔하게 그려내고 있다.

 

괴롭다나이 탓이래도 좋고 뭐라 해도 좋고…… 삶이 무너지고 뒤틀리고 휘둘리게 만드는 인력들이 무섭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읽겠다는 계획을 지킬 만큼 가독성이 굉장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맺은 인연들에는 우연이 항상 개입한다이웃이 되었을 뿐인데 삶이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로 재편성되었다그 과정에 실종되고 죽고 수감되고 병들고 구성원들 각자가 끔찍한 타격을 받는다.

 

이 모든 괴로운 과정을 거쳐도 끝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는 진실은 25년 전 그대로 남아 버렸다모두가 진실부터 밝히자고 하기엔 각자의 신념과 인내심이 다 다르다결국 진실은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만 정리되었다.

 

타인의 기억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아무도 없다그것은 진실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는 말과 같다.”

 

자기에겐 숨겨진 뭔가가 있어드러나지 않는 재능인지 감춰둔 비밀인지 몰라도 난 그걸 끄집어낼 거야안되면 배를 갈라서라도 말이야.”

 

그 중 일부는 진실에 가까워 보이는 오해와 착각이었고진실 대신 오도된 것들을 진실로 받아들임으로써 또 다른 헛된 복수가 시작된다끝없는 고통이 이어진다마치 진실이란 게 이토록 불길하고 부정한 일들을 끌어 들이는 것처럼.

 

진실에 가까운 건 진실이 아니에요독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우물물 전체가 독약이 되는 거예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드러난 것은 가족과 이웃의 모습들이다사랑보다 야망이 우선인다정하기만 하고 의지할 수 없는두려워서 서둘러 거짓말로 진실을 봉인한감춰지지 않은 욕망과 질투와 죄책감과 그리고 분명 사랑이 모든 요인들이 생물인 듯 얽혀 들자 진실을 기억하는 일보단 망각이 쉬워졌다.

 

그들은 가난하고 똑똑한 애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아요반체제활동가나 노조위원장이나 지능범죄자 같은 우환거리가 되기 전에 자기들 발밑으로 기어들게 만들겠죠먹이를 던져주며 사나운 개를 길들이는 것처럼요난 고분고분한 척 부자들이 주는 미끼를 받아먹을 거예요.”

 

결말은 지극히 슬프다한 가지 불행이 발생하면 위로하고 도우려는 방식이 먼저 오지 않고 공포와 적의와 회피하고 싶은 마음들이 더 빨리 더 많이 도착한다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은 유구한 역사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다더구나 때로는 다수가 그런 입장이기도 하다.

 

매번 정확히 바로 잡는 노력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런 노력이 있다고 해도 대대적으로 성공하지도 않으니고통을 빨리 덜고 도망치는 방법이 영리한 지도 모르겠다문제는 그렇게 감춰진 진실로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갇히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오래 침묵을 지켰던 이유는 서로 상처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오래 덮어둔 침묵의 내부에서 자라난 거짓이 그들을 파멸시키려 들고 있었다.”

 

이야기 속의 어린 소녀가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지만한편 그를 살아남게 만든 이유와 동력이 무엇이었을까를 낱낱이 알고 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거짓에 기반을 둔 모든 감정과 노력과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상처는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나이테였다그녀의 영혼이 그려낸 무늬였고 그녀의 상처를 그리며 그는 자신의 고통 달랠 것이고 그 그림은 다른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할 것이다.”

 

독자로서 추리나 미스터리 작품이 반가운 이유는 기분 좋은 과정의 긴장과 결말의 후련함 혹은 충격적일 지라도 시원한 마무리 때문이다마지막 장을 읽고 간만에 무척 맛있게 먹은 음식이 꼼짝없이 체한 기분이 들었다논리가 아니라 감정을 흔드는 여운이 깊고 긴 작품은 한참을 아프다.

 

예언처럼 우연처럼 20년도 더 전에 친구와 재미삼아 나눈 문장 - What is done can not be undone. What is undone can not be done. - 이 이 책의 대화로 떠올랐다.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을 했더라면…… 그랬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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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아티스트 - 삶이 예술로 바뀌는 터닝포인트, 제32회 히로시마 문예 참가작품
윤호전 지음, 윤성화 외 옮김, 박신영 화가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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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은 물론이고 참가한 분들의 다양성과 기획 자체도 놀랍고 몹시 궁금한 책이었다작가만화가화가신학자 네 분이 흥미로운 협업을 통해 만드신 책인데 장르는 경영에 속해 있다.



매일매일 연속되는 실패의 삶에서도 절대 쫄지 않는다고 한 저자의 말은 부러우면서도 샘이 난다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안온한 일상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삼가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어쩌다보니 실패하기도 전에 쫄아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이리저리 일 자체에 부대끼다생각이 많아져 현실보다 생각 자체에 부대끼다이직을 열심히 하기도 하고 뜬금없는 직업을 갖기도 했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저자가 말하는 변하지 않는 직장과 메신저 대변인 역할은 무엇일까라이프 아티스트란 낯선 개념과 더불어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 보았다.

 

특정 분야가 아니라 인생을 디자인하는 아티스트도 있다는 것.

아프고 슬프고 지친 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우리는 힘든 순간 기존의 습관과 생각에 얽매이게 된다나 또한 그랬다기존의 선례를 찾기 시작했고 주위를 둘러봤다하지만 나와 똑같은 상황은 단 하나도 없다찾는 걸 그만두고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

 

성과를 확인하기 전에 우선 그런 꿈과 기획은 참 보람 있고 대단한 직업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다예술이 작품으로 물성화되어 특정한 애호가들이나 감상자들에게만 전유되는 것이 아니라인생 전반에 걸쳐 살아가는 모습에 분명한 호의를 가지고 끼어든다고 생각하니 일단 멋지다이미 내용을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개념으로 만나는 나로서는 이런 일을 조력하는 전문가가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오늘 한 가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내 마음을 지키고 싶다. (...)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조급하고 이유 없이 바쁘고 쓸데없이 긴장되고 본인은 돌아보지 않고 서로 판단만 한다.”

 

출간할 책,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는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끝까지 가는 것일까저자는 인용을 통해 죽기 살기로 쓴다고 한다비록 창작하는 글은 아니지만 맡은 일을 어떻게든 완료해야한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짐작 정도는 비슷하게 할 수 있다


책의 곳곳에 아주 힘찬 제안과 계획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활 속에서 잘 녹아난 감성들이 배어있고 아주 사실적인 경험들이라 쉽게 공감하게 된다이 글을 쓴 마음이 무엇인지 일독으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전하고자 하는 것의 전달력이 좋다.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직업이지만저자가 이 직업을 택한 이가 갖춰야할 여러 사항들을 들려주는 문장들을 보고 웃음이 났다물론 비웃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문장으로는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은 어려운 일이고이런 사람이 내 일상과 삶을 본 모습 그대로 예술로 함께 만들자고 해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상상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리액션 잘 하기

기분 좋게 기다려 주기

용기 갖기

바로 할 일과 여유롭게 할 일의 구분 등등등.

나와도 남과도 잘 소통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아주 짧은 비슷하게 맑고 따뜻한 분위기의 에세이가 50편이다한글영어일본어로 실려 있다분명 살짝 다를 분위기와 감성들이 제각각일 텐데 히로시마문예참가작인 글을 일본어로 술술 읽을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특이하게도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 집중하는 이야기실패에 머물지 않고 일련의 과정으로 여기고 발을 떼는 이야기소소한 상상이 아니라 화려하고 멋진 우리 셋은 작가가 되어 전국전 세계로 순회강연을 다닐 것 등등 상상으로 기쁨과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다깊고 넓게 삶을 보는 이야기이다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내 시간이 읽는 동안 천천히 지나가는 좋은 기분.


라이프Life란 단어를 떠올리면 언제나 정물Still Life이 생각난다. 연관은 없지만 문득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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