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 대한 명성도 이미 확고하지만 저자의 이력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난독증에 대한 인지신경과학과 심리언어학연구 에 꼭 읽고 싶어진 책이다얼마 되진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것도 아니면서 뇌과학 책들은 늘 재밌게 읽는 이상한 취향(?)이 생겼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문해력에 관한 내용이 나왔는데한국 학생들의 문해율이 약 25%라고 한다다른 연령대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절망할 것같아 정확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이런 통계가 유의미하다면 우리가 애쓰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안타깝고 아깝고 서글플 따름이다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초능력,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태도를 동시에 진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뇌과학 책을 읽으며 신비주의로 향하면 안 될 일문해율과 관련된 난독증의 예를 읽으면 늘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문학적 자질이 뛰어나 원하던 학교에 장학금 받으며 어서 오십시오,란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난독증이 발병해서 문학 전공은커녕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스티븐 스필버그아인슈타인 역시 난독증이었지만 이들은 모든 분야의 예술과 영상 예술과 수학언어와 물리적 상상이라는 대체 가능한 세계들이 있었던 반면내 친구는 그렇지 못했다그 후 몇 해인가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의 여러 구절을 읽어 주기도 했는데어느덧 만난 지도 참 오래다.

 

어쨌든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여러모로 무척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기쁘게 펼쳐 본다이러니 잠을 줄이고 싶을 수밖에…….

 

인간은 읽는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으며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약 34기가바이트이는 10만 개의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

 

원작 - Reader, Come Home* - 은 2018년에 출간되었으니 정보량은 훨씬 더 늘어났음이 분명하다문제는 단순양이 아니라 이런 식의 읽기는 연속성과 집중성이 없는 읽기 훑어보기 라는 점이다.

 

<Reader, Come Home: The Reading Brain in a Digital World> 원제가 엄청 매력적인 책이다작가의 선택인지 펀집자의 선택인지 괜히 궁금해본다.

 

저자 자신이 본인의 논문에서 다루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는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사용하지 않으면 문해력이란 능력은 획득 후라도 사라진다.

 

저는 유리알 유희를 읽기 시작하면서 뇌를 한 방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지요그 책을 읽을 수가 없더군요문체는 고집스럽도록 불투명해 보였습니다글은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로 빽빽했고(!), 뱀 같은 문장 구조는 의미를 밝혀주기보다 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가 거스를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시대 흐름이라 본다누군가에게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도다만 깊이 읽는 능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한다텍스트를 깊이 읽지 못하면 사고 역시 불가능하고인류 문명 사회에 필요한 비판추론반성적 사유 등은 모두 깊이 읽는 능력으로부터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희망적이고 현명한 안내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관심이 생긴 분들은 재밌게 '깊이' 읽으시길화요일일 뿐인데 상당히 탈진한 저의 쓰기는 여기서 이만 총총.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처럼 될까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컴퓨터처럼 될 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