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와 아레스 - 제17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66
신현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경은 경주마들이 사는 말목장이다부모 모두 기수인 쌍둥이 자매 새나와 루나가 말과 나누는 교감을 들려준다평화롭고 한가한 목가적인 분위기를 예상했다면 시작 장면부터 깜짝 놀라실 듯땅을 울리는 말들의 내달림경주마들이 질주한다전설의 기수로 불리는 아빠 마화랑은 멋지게 2000번째 승리를 거둔다그러나 엄마는... 엄마와 함께 경주에 참가한 말이 폐출혈로 쓰러져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외롭고 힘들 때처음 말을 탔어말달리니까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더라고힘든 것도 견딜 만하고외롭지도 않았어.”

 

엄마는 말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리는 그 순간이 좋았어그 순간은바람 소리와 말발굽 소리와 숨소리밖에 안 들려온 우주에 오직 나와 말 둘뿐인 것 같아얼마나 짜릿한지...... 그건 아무도 모를걸말과 나둘만 알지.”

 

엄마가 요양원으로 떠난 후 목장에서 태어난 망아지 두 마리가 아테나와 아레스이다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신 분들은 이름에서 앗무언가 짐작과 상상을 넓혀 나가실 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신화 속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반전이 있을 지도이 둘은 여러 화가의 그림에도 등장하는데 그 중 한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베네치아의 화가 틴토레토Tintoretto(본명은 야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의 그림이다.

 

Minerva Sending Away Mars from Peace and Prosperity

1576~77 Palazzo Ducale, Venice, Italy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경주마로서 훈련을 할수록 둘 사이에 차이점이 확연해지고 경주마로서의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도살장에 팔릴 가능성도 생긴다긴 설명도 필요하지 않는 경주와 등수의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란 말과 아이들은 그 세계를 경험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새나는 알고 있다아레스와 함께 울타리 밖으로 달려 나간 날그랬다어느 순간 아레스와 단둘이 세상을 달리는 기분이었다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탄산수를 혼자 다 마셔버린 느낌이었다.”

 

저자는 일등과 성공이 강조되는 삶에 대해 노골적이자 동화적인 질문을 던진다만약 그보다 더 가치 있는 혹은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선택과 교환은 가능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유치하지 않게 따뜻하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린다살아 있으면 끝이 아니라고언제든 결심하는 그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재활 승마를 공부해 보려고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한 번 해보고 싶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은 처음이라 - 가볍게 시작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래식 음악의 세계는 스펙트럼이 넓고 깊어 평생을 즐겁게 새롭게 감상할 수 있겠단 행복한 생각을 합니다. 어릴 적 듣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상도 가능하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취학 전부터 피아노를 시작하고 초등학교 내내 첼로 연주를 했지만 연주자나 작곡가의 삶을 살진 못하고 애청자이자 애호가로 삽니다. 불만은 없습니다. 훌륭한 연주자들이 정밀한 과학기술을 힘업어 멋진 곡들을 담아 주시니까요.

 

그래도 헤드폰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판데믹이 지나면 다시 한 번 맘 편히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연주 감상이 가능하겠지요.

 

수식이 불필요한 조현영님께서 엮어 주신 책이라 기대가 한껏 치솟습니다. 서양음악사를 풀어주시는 부분도 추천 리스트도 음악가들의 삶을 정리해 주신 것도 모두 한층 더 클래식 음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멋진 계기들이 될 거라 믿습니다.

 

여름밤 클래식 공부와 감상, 더 이상 좋은 것을 찾기도 어렵지요. 출간 축하드리고 이벤트 감사드립니다. 책을 만날 시간을 고대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종류 미래의 고전 61
정민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얇고 강력한 단편 동화들 -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에 가까운 심리들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아동문학청소년문학을 읽는 어른들은 다 알겠지만

이 책 역시 어른들이 더 진하고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는다.

 

어린이들의 세계 역시 어른들 못지않게 복잡하고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고 해법은 쉽지 않다.

 

7편 중 상황과 접점이 있어 깊은 울림을 준

두 편을 가능한 스포 없이 살짝 소개한다.

 

<마음의 종류>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포스팅하는 블로그가 있다.

 

처음엔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올라갔지만

나중에 사실이 아닌 일있지 않을 일들도 이야기로 꾸며져 올라간다.

 

아이들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특히 자신을 악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깊은 상처를 입고 관계는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무엇일까?

블로그를 없애기만 하면 다 해결될까?

 

모두의 마음들은 어떻게 될까?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마음은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마음과는 완전히 다른 것일까?

 


<달리기>



무척 멋진 글을 쓰시는 이웃으로만 알고 몇 년 째 행복하게 구독하다가

출간하셨단 소식을 듣고 놀라고 기뻤다.

 

그런데알고 보니 이미 2007년 문학상수상을 하신 작가이자 동화작가셨다.

그 수상작이 달리기이다.

 

아이와 어른 누구랄 것 없이 마주칠 수 있는 고민을 달리기라는 소재로

선명하고 친근하게 바꿔 들려 주셨다.

 

덕분에 오래된 질문이 또 떠올랐다!

아니이제 더 이상 내게 고민도 질문거리도 아닐지 모른다.

그냥 이번 생에 이렇게 살자고 합의를 보았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그렇게 타협했다.

 

100m달리기를 하고 싶지만 마라톤을 뛰어나게 잘하는 아이와

마라톤을 하고 싶지만 100m 기록이 좋은 아이가 있다.

이 두 아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코치 선생은 교육자로서는 충격적일 만큼 배려 없는 즉답을 한다.

가소로운 소리 하지 마.”

 

달리고 싶은 종목과 상을 받을 수 있는 종목,

뭐가 옳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내 대답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하자이지만

 

달리기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들로 확장해보면

대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다는 대답이 뻔히 돌아올 테니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기까지 한 어쨌든 기성세대로서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가득해지는 단편이다.

아이들의 선택을 힘껏 응원 해주고 싶은데…….

 

현명한 이웃분들이 지혜로운 답들을 댓글로 주시려나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아침에 직업이 바뀌다.” 이런 소재 궁금하시지요바뀐 직업은 공구상입니다어떤 직업인지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고 저처럼 확실히 설명할 만큼 모르는 분도 계시겠지요.

 

이렇게 일하시면서 나를 지금까지 키우셨던 거구나내가 대학 생활의 낭만에 젖어 매일을 무념무상으로 보낼 때아버지는 현실과 부딪혀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오셨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공구를 사러 가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만나본 적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차량 안에 공구박스 툴박스가 더 익숙 를 싣고 다니며 간단한 정비를 하고 풀세트를 뿌듯하게 여기는 엔지니어 남자친구가 유일한 경험이랄까요.



신기하게도 누가 마련해 둔 것인지 집에 툴박스라고 하는 공구상자 하나씩 갖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실제로 잘 활용하시나요저자는 공구를 잘 알고 활용하는 삶을 공구로운 생활이라 부릅니다재미있습니다정의한 내용을 직접 보자면,

 

간단해요공구의 쓰임을 잘 알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쓰면 그게 공구로운 생활이라고 생각해요필요한 공구를 딱딱 찾아 쓰는 즐거운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구에 대해 잘 알고 쓸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저는 이걸 가리켜 기술적 사회라고 말하곤 하지요.”

 

공구는 솔직해요필요한 기능들이 아주 직접적으로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어요공구를 보면 왜 이런 형태를 지녔을까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할까하는 점들이 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구조상 부분 하나하나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요소비자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보완해서 개선된 모델을 출시하죠.”

 

불가피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거부하지 않고 가업을 이어 받은 것도 다들 이래야 한다!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이후에 아버지의 노고와 삶을 깊이 이해하는 마음도 뭉클합니다이런 따뜻한 사람이 권해주는 공구를 막 사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하게 저자의 삶에 집중하고 공구상이라는 직업 세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에세이 - 1부 면서또한 공구에 대해 배우고 참고삼아 찾아보며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 - 2부 이기도 합니다저자는 실용적인 자신의 직업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렇게 정리해 놓았습니다그럼 어떤 공구들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지 전문가인 저자에게 추천 받아 봅니다

 

1. 다목적 가위급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다.

2. 전동 드라이버 세트우리의 연약한 손목을 지켜준다.

3. WD-40: 방청윤활제라고 해서 금속의 녹을 제거하는 용도의 화학제에요집 안에서 다양한 물질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걸로도 유명한 제품이에요.

 

이 중 방청 윤활제는 유명한데 또 저만 몰랐던 것으로처음 듣습니다.



2천여 가지의 사용법! 엄청난 능력!

꼭 사고 싶어지는 마법의 공구입니다.


공구상에게도 믹스커피 타임은 고객을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이다창고에 재고를 가지러 가거나 주문을 기다릴 때그 막간에 믹스커피를 하나 먹어줘야 한다제 손으로 직접 타서티스푼도 없어서 종이 스틱을 휘휘 저으며 한마디 던져본다. “요새 생산이나 매출은 어떠세요?””

 

종이스틱으로 젓지 않으심 더 좋겠습니다버스기사분들 화장실 갈 시간도 식사 시간도 믹스커피 한 잔 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지금은 휴식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확보되었는지 잊고 살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늘 그렇듯 소개하지 못한 더 재밌는 일상과 마음을 쿵쿵 울리는 삶의 통찰들이 담겨 있습니다책을 다 읽고 나자 공구상 매출은 어떤지 걱정이 됩니다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묵직한 산업이니 부디 크게 휘둘리지 않고 순항 중이시면 좋겠습니다.

 

매출 걱정에 한 마디 더 보태면이 책에는 공구상의 제품별 브랜드 특성과 실재 구매안전한 사용법들이 있으니 공구로운 생활자로 살고 싶으신 분들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특히 2부에서는 흥미로운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됩니다부록의 취급주의와 ‘Q&A 09’도 아주 유용합니다캠핑 관련 필수 공구도 있습니다안전하게 잘 사용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우리시대 리커버
조한욱 지음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문화사라면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신문화사는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익숙한 역사관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주 오래전 분류법이고 그나마 현재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알아본 바가 없다.

 

조한욱 교수는 강연과 저술로 무척 부지런히 활동하시는 분이라는 정평이다심지어 독서카페를 운영(?)하시는데 질문마다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 가득 답변을 달아 주신다니 열정이 대단하신 분일 터.

 

대학생들을 위한 독서교양서로서 부담 없는 문고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세상에서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아마도 내가 읽는 가장 가볍고 적은 분량의 역사서(176)를 뒤늦게 읽어 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역사학이란 무엇일까역사로 기록된 것들은 모두 사실일가문화를 통해 바라보는 역사의 모습은 얼마나 독창적인 새로운 내용일까문화사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신문화사란 무엇일까?

 

이런 몇 가지 질문들을 갖고 답변을 찾아가는 독서를 했다답을 다 찾을 수 있어도 좋고 못 찾아도 괜찮다는 느긋한 마음으로어차피 단 하나의 정답이란 없으니 초조해야 필요는 없다그런 점에서 인문학의 품은 넓고 편안하다.

 

단 문화든 역사든 읽고 배우는 목적에 대해서는 잠시 정리해본다거창한 건 아니고 역시 대부분의 학습은 인간을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그런 목표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거대 담론인지 기존의 역사서에서 무시된 다른 목소리들인지는 자신이 선택해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한욱 교수는 해당 시대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수의 작은 목소리들을 택했다고 본다안타까운 점은 사료가 부족하거나 전무하다는 점그래서 있는 사료들을 모두 귀중하게 해석하고 새로 발견하고 마치 띄엄띄엄 놓인 점들과 같은 지식정보를 보고 한 시대의 흐름과 맥락을 텍스트로 만드는 역사가들의 작업은 엄청난 노고로 느껴진다멋진 발굴과도 같은 작업이다.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역사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쪼개어 읽는 것도 좋은 학습법이다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오래 전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듣고 그 장면들에서 시대의 모습을 다시 찾는 일은, ‘공식이란 인증을 받은 역사화석들보다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좋은 것은 질문이 생기고 답이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실지로 역사학에 대해 일종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 역사학은 국가나 민족혁명이나 전쟁노동과 계급투쟁 등과 같은 거대하고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맥락을 잡아주고 미래를 위한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사’ 또는 신문화사유사성을 걸러본 결과 공통분모로 떠오른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다이것은 단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가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역사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어떤 성찰에도 이르지 못한다면단지 학문을 위한 학문에 그쳐버린다면그 학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