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워질 때까지 걷기로 했다 - 지구를 지키는 사 남매와 오색달팽이의 플로깅 이야기
이자경 지음 / 담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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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걸음마도 쉽지 않았던 지훈이가 휴지통에 과자상자를 넣기 위해 서너 번 넘어졌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했다.

 

다시 해볼까하나.”

골인짝짝짝.”

 

플로깅’*이란 언어 이전에 이미 실존하고 실천한 이들이 있었다플로깅을 시작한 계기도 무척 재미있다첫째 아이와 함께 쓰레기 골인시키기 놀이로 시작한 것이 쓰레기 줍기로 계속 이어졌다고 하신다햇수로 9년이니 이분들이 바꾸신 강산의 모습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플로깅이랑 스웨덴어의 줍다(plocka upp)와 영어의 달리기(jogging)를 합성한 말로 걷거나 뛰면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활동.



Candor TechSpace in association with Ploggers of India organised a ‘plogging’ drive 

(the act of picking up litter while jogging) at its campuses in Gurugram and Noida. 

The activity was beneficial to employees’ health and the environment.


 

플로깅.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고지구와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위한 의무였으며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과정이었다쓰레기를 줍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찰나의 부지런함으로 내가 지나가는 길을 바꾸는 것은 내 삶을 바꾸는 일이기도 했다.

 

차곡차곡 쌓인 날들은 힘이 엄청 센가 보다플로깅을 꾸준히 하신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은 늘 잘 일치하지 않는 작업일 지도 모르는데멋진 에세이로 완성되었다다른 무엇보다 플로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목표가 확실하셨고 꾸준히 하시는 근력이 비법이 아닌가 혼자 짐작해본다.

 

제목이 참 멋지다당위도 진위도 아닌 아름다움꽤나 오래된 일이지만 야생동물 밀렵과 그 가죽으로 옷 만드는 일을 반대하는 시위 장면들과 인터뷰 영상들 중에 내가 가장 확실하게 설득당한 말과 통한다.

 

표범 가죽은 표범이 입는 것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 한 문장으로 표범 가죽을 벗겨 자신의 몸에 씌운 모든 인간들이 우스워졌다어떤 반대 논리도도 뒤집을 수 없는 한판승이었다너무나 통쾌해서 찬탄을 하며 크게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진지하게 생태철학을 전공하고 있던 때라 심각하게 흔들렸다수백 권의 책을 읽고 논문을 쓴다고 해도 저 한 문장보다 더 전달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용기 있게 다 작파하고 다른 길을 찾았다면 좀 더 본질에 다가간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저자와 사남매도 지구도 매일 아름다워지는 이야기를 좀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 본다

 

 

아이들 *

 

어머니우리는 쓰레기만 주웠을 뿐인데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어머니해파랑길은 너무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왜 쓰레기를 많이 버렸을까요?”

 

어머니해파랑길 말고 남파랑길도 있어요?”

남파랑길은 있어.”

그러면 더 파란 길은요?”

더 파란 길은 없는데.”

그러면 우리가 지나간 길은 깨끗해지니깐 더 파란 길로 이름 지어요.”

 

아버지모든 사람들이 자기 생일 하루만이라도 쓰레기를 줍는다면 지구는 얼마나 깨끗해질까요?

 

아이들의 목소리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뻐근해진다맑은 시선에 비치는 모든 풍경에 마음을 졸인다어른성인기성세대뭐라 불리건…… 내 역할은 부끄러움에 잠식되는 때가 잦다.


 

어머니 저자 제로웨이스트실천가 플로깅활동가 등등 *

 

아이의 말에나 역시 쓰레기로 가득 찬 세상에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웠다. ‘사람이 태어나서 쓰레기를 만들고 가는 일은 있어도줄이고 가는 일은 없다라는 말도 생각났다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10, 20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지만아이들이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내가 버린 쓰레기가 나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물건을 함부로 살 수 없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 플로깅은 왜 이토록 오래 하고 있을까?’

왜 매일 하고 있는 걸까?’

 

문득 어릴 적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태양이 좋은 날마당에 앉아 혼자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놀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엄마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앉은 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두 손에 책을 들고 계셨다엄마는 나에게 공부해라”, “책 좀 읽어라” 그런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나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랐다.

 

엄마는 일하는 틈틈이 책을 읽었고가방에는 항상 책을 넣고 다니면서 버스에서든지하철에서든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으셨다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인지 내 가방에는 늘 책이 있었다자식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나의 아이들도 나를 보고 자라겠지.

 

우리 집 도랑에는 개구리와 도롱뇽이 살고 있다집에서 사용한 물이 도랑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물에 사는 개구리와 도롱뇽이 걱정된다내가 버린 물을 마시고 행여 내일 아침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나는 작은 벌레의 존재를 힘들어했던 사람이다하지만 지금은 텃밭에 사는 지렁이와 작은 벌레 덕분에 우리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다시 내려와야 하는 길을 올라가고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자연 속에서자연스럽게 살고 싶다자연 속에서행복의 뿌리를 내리며 살고 싶다.”

 

몇 주 전 5월 어느 날 생일 맞은 초등생 아이가 생일파티 대신에 친구들과 플로깅을 하고 사진과 기록을 남겼다참 잘했어요이런 말을 하기에는 혼자 감당하고 있는 수치심이 커서 발그레해진 얼굴들을 보기만 했다얼마의 금액을 클릭클릭 후원하고 맘 편히 먹고 마실 것들을 사서 오롯하게 즐기는 내 생일의 풍경이 떠올랐다.

 

저자와 가족들이 플로깅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 꼭 펼쳐지길 바란다모두의 일인데 남 일처럼 바라는 것도 참 민망한 일이다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으로 변명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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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헬스클럽 - 나는 운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현상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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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하게 짐작했던 바로는 고대 도시 국가들 간의 전쟁이 빈번했으니 승리를 위해 전사들을 양성하는 것이 생존과 번영의 기본일 거라 생각했다제 1순위가 정해지면 그 밖의 모든 사회문화도 개념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그리스의 중무장 보병은 다른 어떤 나라의 병사들보다 육체적 본능을 더 잘 억제했고전쟁터에서의 무서움을 통제했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사 훈련과 더불어 체력 단련이 중요했다.”

 

따라서 건강한 남성의 육체가 찬미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고대 그리스 조각들의 남성상들은 거의 나체이다르네상스 이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발달된 골격과 근육을 아주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이 재미난 제목의 책 역시 그런 내용에 집중한 것인가 했는데간단 정보의 차원을 훌쩍 넘어 고대 그리스 철학과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물론 그에 더해 문학심리학과학 등 다른 분야의 지식도 데려와서 신체 단련에 관해 후회 없이(?) 사색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한다.

 

육체를 상품으로 사용하고 가꾸는 직업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직군에 관계없이 외모에 대한 기준과 차별과 제약이 극대화된 사회이다오래 전이긴 하지만 한 때는 모든 인구를 다리 길이로 분류하고 재밌어 하던 아찔한 시절도 있었다.

 

어떤 시대 어떤 용도이든 생존수입건강 등등 - ‘운동이 개인의 성품인격삶의 태도철학을 단련하는 수단이자 공동체를 형성하는 활동으로 바라보는’ 이 책이 전해 줄 이야기는 흥미로울 것이다정재승(뇌과학자)의 추천사는 이 책을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든다.

 

이 책이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 신화 사이에 꽂혀 있을 때당신의 책장 속 그리스 코너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희랍철학이란 과목명으로 수업을 듣던 젊은 날에는 내려오지 못하는 회전목마에 탄 것처럼 멀미가 났지만 나이가 드니 후대에 태어난 장점과 오만함을 좀 내려놓고 이해하게 된 내용들이 늘었다.

 

그리스 신화는 황당한 장면들이 많아 애착을 가지기 어려웠지만 어벤져스 시리즈 재밌게 봤잖아하고 용기를(?) 내어 오디오북을 오며가며 들었더니 재미나게 잘 들렸다어원학을 좋아해서 새롭게 배우고 알던 것을 확인하는 재미도 컸다.

 

이제 무려 고대 그리스인들이 운동하고 산 이야기를 만났다공영종합운동연습장과 같은 체육시설-김나시온(그리스어Γυμνάσιον, Gymnasion)과 레슬링 학교 또는 연습장이었던 체육관팔라이스트라(그리스어παλαίστρα, Palaestra)도 있었다이 곳들은 운동만을 위한 곳이라기보단 운동을 마치고 난 이후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하는 활동을 포함한 중요한 사교 클럽이기도 했다이 두 곳을 특히 자주 찾아와 대화하기를 즐긴 인물이 소크라테스이다.

 

기록상으로 그는 적어도 세 차례 군사 원정에 참가한 강인하고 뛰어난 군인이었다고 한다신체 능력도 탁월해서 식량 보급이 어려울 때는 배고픔도 잘 견디고 참전한 동료가 부상을 입고 쓰러지자 적을 막아내고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자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몸을 성실히 단련한 것만이 아니라 몸을 돌보지 않은 사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이는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가 처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건강하지 않은 자유민은 잦은 전쟁에서 죽거나 노예가 될 수 있고 이는 곧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비참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체육과 의술만이 몸의 덕을 위해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아는 기술이며그 외의 기술들은 자유민답지 않다고 여겼다나아가 입법이 사법보다체육이 의술보다 더 훌륭하다는 그의 견해는 우리의 상식과도 부합한다.”

 

플라톤 역시 기원전 그리스에서 열린 레슬링 경기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였다플라톤이란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넓다라는 뜻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독보적으로 어깨가 넓었나보다문장 표현이 풍부(플라티테스)했다거나이마가 넓었기(플라티우스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무척 유용한 공식을 가르쳐준 수학자로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사모스 섬 출신의 권투 시합 우승자였다놀랍게도 훈련 방법은 우리가 권투를 떠올릴 때 익숙한 방법들과 거의 유사하다권투란 기원전에 이미 완성된 스포츠였나 보다.

 

가죽띠 대신에 둥근 모양의 것들을 감아 묶는데이는 (...) 충분히 단련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죠. (...) 우리는 생명 없는 모상을 걸어 놓고서도 이를 상대로 훈련을 하려 들지 않겠습니까또한 더 나아가서 (...) 연습 상대로 없이 우리 자신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섀도복싱을 하려 들지 않겠습니까?”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하는 운동을 꾸준히 못하게 된지 오래라 시공간의 제약 없이 생각날 때 바로 할 수 있는 운동만 한다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생존 자체를 위해 필요불가결하고 늘 아쉬운 것은 체력이다.

 

세어볼 것도 없이 빈약한 운동량이지만 어쨌든 108맨 몸 스쿼트계단 오르기는 매일 하고 있고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다별 즐거움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젠 계단 오를 때 숨을 헐떡이지 않는 것만도 가끔은 기쁘다.

 

운동은 그 순간만큼은 명상과 유사한 몰입을 가능하게 해주고크지 않더라도 확실한 변화를 느끼게 해주며 작은 성공과 성취감도 제공해준다우승과 수상의 기쁨은 없지만 일상의 다른 분투에 힘을 더해주는 몸으로만 사는 시간은 무척 중요하다.

 

갑상선암 수술을 한 친구가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는데종양수치는 괜찮고 혈액검사결과 콜레스테롤칼슘, 000, 000, 000 수치가 너무 훌륭하네요!”란 이야기를 들었다 한다친구는 몇 달 간 지속한 달리기의 효과라 믿는다덕분에 나도 달리기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건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운동선수를 통해우리는 죄가 없다고 해서 신성하다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질병이 없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부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는 건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다발자취가 인생의 행보를 의미하듯달리기는 삶의 은유다하루하루 내가 달린 거리의 총합은 나라는 존재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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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 - 소크라테스부터 덩샤오핑까지,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과 사건 속에 숨은 질병과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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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약이라니 시의적절해 보이기도 하고, ‘이란 언제나 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으니 안타깝고 무섭긴 하지만 이야기로서는 흥미로운 독약과 독살에 관한 사적 이야기들도 기대되었다.

 

빈약한 상상력이라 거의 대부분의 신간들은 내 기대쯤은 훌쩍 뛰어 넘는다역사예술정치사회과학 모두가 어우러진 재미난 책이다이 책을 특징짓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직업이 약사라는 것이다아주 익숙한 세계사의 사건들에 의학을 적용해서 새로운 해석을 한다.

 

어릴 적옛날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 수십 년 동안 역사책을 읽어오면서 느꼈던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다른 사람과 약간 차이가 있다면 질병이나 약을 키워드로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사로 분류되지만 유럽사만 다루는 섭섭한 구성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즉 동아시아를 함께 다루고 있어서 비로소 세계사라는 흐름에서 근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해볼 수 있는 멋진 효과도 있다.

 

다양한 질병으로 말미암아 생겼던 일들특히 세계사를 움직일 위치에 있었던 이들과 그들이 겪은 질병 관련 이야기들이 아주 재밌는 대부분 10쪽 남짓한 이야기로 25가지나 담겨 있다그냥 재밌게 읽으시면 좋을 사전지식도 많이 요구하지 않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들이다.


 

재밌는 것은 읽다보면 질병과 약이 세계사를 구동하고 전환하는 유일한 동력처럼도 느껴지는 순간들이다몰입이 쉽고 새로워서 좋고 설득력도 강하다모범생처럼 차례로 읽어도 관심이 더 가는 내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병에 걸려 투병하는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질병독이 세계사에 미친 역할관련된 혹은 파생된 흥미로운 사건들이 다종다양하다마치 추리소설처럼 대결과 죽음과 자살과 살해가 등장한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언급되어 반가웠다그 역시 1차 세계대전 때 약국에서 일했고 자신의 작품에 쓰일 독약에 대한 연구에 심취했다. 소설 속 범죄 수단으로 사용된 청산가리는 현실에서도 자주 애용(?)되었다.

 

나치집권자들이 청산가리를 사용해 자살한 것이나 르네상스 여성들이 비소가 섞인 화장품을 사용하다 본인도 죽고 남편이나 애인들도 죽인 이야기또 그 점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슈베르트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성병의 치료제로 수은을 복용했다고 하니 누가 퍼트린 약학 상식인지는 몰라도 성병을 죽은 이들보다 치료제로 죽은 이들이 더 많았을 듯하다슈베르트고갱모파상알퐁스 도데보들레르슈만 등등...... 낭만주의 시대란 시대명과 불화하는 죽음의 시대이기도 하다.

 

불만족스러운 면이 많지만 현대 사회가 엄청난 문명화와 진보를 이뤘다는 실감이 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아닌가얼마 전에도 사람들이 독살되었던가.

 

이전에 다른 책에서 만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후 특허등록 없이 인류를 위해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한 조나스 소크라는 의사도 다시 만나 반가웠고기독교에서 마취제인 클로로포름이 모성애와 신앙을 방해한다고 믿어 사용을 꺼리던 것을 영국 여왕이 마취제를 사용해 분만하면서 사라진 이야기는 통쾌했다한국 사회에서도 통증과 모성애에 관한 속설이 있었던 듯한데 기억이 안 난다끔찍하게 가학적인 사고방식이다.

 

무려 2020년에도 독감백신과 고로나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들이 기세를 떨쳤으니 다 옛일이라고는 못하겠다주제에 따르는 주요 내용 이외에도 재미난 부분들이 눈에 잘 띈다어쨌든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재미난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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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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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소설들에서 장인의 후광이 페이지마다 뿜어 나올듯한 정밀한 설정과 묘사 덕분에 소름끼치는 현상으로서의 을 도중에 그만 둘 수도 없이 고찰하게 만든 마력의 작가가 정유정이다.

 

집필보다 사전조사의 노고가 더 컸으리란 짐작에 맞게 어마어마한집필에의 집요하고도 뜨거운 애정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동력으로 작품을 탄생시키셨다고 들었다작가가 된다는 무게감과 치열한 글쓰기에 대해 이토록 생생하게 말로 잘 전하는 작가도 드물 것이라 탄복했다. 3년 만에 나온 500페이지를 넘는 <완전한 행복>당연히 완성도는 극상일 것이다.

 

띠지만 벗겼는데도 왜 이리 더 무서운가요...


정유정 작품들은 책을 읽는 눈의 각막 위에서 살이 찢기고 피가 흐르고 신체가 절단되는 소스라치는 적 충격을 느끼며 읽는 글들이다그의 작품에는 살인이 일어났다’ ‘시체가 놓여 있다와 같은 순둥한 문장은 없다잠시 넋을 잃고 읽다 보면 축축한 시신을 두 팔로 안아 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중언부언이지만 주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치밀한 구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도 신간은 늘 고대되는 법! 3년 만에 현상으로서의 을 추동하는 욕망을 다루는 책이 출간되어 엄청 반갑다친필 사인이 담긴 감격스러운 책을 펼쳤다추리 작품 자체와는 일견 결을 달리하는 듯도 하지만 현상의 본질의 깊은 심연을 파고드는 작가의 시선답게 사건을 꿰뚫는 통찰이 도저하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정 <완전한 행복> '작가의 말'에서.

 

내용에 휘둘리기 전에 현실 독자로서 뼈를 맞는구나. 이제 어디서건 하소연과 한탄을 줄여야겠다. 감당할 일은 그냥 감당해야 하는 법!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이 문장들만 보고서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바로 떠올리실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웠던 그 사건그 가해자자기애성 성격장애 유형의 사이코패스!

 

이미 언급했듯이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는 텍스트를 영상과 가상체험에 근접하게 한다늦은 밤 혼자 읽으시면 극상의 짜릿함을 맛보실 수도 있으나 올 여름 낮 더위에 지칠 때 함께 해도 충분히 양 팔에 소름을 경험하실 수는 있을 것이다. 😱🥶🙏💙


내용은 모두 생략이다. 읽으실 분들은 가능한 줄거리도 찾지 마시고 바로 작품 속으로 뛰어드시길 바란다. 시원하다 곧 서늘해진다. 올 여름을 함께할 멋진 동반자 책이라 추천 드린다. 욕을 별로 안 먹을 듯해 아주 조금만 불안하다. 😁😊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2021년 6월 정유정

 

 

욕망 3부작이 시작되었다마무리까지 나는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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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사람 나폴레온 힐
정형권 엮음 / 밥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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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이야기부터 일대기처럼 구성되었다고 해서 우리집 십대들과 함께 읽기 좋은 우리 시대 위인전이자 에세이가 아닐까 기대했다읽다 보니 저자가 활동하신 시대와 내용으로 미루어 아이들은 무리일 듯하고 내 세대는 공감할 내용이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공 당사자의 삶보다 더 눈에 띄는 인물을 발견했다거의 이 집안 모두를 구원하러 나타난 듯한 새어머니이다확신에 차 있고 설득력 있는 발언력을 가졌고 동기 부여와 실천을 독려하는 능력이 탁월한 초월적 인간처럼 느껴지는 분이다.

 

어머니는 나뿐 아니라 아버지의 인생도 뒤바꾼 것이다대장장이를 치과 의사로 변신시킨 어머니는 진정한 성공철학자였다아버지의 장점과 강점을 파악해 동기를 부여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 동기부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나폴레온힐Napoleon Hill - 세계적인 성공학 연구자미국 대통령 고문관미국 대통령 홍보담당 비서관 은 공직 이력 뿐만 아니라 철학자로서 유명한 분이었다미국철학자를 잘 모르는 나의 무지의 결과이다그런 힐을 독려하고 결과적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인물 중 한 명이 새어머니이다.

 

물론 그 모든 경험을 이야기로 잘 갈무리해 전해주는 존재는 저자이고불연속적인 경험들을 자신의 철학 안에서 통합해서 이해 가능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저자이지만.

 

당신의 마음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걱정이나 근심도 생각의 조각이다. (...) 당신이 어떤 생각을 주로 하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 인간에게 진실로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식이다. (...) 마음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마하라.”

 

자신이 경험한 시간들을 드라마처럼 펼쳐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듣기에 ~하라식의 조언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후에 많은 제안과 설명이 따른다스스로의 경험과 실패와 방향 전환도 드러내어 어떻게 그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뼈대가 생기고 근육이 붙는지 자연스러운 이야기들로 공감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단순한 바람과 목표를 혼동합니다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큰 집을 사고 싶다는 것 등은 목표가 아니라 바람입니다바람만으로는 열망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 한계는 오로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 당장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지요.”

 

해석 나름일지 몰라도 영어권의 wish란 단어는 실은 아무 내용도 의미도 없는 빈 말이라는 과격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단어 자체에 실패와 부재를 담지하고 있다고 했다위로와 회한을 담은 잠시의 바람이랄까모국어가 아니라 미묘한 감성까지 미처 몰라 재밌고 서운했던 양가적 감정이 기억난다그런 의미로 바람은 목표와는 전혀 다른 언어력을 가질 것이다.

 

내가 배우고 싶고 감동적인 생애를 살았던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바람직한 성품을 내 안에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는 이들과 매일 밤 상상 속 회의를 하기로 했다. (...) 잠들기 전 조용히 눈을 감고 그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구체적이고 활발한 상상력이 있다면 좋겠다어릴 적엔 만나고 싶은 존재들 오래전 별세한 위인들부터 해저 깊이 사는 흰수염고래까지 원하면 꿈에서 만나기도 했는데뇌활동의 의식과 상상 영역이 점점 노화되는지 꿈쩍도 안 한다혹은 신나게 만나고도 기억을 전혀 못하는 건가어느 쪽이건 서글프다.

 

인간의 성공과 실패를 연구하여 모든 사람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성공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대중에게 보급한다.’는 하나의 연구 주제에 평생 몰두했던 만큼이 책의 흐름 역시 해당 연구 주제를 설명하는 사례처럼 느껴진다. 1인칭으로 서술한 일대기 형식이 철학인문서의 문턱을 낮춰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접근하기 쉽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카네기를 만난 시간부터 카네기가 소개해준 500여 명의 인사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다시 2만여 명이라는 확장된 만남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상당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켰다텍스트와 이론으로 두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화한 덕분에 많은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수년간 애써 쓴 논문을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읽을까 생각하면 몹시 우울해지는 학계의 일반적인 현실에서 부럽기도 한 일이다더구나 누군가 덕분에 삶이 정말 달라졌다고 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인문학을 하는 보람을 실감하는 순간일 것이다.



일독 후 그리운 조부님 세대의 진지하고 성실한 학자를 만난 묘한 향수가 느껴졌다그래서인지 세상이 급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세대를 거치며 축적한 많은 것들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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