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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평점 :
‘나도 피자’라고 존재를 주장하는 거 이외에는 별 맛 없는 피자를 물컹 씹으며,
오늘따라 여러모로 물보다 못한 맥주를 마시며,
토요일이 왜 빨리 가버렸는지 분한 마음을 삼키며
별렀던 책을 읽었다.
즐겼다.
뿌듯하다.
“신비롭거나 못 알아듣는 언어로 보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알 수 있는 언어. 그게 바로 시였다. 음악은 움직이는 시였고, 도서관의 책들은 고요히 앉아 있는 시였다. 멋진 요리는 접시에 플레이팅된 시였고.”
시인이 되고 싶었던 김밥 집 아들 이원식,
시를 읽은 교수의 “요리를 하라”는 강력한 추천으로
“시 같은 요리를!”위해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전설의 요리사이자 자칭 천재 아티스트라 주장하는 엽색가 조반니 펠리치아노,
가 숨겨 놓은 레시피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오니아의 작은 섬나라인 삼탈리아,
<라 레뿌블리까 삼탈리아나>에 밀입국한다.
그리스 갱이 운영하는 밀입국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화물칸 짐칸에 구겨졌다가 널빤지를 잡고 해류에 떠밀려 도착(?)한다.
삼탈리아의 최상의 감사 표현은 “고마워서 담배를 끊고 싶습니다.”
삼탈리아에서 주류 문화로 유행하는 것은 한국 시인의 시,
시가 화폐가 되기도 한다.
나는 (...) 배낭에 든 시집들 중에 고민하다 조연호 시인의 <저녁의 기원> 초판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 “이…… 이럴 수가! 이건 삼탈리아에서 물가로 6억 리아에 거래되는 비싼 책이오. (...) 실물을 만지다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군 그래. (...) 이런 오리지널 초판은 정말 구하기 힘든 시집 아니오? 심보선 신작 시집도 받았는데 이런 귀한 것까지 염치없이 덥석 받을 수는 없소.” (6억 리아 = 약 7억 8천만 원)
‘복고풍 서정’은 이야기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관점과
웃지 못 할 유머들이 산재해 있지만
요리든 시든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복고가 된, 서정이 담긴 것들은 무척 지적인 빈티지들이다.
웃기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시간이 더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은
여전할 지도 모르지만
현실이 이보다 더 나았던 적은 많았나...
비교, 판단, 분석 등등 다 그만 두고 싶다.
잠시 익숙한 피로를 내려 두고 재밌게 지내보라는
저자의 다정한 배려가 살짝 느껴졌다,
사춘기라고 우기고 싶은 갱년기일 감정의 기복이 잦지만
어쨌든 뭉클했다, 고마웠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서,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가, 아주 작은 현상에서 비로 콧구멍 앞에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는 그것.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나는 찾아야만 했다. (...) 끝에 다다르면 끝난다. 원하는 건 그것이었다. 나는 시작했고, 끝나야 한다.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끝에 달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세 번 정도 웃지 못한 이들은 직접 읽어 보시길!
이게 뭐지? 뭔가... 하다 엄청 크게 웃게 될 지도.
완독 후에도 웃을 수 없었다면 작가 소개를 읽어 보시길.
우엉김밥과 유부김밥... 먹고 싶다...
무척 서정적이라는 ‘1945 삼탈리아 빈티지’ 라벨의 와인맛이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가 추천한 음식은 피자와 김밥과 맥주가 아니라,
파스타와 김밥과 맥주였어...
난 왜 피자를 두 번이나 산 거지...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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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펠리치아노의 비밀 레시피, 혹 궁금한 분 계시나요?
“음 맛있겠네.”
...입니다. 진짜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