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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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미 린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입니다기분이 좀 이상합니다이 작가의 작품을 읽거나 감상할 수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느꼈거든요낯설어서 어려울 것 같아어리고 연약해서 보기에 눈이 시릴 것 같아피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궁금해 하며 계속 읽네요시작부터 화들짝 놀라면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욕조에서 금붕어 잡는 내용입니다뭐 이런 아찔한... 세 장을 채 못 읽고 잠시 쉬었습니다몰랐던 갈증을 채우는 아... 맘에 드는 소설... 기쁩니다안 읽은 분들 꼭 스포일러를 피하시길.

 

한편으로는 섬세한 정서와 문학적 감수성으로 읽어 달라고 하는 문장들이 빼곡한데일본 문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 글자만 읽고 지나가려니 울적합니다.

 

매번 그렇듯이 엄마는 어제의 난동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방의 끔찍한 상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 툭하면 술 마시고 날뛰니까 집 안 꼴이 처참했어요. (...) 엄마는 내일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감각적 표현들이 감각적으로 읽혀서 자꾸 놀라며 읽습니다찢어진 발이 내린 눈에 닿을 때는 머리가 쭈뼛했습니다어린 시절부터 타인이라 여기는 타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우짱은 그래서 타인과 거리 두는 법을 모르고 상대를 몸 안에 넣고나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극단적인 공감을 합니다.

 

일본어 어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저는 그냥 설명을 따라 읽고 맙니다자신이 원하는 표현에 맞는 언어조차 섬세하게 쪼개고 붙여 활용하는 감각적인 작가란 짐작만 해봅니다.

 

무심함을 가장한 잔인하고 무례한 가족은 빠지는 법이 없는 캐릭터들입니다그런 사람들 많겠지하고 잠시 우울해집니다자식에게 너는 덤으로 낳았다고 하는 엄마의 어머니그런 자신의 엄마에게 상처받고 그래도 사랑받고 싶은 엄마엄마의 몸에 상처와 흉터를 남기는 아빠.

 

우짱은 중학생 무렵부터 인터넷에 불평을 늘어놓는 빈도가 차츰차츰 늘어났습니다. (...) 엄마가 발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아빠가 바람피운 사실에 집착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 아무튼 엄마는 뿌리 깊은 무언가에 괴로워하며 망가지고 있었죠.”

 

월요일이라 힘에 겨워 얇은 티저북가제본만 집어 들어 읽는데 분량은 문제가 아니었네요린 작가의 서사에 찬기가 없는 실내에서 자꾸만 소름이 오소소 돋습니다.

 

발광은 한자로 發狂이라고 쓰는데그건 갑작스러운 게 아니에요. (...) 낮잠을 자다가 어스레한 해 질 무렵에 깼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불안과 공포가 망가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숨어 들어오는그런 것이 발광입니다.”

 

이상하지요발작(發作)이란 단어는 꽤나 썼는데 발광(發狂)은 저는 써 본 적이 없어 낯설고... ‘망가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숨어 들어온다는 불안과 공포가 너무나 무섭습니다.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를 스스로 몇 번이고 덧그려서 더욱 깊게 상처를 내고 말아혼자서는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도랑을 만드는 일이그리고 그 도랑에 레코드 바늘을 올려 단 하나의 음악을자기를 괴롭히는 음악을 이끌어내 반복해 들으며 자기 자신을 위해 우는 일이.”

 

내 몸처럼 엄마를 느끼는 우짱은 경계가 모호해서 언제나 피부까지 공유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그리고 엄마의 발광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자해 행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엄마도 우짱처럼 자신과 타인의 육체를 동일시하는 동류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웃는 척하던 아빠의 뺨이 굳더니 순식간에 산사태가 난 것처럼 무너졌습니다오른쪽 어깨가 재빠르게 앞으로 쏠리자우짱은 반사적으로 뺨 앞을 오른팔로 가리려고 했습니다. (...) 옆에서 보면 결국 둘 다 어깨를 움직인 정도로 비슷한 동작을 취했을 뿐이지만 (...) 그건 때리려는 인간과 맞지 않으려는 인간의 움직임입니다.”

 

반복해서 마주해도 쉬워지지 않는 장면입니다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결혼과 출산에 관한 일종의 자격시험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요체력도 능력도 무기도 딱히 없는 생물종인 인간이 왜 이다지도 폭력적일까요.

 

내가 여자인 것아이를 배고 낳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 정체 모를 성별을 가장 못 참겠어남자 때문에 일희일비하거나 울부짖는 그런 여자는 되기 싫어누군가의 아내도엄마도 되기 싫어여자로 태어난 이 울분을슬픔을 니는 몰라.”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상처 내는 나잇값도 못하는약을 대량으로 먹고 토하는식칼을 벽에 찌르는알레르기가 있는데 땅콩을 먹으려 하는... 이런 엄마를 보는 자식에게 원망이 가득 차는 일을 어떻게 막을까 싶습니다괴로운데 참고 참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1999년 생 작가가 2019년 이전부터 썼음이 분명한 이 작품에서,어린 시절 보고 말았던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들을 끄지 못하는 화면처럼 읽습니다특히 한 때 자식의 신이었던 부모가 정리된 내용이 한숨이 나오게 허망하고 쓸쓸합니다. ‘잔소리를 퍼붓고 때리고 미치고 그러다가 곧 늙어 쓸쓸함을 남기고 가버리는.’

 

우짱에게 신이었던 엄마그 엄마가 집착하는 엄마인 할머니사랑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거듭 실패하고 자식마저 증오하게 된 존재그래도 우짱은 엄마만을 사랑했습니다오래 전 아빠의 폭력에 함께 맛 본 흙과 피 맛을 떠올리며 우짱은 기원하고 싶은 단 하나의 바람이 생깁니다.

 

타인을 그토록 사랑해서 절규가 된 바람은금붕어를 만난 장면의 강렬함이 수만 배로 분화하듯 사방으로 퍼집니다잠시 머릿속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우사미 린 작가가 나이 드는 게 무섭습니다그가 가진 예리한 빛들이 뭉개질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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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없다 -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업사이클
윤대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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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최고 발명품은 쓰레기라고 믿습니다여기서 최고란 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더 정확하게는 근대산업자본주의시대 인간들의 발명품이라고 해야겠지요건강하게 생태계가 유지되는 속도로 순환이 되지 않는잘 썩지 않은 물질을 발명해서 오래 잘 쓰지도 않고 막 버리고 살았습니다.

 

필요에 의해 만들고사용한 뒤 버리는 시대를 지나갔다자원이 유한함을 깨달았다면 이제부터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는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얼마나 버렸는지 해양에서 섬이 되기도 하고 육지에서 산이 되기도 하다 이제는 인간의 몸속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제가 버린 쓰레기로 숨 쉬고 먹고 사는 셈이지요.

 

인류는 업사이클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 오염되고 파괴된 자연을 넘겨주는 비극을 막는데 나서야 한다이것은 역할과 책임의 범주를 멋어난 자존심의 문제다환경재앙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맞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놀랍게도 아직도 더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논조가 힘을 잃지 않았습니다현실의 모든 자산은 더 버리라는 이들이 거의 다 소유하고 있습니다여러 분야의 환경운동들이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일반 기업과 경쟁할 만한 대량생산 체제와 원가절감 루트를 확보하지 못한 업사이클 기업은 저가노동에 기반한 임가공업체와 도시의 가내수공업에 의존하여 저자의 소량 공예품을 생산 판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제품 기획과 디자인이 훌륭해도 원료 재가공과정이나 생산공정이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가성비는 떨어진다.”

 

그런데 희망이 있다면이들은 소비자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그러니 우리가 지구 시민으로서 자각하려고 할 때마다 어떻게든 생각 안 하고 소비의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도록 교묘히 조정하려 듭니다처음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는데돈 받고 책 써서 협조하는 학자작가출판사에는 무척 화가 납니다.


 

이 책은 그런 분노와 의심을 거두고 이론과 당위에 천착하지도 않는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 좋아지는 책입니다이미 여러 노력을 해서 캠페인 수준이 아닌체험실험기업 활동공공 영역으로 진출한 이들의 소식입니다.


 

! 20년 전에 비해 4배나 많은 섬유와 의류가 사용되고 그중 30%만 재사용되며, 70%는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게 되었다그만큼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지구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김미경 대표는 (...) 차츰 커피산업에서 버려지는 모든 것들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대부분 로스팅 공장에서 버려지는 커피자루는 2020년 수입량 기준으로 294만 장 이상이고원두의 97%가 커피슬러지로 버려지며일회용 컵과 빨대종이 슬리브 등 일회용 폐기물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는 양말 한 짝이 사라진 경험이 없어서 그런 일이 많다는 것이 놀랍다버려진 양말 한짝으로 귀여운 인형을 만들어 끼리끼리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색깔이 달라도 서로 잘 어울려 살아가라고살면서 알게 된 가장 동화적이고 재밌는 업사이클이다막 구매소비요구가!

 

그러니 화도 그만 내고 책도 그만 읽고 뭐라도 직접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무척 유용한 자료이자 가이드책이기도 합니다엄청 많은 정보들이 있는데 거의 모든 종류의 만들기...의 재능이라곤 없는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제일 먼저 단 한 곳을 방문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겁니다만드는 게 자신이 없으니 해부하면서 뭐라도 배울 심산... 돌쟁이 때 피아노를 처음 보여줬더니 건반을 눌러 음을 들어보는 대신 건반을 뜯어보려던 중꼬맹이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쓰레기가 불쾌하고 맘에 안 드는 분들이 읽으심 좋을 책입니다재활용새활용업사이클링을 주제로 배우고 활용하고 실습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그리고 이 책이 다 담지 못한 다른 시도들과 사업들도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더 가벼워집니다.


 

어른들 설득하는 일보다 아이들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어른들은 살던 대로 살지 싶습니다사적 불신이 깊어졌나 봅니다.


 

화만 내고 사는 동안 성큼성큼 현실에서 걸어 나가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반성하며 잘 읽었습니다쓰레기가 될 재료로는 더 이상 물건을 만들지 말고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고저지른 잘못들은 최대한 바로 잡고 그렇게 살다 보면 기후도 적당해질 미래가 가능할 지도 모른단 바람을 품어 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포디즘Fordizm적 경제사고하에서 자원과 에너지의 과잉 소비를 가져왔다결국 이로 인해 천연자원을 고갈시킴은 물론 이에 따른 오염배출량을 증가시켜 쓰레기 문제지구온난화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야기되어 지구촌의 위기를 증폭시켜 왔다.”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대도시 선형경제 체제가 아닌 도농복합 소규모 자립도시의 순환경제체제를 지향해야 한다. (...) 마을 주민들이 삶에 필요한 의식주놀이 제품과 서비스를 가급적 스스로 만들어내고폐기물을 최소화하여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을 공유자산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 단계적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동과 구 단위에서 마을 주민들이 재사용새활용하여 스스로 순환함으로써 순환경제체제를 경험하고 전환도시의 미래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정책법안예산인력!

 

-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제정

-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제정공포. 2018년부터 시행.

 

좀 더 포괄적이고 탄탄한 기틀 마련과 지속성을 위한 법과 정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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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1-1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지인분과 쓰레기공부를 둘이서라도 작게 시작해보자 했는데, 이 책 시작 삼기 넘 좋을 것 같습니다. 안내, 감사드립니다
 
시간의 숲 책 먹는 고래 27
심강우 지음, 서혜리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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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름도 지어주고 있다고 믿고 심지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 있지요그 중 최고는 시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물리학을 전공하면서 블랙홀보다 더 놀랐던 것이 시간이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것사람들 놀랄까봐 시공간timespace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는데 좀 지나고 나니 그냥 공간만 존재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그레고리력을 만들어 써오긴 하지만자전 공전 거리 속도에 있어 변화가 생기면 시간도 변하겠지요실제로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이 아니고 지구의 궤도도 변하고 있어 1년은 매년 짧아지고 있습니다.

 

http://naver.me/IMQ0ElzX

꼭 한 번은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인간의 시간과 기억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인간의 시간과 기억을 모은 것이 인간의 역사이지요생물학적으로는 신석기 시대 이후로 뇌의 진화가 거의 없었다고 하지만그래도 기록이 남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배우고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상상합니다.

 

판타지 장편동화라는데쉽지 않은 현실의 모습들을 차분하게 담아서 상담치료를 경험하듯 풀어내어 주는 이야기입니다물리적 세계의 현상이 어떻든 시간과 기억과 역사는 각자에게 의미와 가치와 수명이 다르겠지요.

 

엄마아빠 목소리 기억나?”

 

기다려얼른 가갔다 오올게. (...) 말을 바삐 하느라 더 더듬거렸던 말내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저장된 말이에요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칸의 마지막 말이기도 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냐는 물음에 친구들은 귀신이나 좀비라고 해요하지만 나는 달라요내 경우 내 비밀을 엄마가 알게 되는 거예요나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재혼 가정새부모새형제자매경험이 없어 모르지만 타인들이 어느날부터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요운이 좋으면 잘 맞고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지만 여러 노력이 필요하고때론 노력으로도 안 될 때도 있습니다재혼가정이라서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다 그렇지요.

 

국적이 다르고 가난한 나라 출신이고 한국어도 잘 못해서 마냥 좋아하지 못한 새 아빠오래 알아갈 시간도 없이 사고로 돌아가십니다그리고 그 죽음에 소연은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괴로워합니다가족에게 말 못한 비밀이 있는 아이는 그 상처를 어디서 치유할 수 있을까요작가는 그런 아이를 위해 상상의 세계어쩌면 실재하는 다른 시공간을 열어 줍니다.

 

무척 낭만적이게도 전시회에 갔다 그림속 세계에 초대받습니다개울을 기준으로 잊소 싶은 시간’ ‘간직하고 싶은 시간이 흐르는 곳입니다소연은 그곳에서 만난 루빈과 함께 숲을 걸으며 시공간이 혼재하는 누군가의 기억 속을 여행 합니다.

 

루빈의 기억 속은 아주 무섭고 슬픈 장면들이 많습니다배경은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던 때입니다가족이 모두 끌려가서 살해되는데 루빈 역시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는 아주큰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그리고 루빈의 어릴 적 친구 역시 친구를 구하지 못한 깊고 아픈 상처가 있지요.


 

큰 불행을 겪은 아이들이 자신을 탓하는 일 역시 드문 일은 아니지요무엇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 그런 감정과 생각을 파할 수도 없으니 더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막을 수 없는 가대한 폭력과 범죄를 그때 자신이 이랬다면저랬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하고 거듭 스스로를 벌주는 방식이지요.

 

소연은 루빈과 함께 여행하며 루빈과 친구 사이의 오해를 푸는데 도움을 줍니다소연은 기억들을 보며 루빈이 자기 잘못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 친구를 미워하게 되고 그 역시 결국엔 자신을 지독히 미워하는 감정의 반향일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새 아빠 칸에게 일어난 일 역시 비슷한 상황이 있지요아파서 열에 들 떠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의 말...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신체의 자유와 더불어 정신의 자유기억으로부터의 자유도 인간에게 꼭 필요합니다남에게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계획적으로피해를 주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입니다그러면 인간이 경험한 기억들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요저는 이 문제를 아주 오래전에 무척 심각하게 고민해봤고 지금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를 고유한 나 자신으로 만드는 것은유일하게 타인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내가 가진 진짜 내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세상에서 딱 하나 생산한 물건이라도 또 모르겠지만상품으로는 를 규정할 수도 구분할 수도 없지요.

 

그러면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다른 존재가 된다는 뜻일까요그래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요혹은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세계처럼 확률적으로 둘 다 일까요치매가 급성 악화된 어머니를 만난 친구의 말이 여전히 서늘하게 아픕니다자신의 존재를 잊은 어머니의 타인을 보는 듯한 경계의 시선살아서 하는 이별도 있더라는…….

 

내 속의 기억 하나하나가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새가 되고 바람이 되었지. (...) 우리 마음은 알고 보면 울긋불긋한 색깔이야. (...) 밝은색과 어두운색이 어울려 사계절을 만들고 세상 모든 생명체의 마음을 표현해나는 화가가 될 거야그런 마음의 색깔과 무늬를 제대로 표현하는 화가.”


 

이 그림을 내가 알았던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똑똑한 단발머리 소녀에게 바칩니다회색빛에 잠겨 있던 내 영혼의 반쪽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바꿔 놓았던 소녀그 소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내 영원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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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아이
남상순 지음 / 여섯번째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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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순대국밥을 먹어도아니 먹으면 더 좋아할순대국밥에 대한 취향에 따라 낙원에 살아갈 자격 운운하는 아버지가 나오는 청소년 소설이다순대국밥을 싫어하는 나와 역시 싫어하는 중3이 함께 읽었다읽기 전부터 우리는 무척 재미있었다이런 설정은 처음이라 뭔가 엄청 웃길 것 같다는 무모한 기대가 컸다.

 

낙원은 낙원 상가에 입성하지 못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결성한 비주류 순대국밥 모임이다순대국밥에 주류비주류의 세계가 있을 줄이야그리고 이 모임을 자식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시어 집안의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안수영은 초무렵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처음 순대국밥을 먹고 죽을 만큼 아팠다마음이 찡하고 아파온다단순히 음식이 안 맞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나저나 이 아빠가 무척 불편할 캐릭터라는 짐작은 이미 했지만술 취하면 잔소리와 공격성이 늘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는 자학과 우울 모드가 되다니순대국밥 대신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아야할 처지로 보인다.

 

배우자 없이는 살아도 순대국밥 없이는 살기 힘들다.”

 

낙원 사람들의 모토 한 번 불쾌하기 그지없다친절한 금자씨 모드로 전환되고 싶은 심정에 울컥순대국밥도 싫은데 비주류 모임은 더 싫네.

 

주인공의 이런 아빠가 연애를 한다는 소식에 차분히 읽어야 할 독자의 입장을 망각하고화가 치민다도대체 누가 이런 인간을 만난다는 거야고모의 말은 더 가관이다.

 

아빠에게 밥 차려 줄 사람이 필요해 재혼을 하라고 하다니너무 무개념 발언이라 짜증이 났다.”

 

수영이 시원하게 평가해줘서 조금 진정된다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확실히 미워하다니 뭘 읽으면 이 발끈함이 문명화될까.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 이상을 감당하려하고다른 한편 친구와 세상의 모든 계모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겁을 내는 모습이 귀엽기도애틋하기도안타깝기도속상하기도 하다와중에 여행 가방에 넣어 깔고 앉거나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되어 사망한 아이들...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숨진 아이들의 뉴스들은 여전히 참담하다.

 

친구든 어른이든 여자들은 모두 다 조금씩 거북하다. (...) 왜 그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아마 내가 여자들의 세계로부터 추방당한 소년이어서가 아닐까우리 엄마가 나에게 한 행동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 바로 그와 같은 추방이다.”

 

아빠를 선배라고 부르는연애 중인 듯한수영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하는 하이힐이 순대국밥을 먹기 곤란하다고 하는데 계속 설득하려는 아빠에게 한 말에 다시금 분노를 식힌다그나저나 이런 사람을 왜 만나는 겁니까…….

 

순대국밥이 선배의 로망인 것은 알겠는데 저한테까지 강요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 그럼 이게 강요가 아니면 배려겠어요?”

 

현실에서 만나본적이 없어 정확한 멸칭을 생각해낼 수도 없는 이 인간이 기어코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아이의 숟가락을 빼앗아 강제로 떠 넣으려고 한다

 

처먹어처먹어! (...) 너 오늘 이거 다 먹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수영은 결국 탈이 나서 입원을 한다그리고 생선 초밥을 사들고 온 아빠에 대해 마지막 분노가... 화가 나는 대신 얼어붙는,,, 기분이 든다수영의 말대로 구제 불능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은 버려야한다.

 

사내자식이 어떻게 회도 싫어하냐이해가 안 되네.”

 

그렇다고 이런 결말일 줄은 몰랐다이렇게 후련해도 되는 걸까작가님 감사합니다.

 

낙원 [樂園, paradise, paradeisoe] : 고대 오리엔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동 ∙ 서유럽이슬람 미술에 넓게 존재하는 중요한 표상의 하나이다파라다이스의 어원은 옛 이란어 담으로 싸인 마당에서 연유하였고그리스인에게는 페르시아왕의 정원을 의미한다. (미술대사전(용어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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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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