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 SENSE 상식, 불변의 원칙
이병남.김양우.신규섭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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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 집안 망한다고 하는 저주에 가까운 말은 창업 관련 통계를 보면 여전히 반박이 불가능하다창업한 이들 중 궤도에 잘 들어서서 유지하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는 이들은 잔인할 만큼 드물다그러니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본질과 상식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이야기들은... 꿈도 없어진 중년의 내가 느끼기에는 현실에서 드물어 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표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리스트업이 되어 경제단위로 활동을 하는 것도 현실이니 기업 관련 컨설팅과 제안들은 멈추지 않고 넘쳐난다이 책의 저자는 30년 경력의 컨설턴트이다같은 일을 10년 하는 것이 기념할 만한 일이라는데 이의가 없다면 30년이란 찬찬히 듣고 읽어볼 경력이다.

 

즐겁고 자랑스럽게 자신이 투자 참여한 기업을 밝히고 본래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이들이 주위에 많은가나는 모르는 흐름이 2020년 동학개미운동으로 커져, 2022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는 국민주가 500만에 이르렀다고 한다토의도 활발했다고 하니 과거와는 달라졌나싶다.

 

한편 여전히 몰래 혹은 아예 드러내놓고 벌이는 불공정한 거래와 다툼반발보상 관련 분쟁오늘 먹튀하고 그만 살련다 식의 투자(사기방식고용 비리산업 재해를 잠시라도 살펴보면 이게 무슨 경제와 경영 주체들인가 싶기도 하다.

 

상장사일지라도 반드시 주가 상승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어차피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시설 투자나 추가 성장을 위한 유상 증자 과정에서 부담이 늘어나거나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지분율이 희석되기도 하며또 한편으로는 경영권 세습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아닌 대표기업대기업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와 범죄가 반복된다왜 그럴까기업에서 성장과 혁신은 양립이 영원히 불가능한 것인가합리성과 경제성이 최우선이어야 할 기업에 비합리적 지배구조는 왜 그토록 공고한 것인가경영 방식은 말도 못하게 후진적이다.

 

나는 해외기업대기업공사정부 조직에서 근무했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해왔다차이보다 공통의 문제점이 더 많은 부류가 아주 분명했다사례들이 너무 낯 뜨거워서 글에 올리기도 민망한 경우들도 있었다기업의 문제인지사람의 문제인지 헷갈리기도 했고교육과 위계문화의 문제로도 보였다.

 

최고의 성적과 이력이 기록된 문서와 완벽하게 불일치하는 업무 능력이 없는 이들임원이지만 아무 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이들당면한 순간만 거짓으로 모면하고 이후에 여러 사람들 괴롭히며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방해꾼인 부서장들... 간단히 나열해도 길고 긴 이야기이다.

 

노련한 컨설턴트가 개인적 경험에 머물지 않고 많은 기업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관찰하고 논의한 주제를 12개로 선정했다각 주제별로 전문가들도 의견을 보탰다애쓰고 염려하고 변화를 일구려는 이들은 늘 있다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실행하느냐의 문제이지만.

 

대부분 기업의 가치 증대가 의사결정의 절대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 무엇보다 어떤 의사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기업의 전체 성과와의 연결고리가 불분명하거나 효과의 즉시성과 가시성이 떨어질수록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 가치 창출이 기업 내부의 절대적인 의사결정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여러 연구 내용들을 기억했다가 10년 후쯤 저자의 제안처럼 바뀐 기업들의 소식을 들으면 반갑고 독서 시간이 뿌듯할 것 같다상식을 기초로 한 원칙을 지켜내는 자존심과 합리성과 진화가능성을 가진 기업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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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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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은 역사학 전공자이다본업으로 돌아온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승리한 자들승리한 전쟁은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시의적절하다 느낀다.

 

어릴 적 역사를 배울 때는 교과서에 기록된 모든 것들이 지나간 사건들로 느껴졌다역사란 마치 책을 한 장 넘기는 것처럼 확실하게 내용 구분이 되는 것이라고.

 

살아보니 세상은 동시간을 살지도 않고 사람들 역시 어느 시공간을 각자 헤매는지 알 도리가 없다혼란과 혼재라는 진실 속에서 늘 혼란스럽기만 하다.

 

1차 세계대전은 끝났으니 끝난 적도 없고나는 매일 21세기가 그리 대단한 시대 구분이 아니라는 것을인간은 어떤 멍청난 과오도 되풀이한다는 것을 절감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배경이 된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자는 그 선택은 지금도 반복되는 것이다단지 그때는 피해규모를 몰랐고 지금은 좀 더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서 망설이는 것뿐일 지도 모른다.

 

광기란 것이 그리 안전하게 관리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탈핵은커녕언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시설들이 폭격 당하고 인류가 먼저 절멸하고 혹은 지구가 터져나갈 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인간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없앰으로써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서로를 제거하지 않을 때에는 다음 기회에 확실히 서로를 제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

 

어쨌든 이 책이 다루는 역사 속 인물들은 당시의 합리성과 이상으로 자신들이 믿는 최선의 결과를 주장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며 최악의 결과를 만났다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이읽어 보면 전쟁과 선택과 인간에 대해 쓰게 배울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매일 민간인이 학살당한다는 보도를 만나며, 1945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이라는 민간인 학살의 비극으로 들어가 본다참담하고 비장한 기분이다부조리는 지나치게 차분한 설명이다모든 전쟁은 범죄다.

 

도쿄 화재로 6시간 동안 인류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불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지옥 입구를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살타는 냄새가 비행기 안에 스며들 만큼 낮았죠. (...) 실제로 마리아나제도에 돌아와서 훈증 소독을 해야 했습니다사람이 타는 냄새가 항공기 안에 남아 있었거든요.”

 

전쟁 수행 군인들의 양심과 의지란 무엇인가

윤리적 전쟁이란 것이 가능한가

타인을 살해하는 최상이란 것이 가능한가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선택 과정과 관련이 있나

올바른 선택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의도와 달리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은 어떻게 가능한가

부조리한 인간이 최선을 다해 지켜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폭격기 마피아의 존재 이유가 민간인 학살이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언급한다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이 참여한/관여한 수많은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에서 그 선이 잘 지켜지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혹은 그 선을 전혀 지킬 의사가 없는 전쟁범죄자가 매일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지금도 폭격기 마피아처럼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 이유를 믿고 이상으로 여기는 존재가 있을까당장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오랜 시간 패권과 세계경찰력을 누린 권력자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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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처법 - 10년 차 베테랑 변호사가 일반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법률실용서
강진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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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구비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법률 서적이지만일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일반 서적이기도 합니다법률 상담이나 변호가 필요한 일이 발생한 경우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해야겠지만기본 개념이나 법률상 성립 요건 등의 기본적인 법률 상식을 알고 있으면 혼란이 덜하겠지요상황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구요.

 

살다보면 뭐 그리 나쁜 사람들이 있을까좋은 사람들이 많고도 많다대화가 가능한 성인들 사이에 오해가 법적 소송으로 갈 일까지 있을까기소되거나 법정에 갈 일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변호사로 사는 저자는 바로 그런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많이 만났다고 합니다.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남에게가족에게 말 못하고 혼자서 고민하면서 힘들게 법률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고본인과 무관하게 타인으로 인해 법률분쟁에 휘말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결론은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본인의 잘못이든 아니든 언제든지 법률적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차와 구체적 사례들을 보시고 혹시 해당되거나 궁금한 내용을 먼저 읽으시면 좋겠습니다사례들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무척 안타깝습니다법률 상식이 없는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만 성실하고 선한 이들을 대상으로 제 이익을 위해 사기를 치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냥을 준비하는 무자비한 범죄자입니다도덕양심 따위 없습니다.

 

뉴스에도 자주 보도되는 임대와 전세 관련 등기 여부권리 성립에 대한 내용도 변호사 상담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읽고 배워두면 좋을 내용입니다.

 

투자 사기나 다단계 업체들의 사기범행에 대한 내용도 충실합니다업체의 권유나 강요로 제3자나 지인들에게 권유한 경우업체만이 아니라 본인도 사기죄가담자로 수사 받고 형사처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사기죄 공범이 됩니다.

 

친고죄가 폐지된 성범죄는 합의나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표명 이후에도 수사기관이 처벌 가능합니다강제추행과 성폭행의 경우에는 증거가 가장 중요하지만사건발생 전후 상황당사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신고도움거부의사연락 여부 등.

 

거짓말만으로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고의에 의한 기망행위재물과 재산상 이익 교부의 행위가 있을 때만 사기죄에 해당합니다믿고 싶은 말을 하는 사기꾼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비법일확천금 등의 지나치게 좋은 제안에 자신의 욕심을 모두 투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관련법이 없는 것도 같고있다고 해도 가해자들은 다 빠져나가는 듯한 것이허위사실 유포가 아닌가 허망한 시절입니다타인에 대해 어떻게 온갖 거짓말을 만들고 유포시키고 뻔뻔하게 부정하고끔찍한 사람들 참 많습니다무척 대단한 대가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적시하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니다 설사 그 정보가 사실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물론 거짓말로 허위사실을 말한다면 진실한 사실로 명예훼손을 한 경우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은 불법 증거로 형사상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없지만, ‘대화 주체가 상대방과의 통화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고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닥치는 경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황하면 알던 것도 어려워집니다더구나 법률적 문제라면 누군들 늘 정확히 일고 자신있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최종적으로는 법률가의 도움을 정식으로 받더라도법률 지식이 있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이 책을 통해 정리된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 꽤 든든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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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
크리스 버터워스 지음, 샬롯 보아케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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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로 시작해볼까요이 책에서 만난 놀랍고 사랑스럽고 기뻤던 장면들은 거의 다 소개하지 않을 겁니다책을 펼치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반가운 목소리로 멋진 소식을 전해 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소개해서 망치면 안 되겠지요.

 

좋아하는 나무와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나오는 완벽한 그림책입니다나무는 크고 오래되면 더 멋져지지만 사람은 꼭 그렇지는 않지요저는 어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무엇을 하고 사는지가 늘 궁금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인가요?

하나 혹은 여러 나무가 떠오르시나요?

 

나무의 계절은 언제일까요?

저는 지금 연둣빛으로 빛나는 나무가 가장 좋지만,

나무의 계절은 모든 계절이지요.

 

오래 전 독일의 검은 숲Schwarzwald 지역을 지나가다 완전히 흰 눈으로 덮여 빛나던 나무들을 여전히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자제하지 말고 티티제Titisee (titi: 지역 방언, '아기'란 의미, see: 호수)에서 갖고 싶던 나무 공예 다 사둘 것 그랬단 후회가 막급입니다.

 

관련 없는 내용을 쓰는 이유는

이 그림책이 글이 필요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림만 봐도 직관적으로 다 알고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무처럼 전면적이고 직접적이고

존재만으로 빛나고 충분하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일이라던데

어떤 인간들이 하는 어떤 행동들은 참담합니다.

 

인간도 다시 나무의 계절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 산책길에도

쩝쩝대거나 큰 소리로 고약하게 떠드는 인간들 옆에서

모든 나무가 완벽하게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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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iesis님께선 오늘 어떤 길을 산책하셨을까? 전 도서관 책 손에 들고 산책했는데, 인도 부근 나무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우울했어요. 제초제를 쓴 건가 관목이 갈색이 되어 있는 부분 많아서....보기만 해도 속상하고 죄스럽더라고요.

poiesis 2022-04-25 18:25   좋아요 1 | URL
제가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사는 사람이아... 오늘도 걷던 길을 걸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다른 풍경이겠지요. 어떤 책을 들고 걸을셨을까... 상상으로도 참 좋은 풍경입니다. 가지치기와 제초제는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일인데... 완전히 없어지질 않는군요... 모두가 푸른 봄에 서글픈 풍경입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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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신화 읽기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낀 건 완역본이 제대로 출간되면서부터였다. 이전 관련 책들은 무척 조잡하거나 오역이 심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편집이 지나친 내용들도 있었다.

완역본을 읽는 일은 다소 더듬거리며, 하지만 정직하게 문장 속에서 오래전 삶을 찾아가보는 일과 같다. 분업과 그 이상의 인간 소외가 본격화되기 전 도시 규모의 통합적인 삶은 의외로 복잡한 현대 사회 속의 부품도 못 되는 나의 위치를 바로 보게 해준다.

구분과 분류는 좀 더 세밀한 풍경을 볼 수 있게도 해주지만, 근시처럼 눈앞의 삶만을 알아보게도 한다. 살아보니 가장 무서운 일이 일상을 유지하는 일인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화 속에서 시야를 드높게 하고 문명을 조망하는 고공관찰은 참 신나는 일이다.

세계를 상상하고 꿈꾸고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무모한 도전을 해보고 인간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던 시절, 피부처럼 쪼그라든 내 세상의 경계를 한 번씩 늘리며 나는 매번 신화 읽기에 빠져든다는 생각이다.

그때 텍스트가 김헌 교수의 이 책처럼 분명하고 재미있고 쉽고 현실과의 접점이 많은, 그러면서도 총체적인 시선으로 신화를 다뤄준 것이면 즐거움은 더 커진다. 모르던 신화적 사실과 어원학etymological 지식 이외에도 신화와 현대를 잇는 맥락들을 만나 참 좋았다.

아테네는 겨우 100년의 영광을 누리다 쇠락하고 말았지만, 자손을 거듭하며 확장된 문화는 뿌리까지 깊게 내렸다. 어느 지역에서는 무성한 잎을 드리우고, 다른 지역에서는 찬란한 꽃을 피웠다. 인류 문명이 온존하는 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향은 그치지 않고 섞여들 것이다.

문명사적 이해를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제 인류의 교양 과목으로 인정받아도 합당할 것이다. 어릴 적엔 미처 이해하지 못한 여러 은유들을 반평생을 살고서야 친구들과 편하게 얘기 나누어 볼 수 있었다. 뜻밖에 현대를 사는 인간의 윤리의식을 토로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뚜렷한 장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어색하지 않은 ‘현대적인 해석’일 것이다. 낯설어서 혹은 다른 두려움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은 가독성이 높은 내용에 놀랄 것이다. 강의를 녹취한 듯 편안한 말투로 글을 쓰셨다. 영상 자료*도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

* 최강1교시 등

필사를 하며 찍어 둔 책 사진을 보니 텍스트보다 아름다운 세밀화를 찍은 이미지가 더 많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으로 돌아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석고 데생하는 시공간에 머무르듯 그리운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다.

신화의 세계와 세밀화가 가득한 친절하고 반가운 책이다. 꼭 종이책으로 만나시길 강권한다.

“우리 인간은 이 거대한 유기체인 지구 안에서 어떤 존재로 살고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어떤 제도와 믿음이 ‘스튁스강’의 역할를 하고 있을까요?”

“소크라테스는 정의롭게 사는 사람만이 정말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르 신화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된다면, 플라톤이 꿈꾸던 이상 사회, 정의로운 공동체가 되겠지요. 플라톤은 이런 나라를 ‘칼리폴리스Kallipolis’, 즉 ‘아름다운 나라’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어떤 나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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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새 활자가 마음 대로 재조합 되는지, 김헌을 ˝강헌˝과 착각하고, 이 분이 음악평론에서 명리학에 신화학까지...하던 차, 스크롤 내리며 읽어보니 김헌 교수님이네요^^:;; 제목 보고 혼자 상상이 너무 나갔어요

poiesis 2022-04-25 18:23   좋아요 1 | URL
저는 노안이 더 진행되어서 오타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동공확장제 치료도 받았는데... 방법이 없겠지요... 시력이 약해지면 사고력도 저하되어 점점....ㅠㅠ 두 분 다 멋진 글을 쓰시는 분이지요~ 봄처럼 왕성한 상상력 멋집니다! 즐거운 봄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