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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말콤 글래드웰은 역사학 전공자이다. 본업으로 돌아온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승리한 자들, 승리한 전쟁은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시의적절하다 느낀다.
어릴 적 역사를 배울 때는 교과서에 기록된 모든 것들이 ‘지나간 사건들’로 느껴졌다. 역사란 마치 책을 한 장 넘기는 것처럼 확실하게 내용 구분이 되는 것이라고.
살아보니 세상은 동시간을 살지도 않고 사람들 역시 어느 시공간을 각자 헤매는지 알 도리가 없다. 혼란과 혼재라는 진실 속에서 늘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났으니 끝난 적도 없고, 나는 매일 21세기가 그리 대단한 시대 구분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은 어떤 멍청난 과오도 되풀이한다는 것을 절감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배경이 된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자는 ‘그 선택’은 지금도 반복되는 것이다. 단지 그때는 피해규모를 몰랐고 지금은 좀 더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서 망설이는 것뿐일 지도 모른다.
광기란 것이 그리 안전하게 관리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탈핵은커녕, 언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시설들이 폭격 당하고 인류가 먼저 절멸하고 혹은 지구가 터져나갈 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없앰으로써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서로를 제거하지 않을 때에는 다음 기회에 확실히 서로를 제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
어쨌든 이 책이 다루는 역사 속 인물들은 당시의 합리성과 이상으로 자신들이 믿는 최선의 결과를 주장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며 최악의 결과를 만났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이. 읽어 보면 전쟁과 선택과 인간에 대해 쓰게 배울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매일 민간인이 학살당한다는 보도를 만나며, 1945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이라는 민간인 학살의 비극으로 들어가 본다. 참담하고 비장한 기분이다. 부조리는 지나치게 차분한 설명이다. 모든 전쟁은 범죄다.
“도쿄 화재로 6시간 동안 인류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불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지옥 입구를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살타는 냄새가 비행기 안에 스며들 만큼 낮았죠. (...) 실제로 마리아나제도에 돌아와서 훈증 소독을 해야 했습니다. 사람이 타는 냄새가 항공기 안에 남아 있었거든요.”
- 전쟁 수행 군인들의 양심과 의지란 무엇인가
- 윤리적 전쟁이란 것이 가능한가
- 타인을 살해하는 최상이란 것이 가능한가
-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선택 과정과 관련이 있나
- 올바른 선택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 의도와 달리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은 어떻게 가능한가
- 부조리한 인간이 최선을 다해 지켜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폭격기 마피아의 존재 이유가 민간인 학살이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언급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이 참여한/관여한 수많은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에서 그 선이 잘 지켜지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혹은 그 선을 전혀 지킬 의사가 없는 전쟁범죄자가 매일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지금도 폭격기 마피아처럼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 이유를 믿고 이상으로 여기는 존재가 있을까. 당장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랜 시간 패권과 세계경찰력을 누린 권력자들에게 묻고 싶어진다.